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민주주의 없이 경제성장 없다!
1969년 랑나르 프리슈와 얀 틴베르헨이 수상한 이래 노벨경제학상은 주로 영미 계통의 경제학자들에게 돌아갔다. 폴 사무엘슨으로 대표되는 이들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시장경제 자체에는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거니와 경제학의 주된 영역 중 하나인 분배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1998년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이다. 인도출신으로 아시아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센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외면한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고 \'경제학계의 양심\'이란 영예로운 별칭을 얻었다.
이 책 『센코노믹스』는 아마티야 센이 전 세계를 돌며 각종 강연과 워크숍에서 발표했던 글들 중 기아와 빈곤, 그리고 인간의 안전보장을 다룬 것들을 모은 것이다. 센의 경제학 즉 \'센코노믹스\'의 핵심은 경제학에 철학과 윤리를 접목한 데 있다.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고 인간이 지닌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것만이 진정한 경제성장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센은 이를 단순히 선언적이나 당위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후생)경제학의 이론을 가지고, 수치와 자료를 가지고 분석하고 실증해 낸다.
책은 1999년 싱가포르 아시아 태평양 강연을 정리한 \'빈곤을 넘어 아시아를 위한 발전전략을 모색하다\'를 시작으로 총 5장으로 되어 있고 맨 서두에 옮긴이 해제 \'아마티아 센을 말하다\'가 첨부되어 있다. 특히 해제는 아마티아 센이라는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전반적으로 짚고 있어 본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옮긴이 해제를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출판사 리뷰
극단으로 치닫는 숫자 중심의 경제학에 인간적 사유와
윤리적 관계를 포함시킨 아시아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
오늘 그가 들려주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경제학의 양심’을 읽는다!
“센이 강조한 인간의 안전보장은 가난한 나라,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한국사회의 내부에도 인간의 생존과 일상생활, 그리고 존엄성을 위협하는 물질성장의 그림자가 깊숙이 드리워져 있다. 개발주의, 과도한 욕망과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위험, 토건국가의 지향, 부패, 양극화, 취약한 민주화가 허울뿐인 경제대국의 삶을 형편없이 만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세계경제포럼(WEF)의 환경지속성 지구 평가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136위를 차지했을 만큼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제 센의 통찰력과 메시지가 가득 담긴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강자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안전보장을 실현하는 글로벌 이슈와 함께하는 품격국가를 지향하기 바란다. 또한 내적으로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물신화, 과도한 개발과 성장, 생태환경의 파괴, 지나친 속도와 경쟁사회 등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1998년 노벨상위원회는,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주요 경제적 문제들에 관한 논의에서 윤리와 철학을 복원시킨 인도의 후생경제학자(복지경제학자) 아마티아 센 박사를 그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경제학상 부문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수상이자, 주로 시장경제 분야의 보수적인 학자들에게 상을 수여하던 관행을 깬 사건이었다.
센이 인간의 삶과 복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근저에는 그가 어릴 적 경험한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이 자리한다. 센은 9살 되던 해인 1943년, 벵골에서 벌어진 대기근을 목격했다.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이 참사는 어린 센을 경악과 충격 속에 내몰며 조국 인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거기에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 빈번히 발생하던 종교적 분쟁과 테러, 극심한 폭력들 또한 센의 사상과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비극적인 몇몇 사건들은 센으로 하여금 “인간의 생존, 생활, 그리고 존엄성을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위협을 포괄적으로 제거하고 이들 위협에 맞서는” ‘인간 안전보장’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센코노믹스의 전반을 이루는 핵심적인 전거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센코노믹스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센 사상의 모든 것이다. 인간성이 사라진 현대경제학에 메스를 가하고 경제학의 영지에 철학과 윤리적 시선을 반영한 아마티아 센 이론의 총체다. 센코노믹스는 결과와 수치에만 집중하는 알맹이 없는 양적 성장을 경계한다. 대신 그것은 ‘사람다운 삶’을 우위에 둔 양심적인 경제관점을 지향한다. 즉 인간의 행복을 반영하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인간의 잠재능력을 개발하며, 동시에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는 모든 위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이야기하는 센코노믹스의 핵심이다.
이 책에 보이는 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상태인 기아와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묻고, 편협하고 배타적인 문명 가르기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진정한 발전전략을 모색하며,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고 인간이 지닌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것만이 진정한 경제성장을 불러온다고 역설한다. 즉 그의 이야기에는 한결같이 ‘사람’ 이라는 절대 불변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은 대단히 근본적이고 기초적이며 상식적인 문제 제기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뒤로 처지기 쉬운, 가장 망각하기 쉬운 제안들이기도 하다. 과연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센의 신념처럼 “적절한 영양섭취, 좋은 건강유지, 나쁜 병에 걸리지 않는 것, 조기사망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삶의 안전을 보장받고, “행복한 생활, 자기존중 확보”를 성취하며, 나아가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인생”을 누리기 위해선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발을 옮겨야 할 것인가. 여기 지칠 줄 모르는 한 노학자의 목소리에 그 답이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아마르티아 센
1933년 인도 벵골의 산티니케탄에서 출생했다. 1953년 인도 캘커타 대학을 졸업한 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의 자다브푸르대학교와 델리대학교,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를 거쳐 현재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옥스팜 명예 대표였으며 현재는 자문직을 맡고 있다. 1970년대 초반부터 후생경제학, 경제윤리, 소득분배론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누렸고, 수리적 모형인 빈곤지수(센 지수)를 통해 빈곤을 측정한 연구가 특히 주목받았다.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인도 현실에 주목하여 빈곤과 불평등, 기아 문제에 관한 연구, 인간의 복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학에 평생을 바쳤기 때문에 센은 ‘경제학자의 양심’으로 불린다. 그는 중요한 경제적 문제에서 윤리와 철학을 복원하고,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중심으로 후생경제학(복지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역자 : 원용찬
경제사와 경제사상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는 『유한계급론: 문화와 소비, 진화의 경제학』『상상+ 경제학 블로그』『사회보장 발달사』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센코노믹스』『칼 폴라니의 경제사상』『죽음의 문화와 생명 보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