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평범한 한국의 집고양이였던 ‘초롱이’와 ‘새벽이’가 가족을 따라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며 겪은 4년간의 파란만장한 기록을 담았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는 일은 60쪽짜리 매뉴얼과 넉 달간의 검역 준비 그리고 눈물겨운 비용이 필요한 거대 프로젝트였다.
이 책은 파리의 빈집에서 이사박스를 가구로 쓰며 버틴 정착기부터 좁은 캠퍼밴에 몸을 싣고 유럽의 해안선과 아틀란틱 로드를 누빈 캠퍼밴 여행까지 두 고양이와 함께한 여행기를 집사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8년을 살던 집이 사라지고, 매일 밤 잠자리가 바뀌는 낯선 생활 속에서도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어떻게 ‘진짜 가족’이 되어 가는지를 작가 특유의 위트와 감동으로 풀어냈다.
출판사 리뷰
‘집사야, 에펠탑 보며 낭만 찾지 말고
내 화장실 모래나 갈아 주어라!’
두 고양이와 함께한 파란만장 묘(猫)생 여행기
에펠탑보다 캣타워가 시급했던
어느 가족의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반려동물 인구 1,546만 명인 시대, 대한민국 총 인구의 29%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열 명 중 세 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중 반려묘는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이라고 하니, 과거 고양이를 불길한 동물로 여기던 인식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 반려견 비율이 가장 높지만 반려묘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처럼 어느 순간 반려묘와 함께 하는 삶은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아빠의 주재원 발령과 함께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고양이를 가족으로 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그러나 감히 실행하기는 두려운 반려동물과의 동반 이주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는 두 고양이와 함께하는 우아한 유럽 생활에 대한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60쪽 분량의 매뉴얼을 외우고, 검역을 위해 병원과 항공사에 전화하며 일희일비했던 시간들. 파리의 텅 빈 아파트에서 이사박스를 쌓아 식탁을 만들며 버틴 파리 정착기와 좁은 캠퍼밴에 몸을 싣고 유럽 대륙을 가로지른 여정은 때로 웃기며 때로는 뭉클하고 가끔은 처절하다.
영역 동물에게 집이 사라진다는 것,
그럼에도 가족이 있다면 그곳이 곧 집이 된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한국의 한 동물병원, 전신마취제 앞에서도 꼿꼿하게 앉아 의사를 당황하게 만든 여덟 살 고양이 ‘초롱이’의 기개에서 시작된다. 8년을 살던 한국의 아파트를 떠나 작은 캐리어에 몸을 싣고 파리로 향한 이 까칠한 고양이는 다섯 살 터울의 동생 고양이 ‘새벽이’와 함께 낯선 이국땅으로 가게 된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장소에 집착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고양이에게 집이란 삶의 전부이자 상당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 책의 고양이들은 세상이 뒤바뀌는 경험을 맞닥뜨린다. 8년을 살던 집이 사라지고, 매일 밤 잠자리가 바뀌는 호텔 생활과 집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캠퍼밴 생활 속에서도 고양이들은 집사의 곁이라면 기어이 밥을 먹고 잠을 청한다. 고양이에게 진짜 영역은 안락한 집이 아니라, 어쩌면 바로 곁에 있는 집사가 아닐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지점을 엿볼 수 있다.
고양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광견병 접종부터 항공사 승인을 위한 사투,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동물병원 이용법까지 직접 발로 뛰며 얻은 정보들이 에피소드 곳곳에 녹아 있다. 특히 ‘비행’이라는 난감한 상황에서 고양이의 습성을 어떻게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은 어떤 매뉴얼보다 현실적이다.
