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았던 이성호 시조 시인이 그동안 각종 지면에 발표해온 시평들을 모은 평론집 『베풂과 비움의 미학』(작가마을)을 펴냈다. 이성호 시인은 40여 년 교직자로 봉직하면서 1976년 <소년조선일보> 시 발표, 1982년 《시조문학》 천료를 받아 등단하여 45년의 문단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성호 선생의 평론집 1부는 평소 관심을 가져온 ‘고운 최치원 선생의 생애와 사상’, ‘동방의 등불 유불선’, ‘퇴계의 교육사상과 경의 실천’ 등 유학과 역사비평을 펼치고 있으며 2부는 ‘시조의 문학적 의의와 창작’, ‘시적 장치로서의 패러디’, ‘시조의 미래를 위한 몇가지 제언’ 등 시와 시조 창작의 기법을 전한다.
또 3부에서는 김춘수, 유치환, 김수영, 에즈라파운드, T.S엘리엇, 신동엽 등의 시를 읽는 ‘명시산책’을 하고 있으며 4부에서는 헤르만헤세, 릴케, 톨스토이, 장자크 루소, 괴테 등 명작 소설에 대한 평가를, 5부에서는 시집과 수필집 등의 해설과 각종 문예지 신인상 심사평 등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서는 ‘한국현대시 100년의 흐름과 전망’에 대하여 논고하고 있다.
평론집을 발간한 이성호 시인은 “내 평생의 문학적 정서들이 배어든 평론집”이라며 “현대 한국문학은 지난친 수사의 남발로 시가 어려워져 독자들과 괴리감을 던지는 만큼 서정성이 보다 더 넓고 감성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전古典, 그 베풂과 비움의 향기 Ⅰ 고전古典은 한마디로 말해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어 높게 평가된 저술이나 작품을 말한다. 그 속에는 인류의 염원인 꿈과 행복, 이상과 평화에 대한 그리움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그것은 보다 나은 인간의 삶에 대한 가치나 철학을 추구하고 탐색한 결과로 얻어진 값진 정신적 결정結晶의 산물이다. 고전古典은 일반적으로 문자로 기록된 인간의 총체적 문화의 유산이기 때문에, 그것이 문학 작품이 아닌 경전經典이나 역사물, 전기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를 한정하여 말할 수는 없지만, 해석에 따라 광의의 문학 작품에 포함 시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예로 성현의 아름다운 행적을 담은 경전經典의 경우, 그것이 사실이나 경험을 역사적으로 유추하여 기록한 내용이라 해도, 행적을 더듬어 나가는 가운데 엮은이의 사상이나 철학이 담길 수 있고, 표현이 지닌 특수성으로 하여 작가의 상상이나 추측에 의한 수사修辭의 꾸밈이 있을 수 있다. 설사 엮은이의 주관이 없다 하더라도 불경佛經의 반야심경般若心經이나, 성경聖經의 시편詩篇, 노자老子나 장자莊子의 사상을 담은 내용은 시詩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의 역사가나 비평가들은 오랫동안 공자孔子나 노자老子를 위대한 사상가나 시인으로 보았으며, 소크라테스의 경우 그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엮은 ‘향연’이나 ‘파이돈’은 사상서思想書 라기보다는 문학작품으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문학의 본질을 말할 때, 그것은 흔히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하여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담은 예술이라 한다. 문학은 언어로 만든 집이며, 삶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과 같다. 문학을 집이나 거울에 비유한 것은 그것이 드러내는 삶의 다양한 모습으로 하여, 문학예술이 갖고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만들어지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창조된다는 점이다. 르네 웰렉은 그의 역작 『문학의 이론』에서 문학에서 추구하는 세계는 현실의 세계 그 자체가 아니고, 현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虛構, fiction)의 세계라 했다. 문학작품이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창작된 것이라 해도 근본적으로 사실과는 다르며, 논리나 설득을 전제로 한 철학이나 사상과도 관점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진리나 가치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나 해석도 직접적인 판단의 방법을 쓰기보다는 되레 함축적으로 둘러서 내리는 경우가 많다. 문학 작품은 작가가 지닌 꿈을 구체화한 것이다. 주관적인 서정시抒情詩의 경우도 시인이 말하는 화자話者는 시인의 기질이나 가치관에 따라 달라, 작품 속에서는 어디까지나 상상의 나요, 가상假像의 나가 되는 셈이다. 르네 웰렉은 이를 가리켜, “작가는 어디까지나 진리의 발견자가 아니고, 진리의 전달자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학이 설령 허구나 가상의 세계를 그려 보여주는 것이라 해도, 사상가나 과학자들의 철학이나 견해를 끌어와 문학적 수사를 통해 진리를 구현하거나 해석한 경우는 많고, 작품이 지닌 성격에 따라 그 나름의 독특한 예술적인 성격을 띨 수가 있다. 그러한 경우, 그것이 예술로서의 가치와 속성을 지니며, 동시에 체계적, 공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지식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학의 본질은 그 효용, 곧 작위作爲하는 행위나 동작으로부터 생긴다. 문학이 종교나 철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진리나 가치를 통찰洞察하고 계시啓示하는 일련의 기능으로 하여, 감성과 지적 작용을 자극하여 그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문예비평가인 롱기루스의 말처럼, 위대한 작품일수록 작가는 작품을 구상構想하는 뛰어난 눈으로 세상을 바라다보고,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나 덕목은 말할 것도 없고, 인류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위대한 사상이나 관념을 담는 경우는 많다. 그러므로, 문학은 고전古典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이 되면서, 동시에 역사나 전기와 같은 비문학적 글이나 성현의 행적을 적은 경전經傳의 사상이나 철학까지 작품 속에 드러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Ⅱ 고전古典은 인간이 걸어갈 바탕이 되는 가치와 철학을 일깨우는 교과서다. 그것은 오랜 기간을 두고 검증받은 인간 정신의 산 기록으로, 인류가 가꾸고 보전하여 남겨진 값진 재산이다. 대개 고전이라 할 때, 보통 그것이 기록으로 등장한 이후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하지만, 적어도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은 흘러야된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오래된 책이어야 고전으로 대접을 받는다 했고, 일본의 문예비평가인 다치바나 다카시 같은 이는 적어도 500년 정도의 시간 속에서 검증을 받아 후세에 남겨진 작품이라고 했다. 