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서울은 한국 곳곳 익숙한 거리의 장면들이 한데 뒤섞여, 오히려 그 고유한 특성이 잘 보이지 않는 도시다. 『서울 현상 Seoul Phenomena』은 그 익숙함을 낯설게 되돌려주는 책이다. 서울 안팎에서 활동해온 여덟 저자는 외부자의 거리와 내부자의 밀도를 동시에 지닌 시선으로, 압축 성장 이후에도 계속해서 증식하고 충돌하며 재조립되는 서울의 현재를 추적한다.
서울은 단일한 풍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현상’의 집합이다. 『서울 현상』은 익숙한 도시의 표면을 벗겨내고, 종로 골목을 가로지르는 삼륜차, 틈에 기생하는 반지하와 옥탑방, 지하상가나 대단지 아파트 등 우리의 눈에 익은 장면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서울의 심층을 포착한다. 건축가, 아트디렉터, 사진가로서 여덟 가지 현상을 포착한 저자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 아니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정의로 환원하지 않고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읽어낸다. 그 첨예한 관찰은 서울을 혼란이 아닌 정교한 논리의 장으로 드러내며,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도시의 리듬과 잠재를 감각적으로 환기한다. 이 책은 서울을 설명하지 않는다. 여덟 저자의 눈을 빌려 서울을 다시 보게 만든다.
종로 인쇄 거리를 누비는 삼륜차는 도심 제조업의 보이지 않는 동맥을 드러낸다. 반지층과 옥탑방은 도시의 결핍을 파고들며 기생적인 주거의 형태로 증식하고, 거리와 광장의 기능은 건물 내부와 지하철 역사 안으로 스며들며 우리의 삶을 점점 더 ‘천장이 있는 도시’ 속으로 이끈다. 빠른 개발 속에서도 도심에 남겨진 ‘작은 산’들은 서울의 밀도와 저항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매일의 사진 기록은 흘러가는 일상을 시간의 층위로 쌓아 올리고, 웨딩홀이나 장례식장처럼 삶의 의례를 압축한 ‘원스톱 건축’과 국가적 주거 형식이 된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의 사회적 규범과 생활 방식을 공간 안에 새긴다. 여기에 디지털 이미지 위에서 다시 편집되는 도시의 기록까지 더해지며, 서울은 물리적 장소이자 가상의 풍경으로 동시에 작동한다.
『서울 현상』이 펼쳐 보이는 여덟 개의 장면은 서로 충돌하고 교차하며 하나의 답으로 닫히지 않는다. 이 책은 독자를 서울의 표면 너머로 데려가, 도시를 다시 보고 다시 해석하게 하는 열린 감각의 장으로 이끌 것이다.
출판사 리뷰
『서울 현상』은 압축 성장의 시간을 통과하며 끊임없이 변형되고 증식해온 도시 서울의 현재를 추적한다. 전 세계가 서울의 도시성에 주목하는 지금, 이 책은 역사적 개관이나 지역별 안내, 개별 건축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서울이라는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 일상의 틈에서 솟아나는 구조, 사적 공간이 공적 경험으로 전환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외부자의 거리에서 내부자의 밀도로
서울의 보이지 않던 구조를 해체해 읽다책의 중요한 축은 서울을 오래 관찰해온 외국인 건축가, 연구자, 디자이너, 작가들의 시선이다. 이들은 서울 바깥에서 온 낯선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되, 단순한 이방인의 인상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안에 깊숙이 머물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았던 장면과 구조를 다시 드러낸다.
건축가, 도시연구자, 큐레이터, 디자이너, 작가, 촬영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은 서울을 하나의 완결된 도시가 아니라 끊임없이 충돌하고 덧대어지고 재조립되는 거대한 현상으로 읽어낸다. 이들의 시선은 도시의 표면을 훑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서울의 내부를 가르고 펼치며 익숙하다고 믿어온 풍경 아래 숨어 있는 작동 방식을 해체해 독해한다.
저자 여덟은 각자의 감각과 언어로 서울에 접속한다. 임동우는 도시 현상의 구조를 읽어내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모토엘라스티코는 지역의 관습과 일상을 유희적으로 비트는 디자인적 감각으로, 마크 브로사는 표준화된 주거와 도시 형식의 사회적 작동 방식을 통해 서울을 바라본다. 김소영은 건축의 경계를 확장하는 학제적 사유로, 제프리 타이는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시간과 장소를 가로지르는 도시의 미시적 역사를 추적한다. 라파엘 루나는 인프라와 메가스트럭처의 관점에서, 제랄딘 보리오는 서울 곳곳에 남은 작은 지형과 틈의 감각을 통해, 닐스 클라우스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공간과 일상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서울 현상’ 아카이브
익숙한 도시를 읽는 여덟 가지 새로운 방식책은 먼저 종로 인쇄 거리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종이 더미와 인쇄물이 층층이 쌓인 가게 앞, 기계 소리와 오토바이 소리가 뒤섞인 거리 사이로 오래된 삼륜차가 오간다. ‘멸종 위기 종’이 되어가는 이 작은 이동 수단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에서 작동해온 이동식 생산 체계이자 한 시대를 이끈 제조 산업의 유통 구조를 보여주는 도시의 장치다. 이어 책은 서울의 주거가 어떻게 정해진 틀을 벗어나 기생적으로 확장되어왔는지 살핀다.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반지하 공간, 주차장 방, 옥탑방은 임시적이고 예외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서울에서는 하나의 독특한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세 번째로, 빽빽한 도심의 외부 공간이 건물 내부로, 지하철 역사 안으로 스며드는 장면 또한 주목한다. 길과 광장, 상업과 이동의 기능은 점차 실내로 옮겨가며 서울의 공간 감각을 다시 짜고 있다. 서울 곳곳에 남아 있는 자연 지형, ‘작은 산’ 역시 서울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다른 대도시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울퉁불퉁한 땅의 흔적은 급속한 개발 속에서도 완전히 평탄화되지 않은 채 살아남은 도시의 물리적 기반이다.
