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도둑 떼가 보석이란 보석은 모조리 손에 넣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아무리 꽁꽁 단속을 잘해도 각양각색의 보석이 신기하게도 사자마자 사라져버렸다.”
(본문 중)
세 번째 권 《마담 스퀴데리》는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E. T. A. 호프만의 걸작이자 독일 최초의 범죄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루이 14세 시대의 파리를 배경으로 연쇄 살인 사건과 보석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궁정 시인 마담 스퀴데리가 사건의 진실을 파고든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범죄 그 자체보다 범죄를 둘러싼 인간 심리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호프만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예술과 집착, 사랑과 광기, 정의와 오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간의 내면을 그려 낸다. 추리와 범죄 수사의 요소를 갖추면서도 낭만주의 특유의 불안과 환상성을 잃지 않은 이 작품은 이후 탐정소설과 범죄소설의 원형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독일 최초의 추리소설, 근대 미스터리의 출발점
1819년에 발표된 《마담 스퀴데리》는 아직 탐정소설이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이전에 쓰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사건의 수수께끼를 중심에 두고 단서와 증언을 따라 진실에 다가가는 서사 구조를 보여 주며, 이후 근대 범죄소설과 탐정소설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독자는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며 진실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과 광기, 인간 심리의 미궁
그러나 호프만의 관심은 범인을 밝혀내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천재성과 집착, 선의와 악의, 정의와 오해가 뒤엉킨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누구도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으며, 저마다의 욕망과 두려움에 이끌려 예기치 못한 선택을 내린다. 이러한 심리적 깊이는 《마담 스퀴데리》를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문학 작품으로 만든다.
낭만주의가 빚어낸 어둡고 매혹적인 세계
무엇보다 《마담 스퀴데리》는 범죄와 추리의 긴장감 위에 낭만주의 문학 특유의 신비롭고 음울한 분위기를 더한다. 화려한 궁정 문화 이면에 감춰진 불안과 공포, 진실과 오해가 교차하는 파리의 풍경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현실과 환상, 이성과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호프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한 매력을 발휘하며, 왜 이 작품이 독일 문학과 범죄 문학의 고전으로 읽히는지를 보여준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은 ‘단숨에 읽는 손안의 고전’을 지향합니다. 고전을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 기획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주제 아래 작품을 선별한 하위 시리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의 깊이는 놓치지 않되,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만듦새까지 고려했습니다. 니케북스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니케북스의 ‘비명과 침묵’ 시리즈
공포와 미스터리,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고전들
니케북스 문학선 ‘비명과 침묵’은 미스터리와 공포 문학의 원형을 이루는 고전들을 새롭게 소개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설명할 수 없는 사건과 감춰진 진실,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공포에 매혹되어 왔다. 이 시리즈는 범죄와 추리, 기이한 환상과 심리적 불안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연을 탐색한 작품들에 주목한다. 오늘날의 추리소설과 스릴러, 호러 장르를 가능하게 한 상상력의 기원을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비명은 공포와 경악 앞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목소리이고, 침묵은 범죄와 죽음이 남긴 가장 완전한 흔적이다. ‘비명과 침묵’은 공포와 미스터리라는 두 장르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두려움의 순간과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사이에서 탄생한 고전들을 소개한다.
이 시리즈에 실린 작품들은 단순히 범인을 찾거나 공포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욕망과 광기, 죄와 양심, 이성과 미신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대와 언어를 넘어 살아남은 이 고전들은 오늘의 독자에게 여전히 낯설고도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작품의 역사적 맥락 및 장르적 의의를 짚어 주는 해설은 고전과 현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준다. 한여름 밤의 서늘한 전율부터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불안과 공포까지, ‘비명과 침묵’은 미스터리와 공포 문학의 가장 오래된 목소리를 현재로 불러오는 시리즈다.
가장 극심한 불신이 가장 신성해야 할 관계를 갈라놓았다. 남편은 아내가 무서워 벌벌 떨었고, 아버지는 아들이, 누나는 남동생이 무서워 몸을 사렸다. 친구가 차린 식탁이건만, 음식에도, 포도주에도 손대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농담과 웃음을 기대할 장소에서도 사나워진 눈빛들이 가면 쓴 살인자를 찾아 흘깃거렸다. 집안 가장들은 불안해서 일부러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식료품을 샀고, 혹시 자기 집에 악마 같은 배신자가 있을까 겁이 나서 여기저기 불결한 간이식당 주방을 빌려 직접 조리해서 먹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소용없을 때가 많았다.
마담 스퀴데리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 후작 부인에게 건넸다. 값비싼 장신구를 본 후작 부인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는 목걸이와 팔찌를 꺼내더니 창가로 걸어가서는 햇빛에 보석을 비춰보았고, 얽힌 사슬의 작은 고리 하나하나가 얼마만큼 놀라운 세공 기술로 만들어졌는지를 제대로 확인하려고 그 우아한 금장식들을 눈앞에 바짝 가져다 대고 살피기도 했다.
후작 부인이 갑자기 마담 스퀴데리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외쳤다.
“마담도 아시죠? 이런 팔찌, 이런 목걸이는 르네 카르디악이 아니면 그 누구도 만들 수 없어요.”
사실이 그랬다. 스퀴데리는 그 젊은 남자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모든 정황이 그에게 불리했고, 그런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는 세상 어떤 재판관도 라 레리와 다르게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들롱이 스퀴데리의 눈앞에서 생생하게 그려 보였던 그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온갖 나쁜 의심을 가려버렸기에, 그녀는 온 마음이 거부하는 증거를 믿기보다는 차라리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고 여기는 편을 택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E.T.A. 호프만
에드거 앨런 포, 도스토옙스키, 보들레르, 발자크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후기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호프만은 1776년 1월 24일 발트해 동남부 연안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났다. 두 살 되던 해에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는 큰아들을 데리고 인스터부르크로 떠났고, 어머니는 막내 호프만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가 살았다. 그 때문에 아버지의 존재를 알 기회가 없었을뿐더러, 큰형과도 거의 교류를 갖지 못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그의 문학 작품 곳곳에 반영되었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가문의 전통에 따라 쾨니히스베르크 법과 대학에 들어갔으나 법학보다는 예술에 관심이 많아 음악, 문학, 미술에 몰두했다. 열아홉 살이 되던 1795년 사법 시험을 통과한 후 쾨니히스베르크, 글로가우, 베를린을 거쳐 폴란드 지방에서 법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1806년 나폴레옹의 프로이센 침공 후 법관직을 잃고 밤베르크와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의 교회와 극장을 옮겨 다니며 음악단장, 연출가, 극작가, 무대 화가로 일했으며 생계를 위해 개인 지도까지 했다. 1814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 「운디네」가 대성공을 거두고, 첫 작품집 『칼로풍의 환상집』으로 ‘천재 작가’라는 명성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낮에는 법원의 판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창작에 몰두했는데, 이 시기에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푸케, 브렌타노 등 당대 낭만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세라피온의 밤’이라는 문학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1822년 심각한 병을 얻어 전신 마비 상태에서 「사촌의 구석 창문」을 구술하며 집필 작업을 이어 가던 중 목까지 마비 증세가 왔고, 결국 6월 25일 타계했다. 주요 작품으로 『밤 풍경』, 『악마의 묘약』,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브람빌라 공주』, 『벼룩 대왕』, 『칼로풍의 환상집』, 『세라피온의 형제들』 등이 있고, 작곡가로도 활동하며 기악곡, 성악곡, 오페라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