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여섯 살짜리 아이가 엄마,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교감을 통해 몸 속 깊이 스며 있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여름이 준 선물>의 작가 유모토 가즈미가 그린 맑고 따뜻한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이 여섯 살 무렵의 어느 날, 아빠는 마치 외출이라도 하듯이 세상을 떠나 버린다. 아빠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어린 영혼과 그 여린 마음을 온전히 보듬어 줄 만한 여유가 없는 엄마. 남편의 죽음 앞에서 마치 정신을 잃은 듯 완강한 침묵으로 배회하던 엄마는 그해 여름 ‘포플러장’이라 이름 붙은 연립 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커다란 포플러가 반짝반짝 잎사귀를 흔들며 서 있는 그 집 일층에는 마치 ‘누에고치’처럼 동그랗게 늙어 버린 주인 할머니가 살고 있다. 여섯 살 치아키는 이때부터 주인 할머니와 기묘한 소통을 하게 되고, 황금색으로 물든 포플러가 잎을 떨구기 시작할 즈음에는 마음의 병이 서서히 낫기 시작하는데...
감당하기 힘든 삶의 어려움과 맞닥뜨린 여섯 살배기 아이가 세상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을 이해하며 스스로 세상의 한 축을 이루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고도 맑은 시선으로 그린 이야기.
출판사 리뷰
《여름이 준 선물》의 작가 유모토 가즈미가 그린 맑고 따뜻한 성장 소설!
《고마워, 엄마》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여섯 살짜리 아이가 엄마,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교감을 통해 몸 속 깊이 스며 있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의 시선이 머무는 여섯 살 무렵의 어느 날, 아빠는 마치 외출이라도 하듯이 세상을 떠나 버린다. 아빠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어린 영혼과 그 여린 마음을 온전히 보듬어 줄 만한 여유가 없는 엄마. 남편의 죽음 앞에서 마치 정신을 잃은 듯 완강한 침묵으로 배회하던 엄마는 그해 여름 ‘포플러장’이라 이름 붙은 연립 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커다란 포플러가 반짝반짝 잎사귀를 흔들며 서 있는 그 집 일층에는 마치 ‘누에고치’처럼 동그랗게 늙어 버린 주인 할머니가 살고 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병이 나 버린 여섯 살배기 치아키는 이때부터 주인 할머니와 기묘한 형식의 소통을 하게 되고, 황금색으로 물든 포플러가 잎을 떨구기 시작할 즈음에는 마음의 병이 서서히 낫기 시작한다.
작가는 감당하기 힘든 삶의 어려움과 맞닥뜨린 여섯 살배기 아이가 세상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을 이해하며 스스로 세상의 한 축을 이루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고도 맑은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험난한 인생의 파도를 이제부터 헤쳐 가야 할 어린아이와 얼마 안 있어 인생의 무대에서 사라져 갈 노인의 만남, 그리고 각자 다른 사연을 간직하고 살면서도 허허로운 웃음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살펴 주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에서 ‘망망하게 펼쳐진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 주는 불빛은 과연 무엇인지’ 찬찬히 곱씹어 보게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치아키가 아빠의 죽음을 완벽하게 또는 무사히 잊고 착한 어린이가 된다는 식의 뻔한 결론이 아니라, 아빠의 죽음으로 인한 엄마와의 갈등,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자신의 고민과 의구심, 방황 등을 엄마, 그리고 이웃과의 색다른 소통을 통해 자기 식으로 성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결론이 매력적이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며칠이 지난 후,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안일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잠을 자기 시작했다. 얼마나 잠에 빠졌을까. 일 주일, 아니 훨씬 더 길었는지도 모르고, 혹은 사나흘 정도였는지도 모른다. 기억나는 일은 어느새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것과, 엄마가 잠든 사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나는 배가 고플 때마다 연어 통조림을 따 먹었다는 것뿐이다.
내가 평생 먹을 연어 통조림을 다 먹어 치웠을 즈음, 엄마는 잠에 빠져들 때처럼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데리고 전철을 탔다. 목적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닥치는 대로 전철을 타고는 무작정 종착역에 내렸다. 그리고 둘이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의 낯선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다.
피로에 절은 채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내 깔아 두었던 이불 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즐거웠던 기억은 별로 없지만,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며 엄마는 아빠가 없는 현실을 견뎌 내었던 모양이다. 여섯 살이었던 나는 그런 생각만 했다. 연어 통조림만 먹는 것보다는 백 배 낫다.
아직은 지난날을 되새기기에는 고통이 너무나 큽니다. 당신에게 한스런 말이 가슴 가득하고, 슬픔으로부터 몸을 지키려 하는 갑옷을 나는 아직 벗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혼자만의 고통을 끌어안은 채 아무 말 없이 떠나 버렸습니다. 아무 일 없는 듯 느긋하게 집을 나서서, 어려운 판결을 내려야 할 재판을 앞두고 산책을 나가던 그때처럼 집을 나서서, 옛날 애인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자살해 버린 당신. 그것이 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 줄 당신이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쓸 것입니다. 몇십 통, 몇백 통이라도 쓸 것입니다. 그러나 그 편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가슴에 품을 생각입니다. 당신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수도 없이 그 이유를 생각하고, 때로 내가 쓴 편지를 되읽으면서, 아마도 대답이 없을 그 물음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것이 내가 당신과 관계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난 당신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도망칠 수도 잊을 수도 없다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치아키가 어른이 되어 자기 인생을 찾아, 이제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치아키에게 모든 것을 말할 생각입니다. 그때가 되면 나도 즐거웠던 일, 괴로웠던 일 모두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날까지 우리 치아키를 지켜 주세요. 당신이 행한 일을 난 아직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당신과 만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쏙 빼닮은 마음을 가진 치아키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 있으므로.
작가 소개
저자 : 유모토 카즈미
195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 음악 대학 작곡과를 졸업했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은사의 권유로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했으며, 그 후 라디오와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다. 드라마 <카모메 역에서>로 일본 문화청 예술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즈미의 데뷔작인 《여름이 준 선물》은 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뒤이어 발표한 《고마워, 엄마》, 《봄의 오르간》도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출간되어 그를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했다. 일본 아동 문학가 협회 신인상, 아동 문예 신인상, 미국 배첼더 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