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거친 민속놀이에 불과했던 축구는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집단적 감정을 흡수하며 세계적인 스포츠로 성장했다. 오늘날 월드컵은 단순한 경기 이벤트를 넘어 정치와 자본, 국가 정체성과 대중심리가 복잡하게 맞물리는 거대한 문화 현상이 되었다. 한국 사회 역시 축구를 통해 시대의 열망과 불안을 드러내 왔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은 외환위기 이후 사회 전반에 쌓여 있던 피로와 불안을 공동체의 거대한 에너지로 전환한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처럼 축구는 단순히 시대를 반영하는 스포츠를 넘어, 사람들의 감정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내고 증폭시키는 사회적 기술로 기능해 왔다.
《세트플레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축구의 탄생과 진화, 월드컵의 정치학, 리그 승강제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 팬덤과 거대 자본의 역학 관계를 폭넓게 탐구하며, 축구가 어떻게 집단적 열광과 공동체의 감각을 만들어내는지 추적한다. 동시에 변화하는 팬 문화와 미디어 환경 속에서 경기장의 함성과 승패 뒤에 숨어 있는 권력과 자본의 흐름, 지역과 세대의 감정, 그리고 시대의 욕망을 읽어내며, 축구를 통해 현대 사회의 작동 원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세트플레이》는 축구 팬에게는 익숙한 장면을 새롭게 읽어내는 지적 즐거움을, 사회와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출판사 리뷰
경기장 바깥의 전술
축구와 사회의 세트플레이는 어떻게 전개되는가?
공, 인간의 욕망을 담아내는 그릇사람들은 왜 고작 공 하나의 궤적에 울고 웃는가. 국가는 왜 월드컵에 거대한 서사를 부여하고, 자본은 왜 이 그라운드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붓는가. 팬들은 왜 특정 클럽의 역사에 자신의 정체성을 통째로 투영하는가.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역학 관계를 가장 정교하게 보여 주는 하나의 '사회적 포메이션'으로 바라본다. 그라운드 안의 전술을 넘어, 그 바깥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정치·경제·대중심리의 역동적인 세트플레이를 날카롭게 추적한다.
축구는 가볍게 소비되는 오락 같지만, 한 사회의 숨은 구조를 드러내는 가장 솔직한 장치다. 승리는 공동체의 자부심으로 치환되고, 패배는 시대적 좌절의 알리바이가 된다. 사람들은 스코어 너머의 서사를 갈망하며, 그 안에서 소속감과 위안을 획득한다. 책은 축구가 어떻게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 에너지를 결집해 내는지, 한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시대의 공기마저 흔드는지 파고들며 우리 삶의 본질을 흥미진진하게 증명해 낸다.
경기장, 시대를 연출하는 무대거친 민속놀이에 불과했던 축구는 산업화 시기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감을 흡수하며 세계적인 스포츠로 진화했다. 이제 월드컵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국가 정체성, 정치 권력, 자본과 미디어가 치열하게 격돌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한국 사회 역시 축구라는 캔버스 위에 시대의 열망과 불안을 고스란히 투영해 왔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외환위기(IMF) 직후의 불안과 피로를 공동체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치환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광장에 모인 개인들은 서로 연결되는 감각을 확인했고, 축구는 시대의 사회적 부채를 잠시나마 탕감해 주는 장치가 되었다.
《세트플레이》는 축구의 탄생과 진화부터 월드컵의 숨겨진 정치학, 리그 승강제에 투영된 공정성 논란, 팬덤과 거대 자본의 냉혹한 비즈니스까지 폭넓게 탐구한다. 나아가 유럽 축구 산업의 거대화와 미디어 환경의 재편, 일상 속 생활체육의 확산 속에서 앞으로 한국 축구가 마주할 미래의 지향점까지 함께 조망한다.
축구, 사회적 감정을 조직하는 기술이 책은 축구 규칙이나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축구라는 프레임을 통해 현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대중이 서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들여다본다. 그라운드의 뜨거운 함성 뒤에는 언제나 시대의 흐름, 권력의 계산, 돈의 흐름이 짜인 각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축구는 단순히 대중의 감정을 받아내는 수동적인 거울이 아니다. 때로는 흩어진 개인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고, 공동체의 분위기를 증폭시키며, 시대의 불안을 집단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고도의 사회적 기술이다. 월드컵의 열광, 지역 연고의 자부심, 팬덤 문화의 결속력은 모두 정교하게 설계된 사회적 전술의 결과물이다.
독자는 축구의 역사를 따라가며, 결국 축구란 공놀이를 넘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거대한 문화적 장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공의 움직임에 몰입하던 순간에도, 사실은 한 시대의 감정과 욕망, 그리고 사회의 흐름이 함께 조직되고 있었던 셈이다.