이 책에는 말도 안 통하는 프랑스 수의사 앞에서 고양이의 눈곱을 설명하려 고민하고, 인스브루크까지 왔건만 좁은 캠퍼밴 안에서 터진 고양이의 ‘똥 참사’를 함께 수습하는 일들이 펼쳐진다. 낭만적인 파리 생활과 유럽 여행은 부족할지언정, 서로의 배변 냄새와 온기를 공유하며 보낸 1,423일이 어쩌면 이들을 진짜 ‘반려가족’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1,423일의 유럽살이로 완성한 반려의 의미
과거에 비해 성숙한 반려문화가 정착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반려동물은 주인의 형편에 따라 맡겨지거나 남겨지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환경이 변하면 너무나 쉽게 인연을 놓아버리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만 결정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여기, 고양이를 위해 기꺼이 삶의 불편함을 견뎌 낸 가족이 있다. 1,423일간 한국과 프랑스 그리고 유럽을 누빈 이 여행기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반려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어느 집사 가족의 분투기다.
유럽이라는 낭만 가득한 단어 뒤에 숨겨진 파리 정착기의 고단함과 고양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수많은 절차는 반려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유행하는 품종이나 어렸을 적 모습에만 환호하고 나이가 들거나 환경이 바뀌면 너무나 쉽게 인연을 놓아버리는 오늘날, 이 가족이 보여준 9,000km의 동행은 그 자체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뜻깊은 감동을 준다. 좁은 캠퍼밴 안에서 창밖 석양을 응시하던 고양이의 뒷모습처럼 이 여행기는 우리 마음속에 각자만의 흔적을 남길 것이다.
초롱이는 우리 집에 온 후 햇수로 팔 년 내내 이곳에서만 살았다. 이 아파트는 초롱이의 세상 전부였다. 그런데도 이곳을 떠나서 초롱이가 적응을 할 수 있을까. 내 복잡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롱이는 오늘도 어제처럼 복도에 놓인 물건들의 냄새를 맡으며 마지막 산책을 끝냈다.
아무리 둘러봐도 고양이 캐리어를 놓을 만한 공간은 없었다. 빈 곳이라고는 내 발밑뿐이었고, 거기에 두면 나는 비행 내내 발을 공중에 들고 가야 할 판이었다. 몸집이 작은 사람도 난감할 일인데 키가 큰 나로서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한 마리당 십사만 원이나 운임을 받으면서 캐리어를 둘 자리 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다니.
그래, 이 고양이는 마취제에도 굴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뜨고 버티던 당찬 고양이였지. 이게 이 고양이의 본모습이었던 거야. 계속 길에서 살았다면 초롱이는 아마 대장 고양이가 될 재목이 아니었을까.
작가 소개
지은이 : 권승희
여행과 영화, 고양이를 사랑하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즐겨 한다. 고양이를 처음 맞이했을 때도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서관에서 ‘고양이 키우기’에 대한 책을 다섯 권쯤 빌려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며 공부한 내용을 묶어 첫 책《좋은 그림책의 기본》을 펴냈고, 고양이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하며 겪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모아 두 번째 책을 쓰게 되었다. 세상 해맑은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인생도 고양이처럼 살아가자고 매일 다짐한다.
목차
프롤로그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공포의 화물칸
세상이 무너지다
묘생 첫 호텔
마침내 파리, 장하다 고양이들
고양이 제이슨 본
눈이 초롱초롱해!
이게 바깥세상의 전부일 리가
여행 혹은 납치
더 힘들고, 더 즐거운
고양이 복 터진 날
그라나다 호텔 고양이 실종 사건
말도 안 통하는데 동물병원이라니
캠퍼밴,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인간도 고양이도, 적응의 동물
아틀란틱 로드의 일몰
한 달 만의 밤 산책
우아한 고양이의 부뚜막
고양이가 똥을 쌌다!
어쩌면 구국의 결단
소 닭 보듯, 현실 형제들
초롱이에게 영역이란
고집불통과 질투 대마왕
불안과 공포의 자해 그루밍
고양이 쾌적 비행 플랜
사 년 여행의 마침표
서열 싸움
럭셔리 고양이 월드 개장
서로 의지하는 인생과 묘생
가족묘와 동거묘
초롱이답게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