고전古典은,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결정체이기 때문에, 그것의 부활은 필연적으로 시대를 투시하고 난국을 타개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변화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일본의 과학자인 이토 준타로가 엮은 『과학기술사사전』에 보면, 과학기술의 발전과 노벨상 수상에 대한 연구 기록을 소개한 가운데, 인류 역사상 과학기술이 가장 발달된 시대로 조선조 세종대왕 때를 든다. “조선의 세종대왕 때는 지금으로 쳐서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이 21건, 같은 시기 유럽 아랍 전 지역을 통틀어 19건, 중국은 4건, 일본은 0건이라는 사실을 들고 누구보다도 세종대왕은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게 된 그 바탕으로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들었다.” 무수한 과학 기계의 발명이나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의 창제도 이런 바탕 위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옛날 서당식 교육에 비하여 인성 계발을 위한 가치 교육의 측면에서 오히려 반성의 여지가 더 많다고 한다. 합리적인 사고, 창의성 계발을 위한 ‘리딩으로 읽기’(이지성)나 토론의 문화가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도 예외가 아니다. 핍박받던 오랜 역사 동안 그들의 2세를 위해 ‘꿈과 인문학’을 민족의 운명을 되찾는 목표로 정하여 가르쳐 온 유대 민족의 교육이나 최근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하는, 교실 밖에서 배우게 하는 핀란드 교육은 우리로서는 눈여겨 봐야 할 일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보통 교육의 과정에서 많은 학교가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달달 외우며, 토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화대혁명으로 치닫던 지난날의 중국이 아니며, 하루가 다르게 날로 발전하여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고思考는 행동이나 말의 모태다. 사고의 구조는 뇌 회로의 질을 결정짓게 되며, 철학哲學이나 문학文學과 같은 인문학人文學의 튼튼한 기초 위에서 재생되고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으로 바꿔 갈 수 있다. 문학 공부는 일반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연구의 분야와 같이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체계적인 읽기와 짓기, 문학 외적 관련 학습을 통한 다른 예술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부와 함께 인간의 내면을 다듬는 성찰과 자기 수양을 필요로 하는 공부다. 체험도 중요하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베풂, 자기만의 사상과 가치에 대한 철학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는 공부다. 고전古典을 선택하여 즐겨 읽는 것은 그 과정의 하나다. 우리는 고전을 통하여 폭넓은 지식을 기르고, 풍부한 덕성의 함양과 함께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워 문학 하는 공부의 기초를 쌓아야 한다. 역사의식이나 시대정신을 기르는 가치관 교육에 있어서도 전기傳記나 역사歷史와 같은 고전을 통하여 그것을 통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힘이 생겨, 역사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의 경우와는 다른, 더 깊은 효과를 기할 수도 있다. 물론, 문학 작품의 경우는 작가의 주관이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의 의식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변화를 겪기 때문에, 역사적 사고력이나 판단력은 어디까지나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하여 종합적 체계적으로 길러야 하는데, 관점의 서술이나 표현에 있어, 역사적인 오류를 빚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전보다는 현대의 문학 작품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데, 한 예로,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김훈의 장편 역사소설 『칼의 노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2001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은 그 뒤 100만부 이상 팔려, 그로 하여금 소설가로서 명망을 드높인 책이다. 나로서도 이 책을 읽고 읽었던 것은 이야기를 엮어가는 작가의 문장 표현이나 입체적인 소설 구성의 기법으로 역사물인 ‘난중일기亂中日記’를 읽을 때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역사의 수렁에서 민족을 구한 성웅聖雄의 인간으로서의 남다른 훌륭한 모습을 생생하게 파헤친 것이나, 마치 시를 읽는 듯 명품 문장은 나를 사로잡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성호
경남 진주(대곡면 마진리)에서 태어나 진주 대곡중, 동래고,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과,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행정을 전공했다. 동래교육청, 남부교육청 학무국장을 역임하고 화명고, 부산남일고, 기장고 교장으로 퇴임하기까지 40여 년을 교직생활을 해왔다. 1976년 《소년조선일보》에 시를 발표한 바 있으며, 1982년 《시조문학》 천료, 1986년 《시와의식》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저자는 퇴임 후 18년간 매일 글쓰기와 강의를 하면서 독후감과 평설 등을 발표해왔다. 저서로는 시집 『토끼의 발톱에 이는 구름』, 『은유의 힘』, 시조집 『구룡폭포에 오르며』, 『꽃물 든 탑을 보며』, 『도덕경을 읽는 나무』, 칼럼 및 수필집 『행복은 소리없이 온다』 등이 있다. 또한 《청람문예》, 《문학가연》, 《일요취미보》, 《부산진구문화예술협회지》 등의 창간에 참여하였으며 부산일보, 국제신문, 대학학보 등에 문학작품을 발표해왔다 특히 FM 원음방송에 2년간 자신의 칼럼을 낭독발표하기도 했으며 부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시단 작가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했다.