책의 중반부에는 외국인 사진가가 서울에 살며 매일 촬영한 사진 일기가 등장한다. 도시를 하루 단위로 기록하며 서울을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계속 변하는 연속적 장면으로 읽어낸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장에서는 웨딩홀, 장례식장, 산후조리원 등 의례가 집약된 건축 형태를 통해 사회적 행위와 규범이 어떻게 공간 안에 고정되는지를 보여주고, 국가 주도로 표준화된 대단지 아파트에서의 삶의 단상을 보여준다. 아파트는 균질한 주거 모델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언제나 예외와 변형이 발생한다. 획일적인 시스템 속에서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공간을 조금씩 바꾸고, 때로 예상 밖의 사용법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책은 디지털 환경과 물리적 도시가 겹쳐지는 사이버스케이프를 따라간다. 온라인 지도, 가상 이미지, 플랫폼, 데이터가 실제 거리와 건물, 사람들의 이동과 맞물리면서 서울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듯 제도와 문화, 구조 안에서 변화를 좇고,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작동하는 도시 경험 속에서 『서울 현상』은 오늘의 서울을 복합적인 감각의 장으로 포착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덟 가지 장면, 그리고 여전히 생성되고 있는 수많은 현상이 만드는 도시의 몽타주는 서울의 표면을 넘어 깊숙한 이면을 비춘다. 아울러 표지를 감싼 PVC 커버의 촉감, 조각조각 이어 붙인 듯 전개되는 페이지의 흐름은 책 자체를 또 하나의 도시적 경험으로 만든다. 독자는 『서울 현상』을 읽는 동시에 만지고, 넘기고, 헤매며, 마침내 물성으로 구현된 서울과 마주하게 된다. 급격한 시대 변화의 흐름 속에서 폭발적으로 압축된 불규칙한 파편의 조합으로서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서울. 이 책은 서울을 읽는 하나 이상의 방법을 제안하며, 서울을 관찰하는 독자가 또 다른 해석을 시작할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서울은 분명 하나의 경이로운 장소다. 최근 한류의 세계적 확산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국제적 무대 위에 올려놓았고, 서울의 풍경을 세계적으로 익숙한 이미지로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대중들에게 서울의 매력이 증폭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에 가깝다. 보다 깊은 차원에서 보자면, 서울은 해방과 저쟁 이후 지난 80여 년 동안 쉼 없이, 그리고 압축적으로 진화해왔다. 빠른 발전의 속도는 다른 도시들과 구별되는 서울만의 고유한 도시적 특질을 낳았고, 그것은 한국 사회의 깊은 층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서문」
이렇게 모은 여덟 개의 관찰은 하나의 정제되고 통일된 서울의 모습을 만들어내고자 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서로 다른 결을 지닌 현상들의 모자이크로서 그려낸다. ... 복잡한 대도시를 하나의 시선으로 포획하려 하기보다, 우리는 이 상이한 관찰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독자는 스스로의 해석과 서사를 구성하게 된다. 독립된 실타래들을 엮어 하나의 서사로 조직할 수도 있고, 혹은 하나의 현상 속으로 깊이 침잠해 전혀 다른 관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서울은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기보다 다양한 독해를 요청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서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임동우
건축사사무소 프라우드(PRAUD)의 소장이자 DOMANSA의 디렉터이며, 홍익대학교 부교수다. 새롭게 등장하는 도시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공적 영역에서뿐 아니라 사적 영역에 위치하는 건축이 어떻게 새로운 공공 공간과 집합적 도시 경험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지를 실험한다. 2013년 미국건축가연맹(AIA)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황금사자상을 받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다. 또한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기획 전시 ‘평양 살림’과 2019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의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고, 2023년 대구 국제 도시설계 스튜디오의 총감독을 역임했다.
