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빠르고 밝은 것들을 요구하는 시대에 슬픔과 방황, 허무를 외면하지 않고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시간을 담아낸 이규원의 첫 시집이다. 알발리가 시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를 계기로 시인의 시선을 한 권의 시집으로 엮고자 출간을 권유했다.
불안과 고립을 사물의 이미지에 담아내는 동시에 최근작 「침잠」과 「끝내지 못하고 남겨진」에서는 소진 이후의 존재를 더욱 직접적으로 응시한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침묵과 침잠으로 남기는 시선과, 쉽게 회피되는 존재와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가 시집 전반에 담겨 있다.
오래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알아차리게 되는 감각을 전하는 시집이다. 삶의 어느 순간 길을 잃고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묻게 되는 이들에게 조용한 공감과 사유의 시간을 건넨다.
출판사 리뷰
중요한 것은 시인과 그의 시들이 끝내 완전히 붕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들리고 침잠하며 스스로를 오래 의심하면서도 그 시어들은 언제나 아주 희미한 방향 하나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곳에서 도착한 빛이 긴 시간 끝에 겨우 한 존재의 눈동자에 닿는 순간처럼 시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길 위를 걸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거대한 우주의 어둠 속에서 시작된 미세한 떨림이 몇 광년의 시간을 건너 끝내 한 인간의 마음에 도달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시인은 그 느린 진동을 자신의 몸으로 견디며, 끝내 사라지지 않기 위해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다. 어쩌면 그의 시란 존재가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남겨 놓은 가장 오래된 빛의 흔적인지도 모른다.-이지선 시인 서평 중 발췌
시인의 시는 불안과 고립을 사물의 이미지 속에 분산시켜 보여주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최근작 <침잠>과 <끝내지 못하고 남겨진>을 보면 더 직접적으로 ‘소진 이후의 존재’를 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몸의 일부로 받아들인 듯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시에서는 감정의 격렬함보다는 침묵과 침잠이 깊게 남는다.
알발리의 세 번째 시선집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
어떤 시는 처음 읽는 순간, 아직 오지 않은 한 권의 책을 예감하게 합니다. 이규원 시인의 첫 시집으로서 알발리 내부에서는 시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를 보고 나서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시집으로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인에게 시집 출간을 권유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유난히 빠르고 밝아 보이는 것들을 요구합니다. 그래서인지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 보는 시간을 갖기보다는 빠르게 흘려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울과 방황 또한 극복해야 할 문제 내지는 개인의 나약한 모습으로 정의 내려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삶의 어느 순간에는 길을 잃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무와 마주하며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묻게 됩니다. 어쩌면 방황이란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지나가야 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규원 시인의 시에는 그런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시인은 사람들이 쉽게 회피하거나 주시하지 않는 것에 다정한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불편하게 느꼈던 과한 따스함이나 무조건적인 긍정, 적극적인 관찰이 아니라 그것의 삶과 자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시각은 일견 차갑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가치를 잃었다고 타인에게 판단되는 것이 그 상황에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그대로 존중해주려는 듯, 같은 자리에 서서 시간을 보내고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으며 그려냅니다.
이 시집이 독자 여러분께 어떤 분명한 감각으로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래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알아차리게 되는 그런 시집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
마음을 파 묻어 놓았다
새벽 두 시 이불 안에서
침묵해야 해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밤이든 낮이든
쉬어가는 곳
원하지 않은 침묵 속에서
묵묵히 버티는 빈자리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규원
인간으로서 겪어야 하는 존재적인 부분과 역동적인 심리에 대한 생각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작가이다. 쓸모를 다하지 못하고 끝맺음을 맞이한 존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삶을 통해 자신을 조명하는 시선의 일부를 첫 단독 작품인 시선집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에 담았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 '아트인'(구 부평시인)에 속해 있으며, 로컬 문학지 '흩트리자'에서 활동 중으로 《흩트리자 2024》, 《흩트리자 2026》에서도 시 부분으로 참여하였다.
목차
08 슬픔은 알 수 없는 단어로 말한다
10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
11 증명되지 않은 꿈은 영원히 죽지 않아서
12 이끼엔 뿌리가 없다
13 매일 서리가 낀다
14 어지럼증후군
15 이사 첫날
16 골목엔 어둠이 있다
17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18 균열
19 사고는 끊이질 않고
20 닿지 않은 마음은 흔적으로 남아
22 책상 앞 평범의 하루
23 휘발성 기체
24 녹아내린 비누
26 방구석살이
28 공상 항해
30 상비약
31 방구석 공동묘지
32 순간
34 새벽 두 시 이불 안에서
36 도시의 끝단
37 내 잘못
38 친절의 죽음
39 닿아있지만 단절된
40 나는 내게 늘 착한 사람이어야 하니까
41 가득 찬 슬픔은 어디로 흘러가나요
42 쉬어가는 곳
43 서툰 돌보기
44 파리
45 생선은 날 싫어한다
46 균열은 매일 안쪽에서 조금씩 잡아먹는다
47 지독히 평범한 하루 끝에
48 파과
50 화분
51 누구나 그런 거라고
52 구석진 달
53 또 한 계절이 끝난다
54 슬픔은 결국 사랑의 동의어였다
55 침잠
56 슬픔은 알 수 없는 단어로 말한다
58 존재는 단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60 양
62 재가 되기도 전에
63 비둘기
64 둥근 죄
65 언젠가 볕 든 날
68 첫 발자국
69 존재확인절차무한반복
70 낮의 부유물
71 비가 지나간 땅 위를
72 확인 없는 걸음으로
74 늘
76 치워야 하는 날
77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은 척
78 개미와 나
80 회색에 대한 물음이 남긴 것
82 조금 더 애틋하면 좋을텐데
83 누가 그를 지하철역 고가 아래 두었나
84 진열장 건너 아는 사람
85 쓸모를 찾아야 했다
86 본의 아닌 오랜
87 속앓이
88 끝내지 못하고 남겨진
89 302
90 문을 두드린다
91 일광건조
92 싫은 날
93 의미를 갖기 위해 살아가는, 가여운 삶을 위해
94 흐릿한 경계 너머로
95 흔들거리는 위로
96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97 혼자 남은 오후
98 우산으로도 다 가릴 수 없던
99 놀이동산포옹사건
100 내가 되지 않은 나를 생각해
101 반각성상태
102 지독히 추상적인 나에게
103 빈칸으로 이루어진 질문에 답하시오
104 낮은 시선
106 침묵에 대한 변명
107 괜찮은 척
108 이지선 시인의 평론
116 출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