목차
글머리에 / 월아산月牙山에서 본 물돌이 마을
문학(시)이 지향할 새로운 방향
총론 / 고전古典, 그 베풂과 비움의 향기
<제1부> 유학儒學과 역사 비평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의 생애와 사상
『동방의 등불』과 유불선儒佛仙
문명사의 대전환과 ’동방의 빛‘
한글 창제의 바탕이 되는 정신과 원리
퇴계退溪의 교육 사상과 경敬의 실천
임진왜란과 유성룡柳成龍의 징비록懲毖錄
여중군자女中君子 장계향張桂香의 생애와 사상
공자孔子의 인仁과 노자老子의 도道
고당봉姑堂峰의 본 이름은 고당봉高幢峰
우범선의 아들 우장춘禹長春과 자유천慈乳泉
역사의 통한痛恨, 어느 사형수의 유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을 보는 눈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R. 타골의 ‘기탄잘리’)
자랑스러운 재령인 퇴계학연구원 이사장 이용태李容泰 박사
<제2부> 시, 시조 창작 기법
시조 생활과 교육
시조의 문학적 의의와 창작
시와 시조의 창작과 감상에 대한 소고小考
시(시조) 창작 기법의 두 축, 묘사와 진술
시(詩, 時調, 漢詩)의 종자와 만남
시적 장치로서의 패러디(parody)
우리 시의 핵심은 시조
시조의 미래를 위한 몇 가지 제언提言
부모의 바람직한 자녀교육을 위하여
공맹孔孟과 노장老莊을 중심으로 한 독서지도
<제3부> 명시 산책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
유치환의 「낙엽」 , 「바위」
김수영의 「이」, 「공자의 생활난」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정거장에서」
T.S. 엘리옷의 「황무지(The Waste Land)」
서사시, 신동엽 「금강」의 바탕이 된 정신과 바른 자세
<제4부> 소설 읽기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릴케의 『말테의 수기』
소설 『페스트』 다시 읽기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장 자크 루소의 『에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트의 수업시대』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신화神話가 된 나림那林 (이병주)
<제5부> 서평 및 작품 해설
김민한 교수, 제3수상집 『계절마다 영그는 보람』
성해준 교수, 『일상 속의 인문학』
이호진 교장 수필집 『사랑방』, 이 시대 깨어 있는 목소리
엄영섭 교장, 시집 『장독마다 어머니 손길』
가슴을 울리게 하는 시대 정신의 절창
-내용적 측면에서의 시조 쓰기
시적 형상화形象化를 통한 시조의 서정적 동일성
작품 속의 보물을 찾아가는 즐거움
자연 친화적 교감을 통한 시적 인식의 미학
-이효순 시인의 문학세계
『시적 형상화를 위한 영감의 발견과 소통의 미학』
-박우지아 시조세계
시적 자아의 비판적 사고 -문학도시 신인상(시) 심사평
부산시단 작가상(시, 수상작) 심사평
부산시조(54호) 신인상 심사평
시조문학(50호) 신인상 심사평
문학가연(제3호) 수필, 신인상 심사평
문학가연(제4호) 시, 시인인상 심사평
작품해설: 르메트르의 우주
<제6부> 한국 현대시 100년의 흐름과 전망
한국 현대시 100년의 흐름과 전망
한국 현대시의 과제와 전망
회고담: 임원택 교장 선생님 꿈과 현실과 유머의 3박자三拍子
회고담: 호호 통재라, 존경하는 스승님 별세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