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화기 너머 보이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한 여자의 목소리만으로 사랑의 붕괴와 인간 내면의 파열을 그려낸 장 콕토의 대표 희곡이다. 1930년 파리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초연된 《인간의 목소리》는 단 하나의 인물과 하나의 방, 최소한의 장치만으로 현대 독백극과 심리극의 가능성을 새롭게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끊어진 통화와 반복되는 말, 침묵과 머뭇거림 속에서 인간의 불안과 애원, 자기기만과 절망이 밀도 높게 펼쳐진다. 장 콕토는 시인과 극작가, 영화감독, 화가로 활동하며 20세기 유럽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 전방위 예술가로, 이 작품에는 그가 평생 추구한 시적 긴장과 형식적 실험이 응축되어 있다.
프란시스 풀랑크의 오페라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휴먼 보이스」, 이보 반 호프의 현대 무대 연출까지 이어지며 끊임없이 재창작된 고전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붉은 색면과 드로잉, 그래픽을 통해 무대의 긴장과 감정의 진동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종이 위에 펼쳐지는 하나의 활자 극장으로 완성했다.
출판사 리뷰
사랑의 끝에서 듣는 인간의 목소리
장 콕토의 전방위적 예술 감각이 집약된 현대 독백극의 걸작
이 작품은 1930년 2월 17일 파리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초연된 단막 모놀로그로, 전화기 너머 보이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한 여자의 목소리만으로 사랑의 붕괴와 인간 내면의 파열을 밀도 높게 그려낸 현대극의 걸작이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 작품이 여전히 현재형으로 읽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의 목소리》는 단지 한 연인의 이별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끝내 닿지 못하는 말, 어긋난 관계, 연결되어 있으나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의 고독을 가장 압축된 형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끊어진 통화, 반복되는 말, 머뭇거림과 침묵의 공백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 그 자체의 리듬이 되며, 독자와 관객은 한 인물의 불안과 애원, 자기기만과 절망이 흔들리는 순간을 오롯이 따라가게 된다. 지금 다시 이 작품을 읽고 낭독하는 일은 고전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감정과 감각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다.
현대 희곡의 위대한 실험, 단 하나의 목소리
《인간의 목소리》의 문학사적 의미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최대한의 극적 밀도를 만들어낸 데 있다. 하나의 막, 한 명의 인물, 한 개의 방, 평범한 소품만으로도 장 콕토는 감정의 진폭과 서사의 긴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사건의 확장보다 언어의 리듬과 공백, 발화와 단절 사이의 진동을 통해 극을 구축한 이 작품은 현대 독백극과 심리극의 가능성을 새롭게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장 콕토는 시인, 극작가, 소설가, 영화감독, 화가로 활동하며 20세기 유럽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른 대표적 전방위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형식을 창작해냈고, 《인간의 목소리》는 그러한 예술 감각이 가장 응축된 형태로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 희곡은 단순한 대본이 아니라, 콕토가 평생 추구한 시적 긴장과 형식적 실험이 집약된 하나의 예술적 결정체다.
오페라와 영화, 이미지와 무대를 끝없이 자극한 고전
《인간의 목소리》는 한 편의 희곡에 머물지 않고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제공해온 열린 텍스트다. 1957년 베르나르 뷔페는 콕토의 텍스트에 22점의 드로잉을 결합한 아티스트북을 선보였고, 작곡가 프란시스 풀랑크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동명의 오페라를 탄생시켰다. 풀랑크의 오페라는 콕토의 모놀로그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통해 원작에 잠재된 불안과 절망, 애원과 침묵을 음악적 언어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2020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영화 〈휴먼 보이스〉를 통해 이 고전을 동시대적 색채와 공간, 신체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했으며, 세계적인 벨기에 연출가 이보 반 호프 역시 장 콕토의 텍스트를 현대 무대 언어로 변주하며 이 작품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작품임을 입증했다.
이처럼 《인간의 목소리》는 읽히는 희곡이자, 들리는 음악이며, 보이는 이미지이고, 시대를 관통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무대예술이다. 하나의 희곡이 오페라와 영화, 시각예술과 연출로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재창작되어 왔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특정 시대에 머무는 텍스트가 아니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를 갱신해온 살아 있는 고전임을 보여준다.
종이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가상의 활자 극장
이번 한국어판은 무대의 긴장과 목소리의 파장을 시각적으로 번역한 한 권의 책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무대다. 유기적인 선과 기하학적 구성의 병치는 불안과 절제, 감정과 구조, 파열과 균형이라는 이 작품의 이중적 성격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며, 종이 위에 펼쳐지는 무대 안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 전체를 감싸는 강렬한 붉은색 바탕과 여백, 비정형의 유기적 드로잉과 절제된 기하학적 그래픽의 병치는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유지되는 이 작품의 응축된 형식과 감정의 압력을 책의 물성 자체로 드러낸다.