지은이 : 라파엘 루나
건축가이자 연구자, 교육자다. 건축사사무소 프라우드의 소장이며, 시드니공과대학교의 시니어 렉처러이자 인프라아키텍처랩(Infra-Architecture Lab)의 디렉터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건축학 석사를, 스위스 멘드리시오건축아카데미(Accademia di Architettura in Mendrisi)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 미국건축가연맹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업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베니스비엔날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서 전시되었고,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는 도시전 공동 큐레이터로도 참여했다. 국제적인 건축사사무소들과 협업해왔으며,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과 한양대학교에서 강의한 이력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 『Seoul: Of Islands and Megastructures』(2024)가 있으며, 《MONU》 《Topos》 등의 건축 및 도시 전문 저널에도 기고했다.
지은이 : 제랄딘 보리오
스위스 건축가이자 연구자 겸 작가다. 그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RMIT)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홍콩대학교와 샤르자 아메리칸대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과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홍콩에서 패러렐랩아키텍처(Parallel Lab Architecture)를 공동 설립했으며 도쿄, 베이징, 홍콩의 건축사사무소들과 협업했다. 『서울의 작은 산』(안그라픽스, 2025) 『Looking for the Voids』(Park Books, 2023)의 저자, 『Hong Kong In Between』(Park Books, 2015)의 공동 저자다. 그의 작업은 서울역사박물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홍콩 M+ 뮤지엄 등을 비롯해 로테르담, 베이징, 서울, 취리히, 뉴욕 등지의 비엔날레와 전시에서 소개되었다.
지은이 : 모토엘라스티코
시모네 카레나와 마르코 브루노가 설립한 서울의 공간 연구소다. 현재는 김민지와의 협업을 통해 운영되며, 건축, 인테리어, 공공 디자인, 전시 및 예술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캘리포니아에서 전문성을 확장한 뒤 2001년부터 한국에 기반을 두었으며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역의 관습과 행태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이를 유희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들의 작업은 다수의 권위 있는 국제 전시에 소개되었으며, 시모네 카레나와 마르코 브루노는 현재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교 카타르 예술대학에서 전임 디자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이 : 마크 브로사
스페인 등록 건축가이자 도시연구자로 대규모 주거와 표준화된 도시 형태가 일상과 환경에 작용하는 사회적·정치적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부교수로 재직하며 연구, 교육, 비판적 설계를 아우른다. 카탈루냐 공과대학교(Polytechnic University of Catalonia)에서 건축 및 도시학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도시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업은 2014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국관에 소개되었으며, 국제 학술 매체에도 발표되었다.
지은이 : 김소영
한양대학교 교수이자, 학제 간 연구 및 디자인 실천을 수행하는 아키텍처 랩+의 디렉터다. 비판적 사고, 개념적 엄밀성, 그리고 비전통적인 해결 방식을 통해 건축의 경계를 확장하며, 건축 유형과 도시 조건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재료, 시공 방식을 모색하는 연구와 교육을 전개한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가연맹(UIA) 총회 등에서 워크숍과 전시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 협업을 이끌어왔다. 웰즐리칼리지에서 학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한 뒤 건축사사무소 스키드모어, 오윙스앤드메릴(Skidmore, Owings & Merrill), 페이코브프리드앤드파트너스(Pei Cobb Freed & Partners), 겐슬러(Gensler) 등에서 실무를 수행하며 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에 걸친 수상 경력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은이 : 제프리 타이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는 도시의 변화 과정에 주목하며, 미완성 상태의 도시를 건축의 실천 방식을 형성하는 핵심 조건이자 공정하고 자율적인 미래의 기반으로 본다. 해당 연구는 《Environment and Planning B: Urban Analytics and City Science》에 게재되었으며, 뉴사우스웨일스 건축사 등록위원회의 지원을 받았다. 『서울 현상』에 수록된 그의 글은 한국 서울에서 9개월간 수행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넘어 가상에서 물리적 실재로 이어지는 미시적 역사를 추적한다. 그는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와 시드니공과대학교에서 건축 환경을 가르치고 있으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바이에라 해들리 트래블링 장학금(Byera Hadley Travelling Scholarship)과 호주-덴마크 다학제 교류 프로그램 MADE(Multidisciplinary Australian Danish Exchange) 장학금 수혜자다.
지은이 : 닐스 클라우스
연출, 사진 촬영, 편집 작업을 겸하는 촬영감독이다. 독일 출신으로, 2005년 베를린에서 서울로 이주해 서로 다른 문화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20년에 가까운 경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브랜드, 에이전시, 프로덕션과 협업하며 브랜디드 콘텐츠, 광고, 다큐멘터리, 예술 분야를 넘나든다. 그의 작업은 공간과 건축에서 출발해 환경이 인간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며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정제된 영상미, 절제된 유머가 특징이다.
목차
서문
- 임동우, 마르코 브루노
종로의 삼륜차
- 모토엘라스티코
서울 기생유형
- 임동우
안으로 들어간 서울
- 라파엘루나
서울의 작은 산
- 제랄딘보리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 닐스클라우스
원스톱 건축
- 김소영
새로운 주거성
- 마크브로사
서울 사이버스케이프
- 제프리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