I부. 기원
축구는 어떻게 인간을 사로잡았는가
1 축구는 왜 전쟁보다 강렬한가 다른 지역에도 축구와 유사한 놀이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공을 차고 놀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기원전 6~7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는 오늘날의 럭비나 미식축구와 유사한 하파르스톤(Harpaston)이라는 경기를 즐겼다고 한다. 실제로 그리스 무덤에서 발견된 기원전 5세기경 대리석상에는 무릎으로 공을 다루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또 고대 로마에도 하르파스툼(Harpastum)이라는 공놀이 경기가 있었으며, 율리우스 카이사르나 네로황제 등도 이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마찬가지로 남미와 우리나라, 일본 등에서도 축구와 유사한 놀이의 흔적이 발견된다. 따라서 축구와 유사한 놀이는 고대부터 거의 전 세계에 걸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축구 금지령기록으로 보아 축구의 인기가 특히 높았던 곳은 중세 시대의 유럽이었다. 축구는 주로 마을 간의 대결로 진행되었다. 축구의 인기가 너무 높아 1349년에는 에드워드 3세가, 1410년에는 헨리 4세가, 1547년에는 헨리 5세가 그랬듯이 국왕들이 수시로 축구 금지령을 내려야 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국왕들은 왜 축구를 싫어했을까?
명목상의 이유는 축구를 하는 중에 폭력이 난무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이를 즐기다가 무질서가 발생한다든지, 축구를 하느라 군사 훈련이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그 밑에 깔려 있는 실제적인 이유는 축구를 하기 위해 모인 민중이 민란의 주체가 되는 것을 우려해서였다. 민중을 억압하는 전제군주 체제에서 허락받지 않고 그래서 통제되지 않는 민중의 모임은 항상 위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 금지령이 수시로 내려졌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해 보면 금지령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았음을 말한다. 축구는 처벌을 무릅쓰고라도 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놀이였던 것이다.
축구 금지령이 영국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19세기까지 프랑스의 브르타뉴와 피카르디 지방에서 성행하던 술(soule)은 참가자 수, 경기 시간, 경기장 규격 등도 없이 그저 신체적인 수단을 모두 사용하여 술이라 불리는 공을 적진에 옮겨 놓는 경기였는데, 경기가 워낙 격렬하다 보니 역시 당국이 금지령을 내리곤 했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지방에서는 축구를 칼슘이라고 불렀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에 따르면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열렬한 축구팬이었고,《군주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도 축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심지어 클레멘스 7세, 레오 9세, 우르바노 8세 등 근엄함을 상징하는 교황들도 축구를 즐겼다고 한다.
술은 나무로 된 공, 혹은 건초·머리카락·동물의 방광을 채워 넣은 가죽 공을 사용했으며, 발뿐만 아니라 손, 막대기(crosse)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세까지 즐겼던 축구가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축구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세 시대의 축구는 공을 차거나 밀거나 들고 뛰어서 상대 마을의 목표 지점으로 옮긴다는 정도의 규칙만 따를 뿐 정해진 경기장도 없었고, 참가 인원의 제한도 없었으며, 심판도 없이 몸싸움이나 주먹질, 발로 차기 등을 모두 허용하는 경기였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종의 패싸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서울대학교에서 문화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중문화 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대중음악, 텔레비전, 만화 등의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기울였다. 1997년 박사후과정으로 미국을 다녀오면서 스포츠가 지닌 힘과 의미에 주목하게 되었다. 2001년에 스포츠사회학 관련 서적을 번역한 이후 스포츠사회학을 주된 연구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만화보기와 만화 읽기》, 《시청에서 비평으로: 텔레비전 보기》,《열광하는 스포츠 은폐된 이데올로기》 등을 집필했다.
지은이 : 박상현
한국방송통신대 생활체육지도과 교수연세대학교에서 스포츠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통계적 연구방법을 활용해 프로축구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스포츠 소비자행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또한, 스포츠 산업 관련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스포츠 정책론》, 《스포츠미디어 커뮤니케이션》등의 저서가 있다.
목차
1부. 기원
축구는 어떻게 인간을 사로잡았는가
1 축구는 왜 전쟁보다 강렬한가
거친 동네 몸싸움에서 유래한 축구
귀족의 취미에서 노동자의 분노로
영국은 어떻게 공으로 세계를 장악했는가
2 월드컵은 스포츠가 아니다
22번의 대회, 22번의 드라마
스타, 영웅과 상품 사이
남미의 신앙, 미국의 계산
3 한국은 왜 축구에 중독되었나
축국에서 프로축구로
변방 콤플렉스와 승리의 욕망
월드컵이 만든 집단적 열광
2부. 권력
축구는 어떻게 국가를 움직이는가
4 축구는 국민의 종교인가
왜 축구는 남성성을 강화했는가
국가는 왜 축구를 필요로 하는가
애국심은 경기장에서 제조되는가
5 승강제는 공정한가
단 한 경기로 인생이 갈린다
한국 프로축구는 왜 위험한 선택을 했는가
한국 프로축구의 승강제는 흥행 장치인가
6 축구는 거대한 비즈니스다
주요국의 핵심 스포츠 산업
월드컵,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열정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3부. 미래
축구는 어디로 우리를 이끄는가
7 변화하는 축구의 모습
진화하는 팬덤 문화
전 세계인의 축제, 변화하는 월드컵
생활체육으로서의 플레이
8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플레이
우리 삶에서의 세트피스
축구라는 이름의 거대한 팀워크
킥오프, 왜 다시 운동장에 모이는가
에필로그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