도서 소개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 다니자키가 본인의 이름만큼이나 유명한 ‘나오미’라는 캐릭터를 창조해 낸 이 책에는 다니자키 문학의 핵심인 탐미주의와 여성 숭배, 마조히즘, 서구 문명에 대한 추종 등의 정신적 정수가 담겨 있는데, 문학적 성과나 대문호의 주제 의식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우선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한두 번의 맞선 가지고 서로의 성격이나 마음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 정도면.’이라든가 ‘그만하면 됐지.’라는 극히 일시적인 마음으로 평생의 반려를 정하다니,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오미 같은 소녀를 집에 데리고 와서 찬찬히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마음에 들면 아내로 삼는 방법이 제일 좋겠구나. 저는 특별히 부잣집 딸이나 교육을 많이 받은 훌륭한 여자를 원했던 것이 아니니까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치인의 사랑』에서
■ 편집자의 말
그녀가 가장 서양인 비슷하다고 자랑하는 콧구멍이 시커멓게 보입니다. 그 동굴 좌우에는 도톰한 콧방울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저 콧구멍하고는 아침저녁으로 무척 친합니다. 즉 저 코, 저 여자 얼굴 한가운데에 붙어 있는 저 작은 살덩어리는, 마치 제 몸의 일부와 같아서 결코 남의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보니까 그 코가 더 더럽고 밉살스럽습니다. -『치인의 사랑』에서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세 번째 권은, 바로 다니자키가 본인의 이름만큼이나 유명한 ‘나오미’라는 캐릭터를 창조해 낸 『치인의 사랑』이다. 이 작품에는 다니자키 문학의 핵심인 탐미주의와 여성 숭배, 마조히즘, 서구 문명에 대한 추종 등의 정신적 정수가 담겨 있는데, 문학적 성과나 대문호의 주제 의식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우선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300쪽을 훌쩍 뛰어넘는 분량임에도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새삼 놀라울 정도다.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픽션을 넘어 팩트로 자리매김했던 나오미즘 신드롬의 저력이 이 ‘읽히는 힘’에 있음을 절감하게 한다.
자유분방하며 자기 욕망에 충실한 신여성 나오미에게 빠져 자기 파괴적 행보를 보이는 주인공의 삶을 그린 『치인의 사랑』은 주와 객, 자기와 타자의 분리와 합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옛 시절의 전통과 어른들의 선입견을 피해 구축한 두 사람만의 세계는 마냥 혁신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마조히즘이나 서구 숭배를 이유로 그를/그들을 ’치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사랑’이라는 역학 자체가 당사자들을 영리하게 두길 허용 않는다. 한밤중의 고양이 눈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기록 『치인의 사랑』은 쉬이 읽히는 담백한 문체와 직선적인 묘사 너머로, 관계의 불가해성이라는 아득한 미지로 우리를 유인한다.
저는 지금부터 세상에 그다지 유래가 없을 저희 부부의 관계를 가능한 한 정직하게 까놓고 있는 대로 쓰려고 합니다. 저에게 잊을 수 없는 귀중한 기록인 동시에 독자 여러분에게도 틀림없이 어떤 참고 자료가 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다니자키 준이치로
일본의 소설가. 188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메이지 말기부터 쇼와 중기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다방면에 걸쳐 문학적 역량을 과시한 작가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지명되는 등 일본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탐미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며 여성에 대한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등을 극도의 아름다운 문체로 탐구하였다. 한평생 작풍이나 제재, 문장, 표현 등을 실험하며 다채로운 변화를 추구하였고, 오늘날 미스터리, 서스펜스의 선구가 되는 작품이나 활극적 역사 소설, 구전.설화 문학에 바탕을 둔 환상 소설, 그로테스크한 블랙 유머, 고전 문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1965년, 신부전과 심부전으로 사망하였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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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