본문에 삽입된 드로잉들은 전화선이자 음성의 진동, 감정의 연결과 파열, 떨림을 연상시키며, 활자 사이의 침묵과 망설임을 시각적 리듬으로 전환한다. 이로써 독자는 희곡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종이 위에 펼쳐진 무대의 움직임과 호흡을 시각적으로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선적인 감각을 살린 드로잉과 사각의 구조적 그래픽, 붉고 흰 색면의 강한 대비는 작품의 고전성과 동시대성을 동시에 환기하며, 장 콕토 특유의 시적 긴장과 현대적인 미감을 하나의 표면 위에서 조화롭게 만난다.
책의 물성과 디자인, 언어와 여백, 드로잉과 그래픽이 함께 만들어내는 이번 한국어판 《인간의 목소리》는, 독자 각자의 내면에서 다시 공연되는 장 콕토의 가장 고독하고도 찬란한 목소리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의 독백, 세 사람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나다
이번 출간을 기념해 6월 29일에는 배우 강혜련, 김정, 박세인이 참여하는 릴레이 낭독 행사가 열린다. 세 배우가 하나의 텍스트를 이어 나가는 이번 무대는 《인간의 목소리》가 지닌 정서적 깊이와 다층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인간의 목소리》는 한 사람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불안, 애원과 체념, 자기기만과 절망이 복합적으로 겹쳐 있다. 서로 다른 세 배우의 목소리와 호흡, 리듬으로 이 텍스트를 한자리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하나의 목소리 안에 숨어 있는 복수의 감정과 결을 더욱 선명하게 펼쳐 보일 것이다. 이는 장 콕토의 희곡이 단일한 인물의 목소리를 넘어 얼마나 풍부한 해석과 울림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활자 위의 희곡이 살아 있는 음성으로 이행하는 순간을 생생히 체험하게 할 것이다.
알마의 희곡 시리즈 Graphic Dionysus
‘GD’는 Graphic Dionysus의 약자로, “아름다운 가상을 만들어내는 활자 극장”을 표상하는 알마의 새로운 희곡 시리즈입니다. 이를 통해 희곡이란 텍스트를 책이라는 무대 공간에서 연출해내고자 하며, GD 시리즈가 독자의 삶이란 무대 공간에서 각자의 ‘아름다운 가상’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나는 대본을 쓴다. 연출가와 배우와 디자이너도 작품을 쓴다. 그리고 관객도 연극을 쓴다. 만약 200명의 관객이 있다면, 거기에는 200개의 연극이 있는 것이다.” _ 폴라 보겔(Paula Vogel)
출간작
닉페인 작 성수정 옮김 《별무리》
닉페인 작 성수정 옮김 《인코그니토》
마에카와 도모히로 작 이홍이 옮김 《산책하는 침략자》
린 노티지 작 고영범 옮김 《스웨트》
마에카와 도모히로 작 이홍이 옮김 《태양》
앨런 베넷 작 고영범 옮김 《예술하는 습관》
고영범 작 《서교동에서 죽다》
황정은 작 《노스체》
시바 유키오 작 이홍이 옮김 《우리별》
티아구 호드리게스 작 신유진 옮김 《소프루》
김은성 작 《빵야》
마에다 시로 작 이홍이 옮김 《응, 잘 가》
마에카와 도모히로 작 이홍이 옮김 《함수 도미노》
티아구 호드리게스 작 이단비 옮김 《바이하트》
조엘 폴므라 작 안보옥 옮김 《신데렐라》
로렌 군더슨 작 신혜빈 옮김 《사일런트 스카이》
사카모토 유지 작 이홍이 옮김 《또 여기인가》
장 콕토 작 신유진 옮김 《휴먼 보이스》
출간예정
마르그리트 뒤라스 작 안보옥 옮김 《인디아 송》
마르그리트 뒤라스 작 안보옥 옮김 《사반나 베이》
시바 유키오 작 이홍이 옮김 《아침이 온다/소년B》
GD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작가는 실험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완성된 작품을 본 뒤에 작가의 의도를 묻는 습관이 있어서 어쩌면 작가가 처음부터 자신의 의도를 직접 밝히는 편이 더 간단할지도 모른다. 이 단막극을 쓰게 된 여러가지 동기가 있다. 첫째, 시인을 쓰게 만드는 신비로운 힘, 그의 깊은 나태함이 거부하는데도 쓰게 하는 것, 그리고 아마도 전화로 나눴던 우연한 대화의 기억, 낮고 깊게 울리는 독특한 목소리, 영원한 침묵이 그것이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휘장 프레임으로 둘러싼 좁은 무대는 한 여자 방의 비대칭적인 구석을 보여준다. 방은 어둡고, 푸른빛이 돌며 왼쪽에는 어질러진 침대가 오른쪽에는 매우 밝고 하얀 욕실을 향해 살짝 열려 있는 문이 있다. 중앙 벽면에는 걸작의 사진 확대 본이 삐뚤게 걸려있거나 가족사진이 있다. 말하자면 불길한 느낌이 있는 이미지이다.
여보세요! 당신이야?.......당신이냐고?.......그래.......잘 안 들려.........소리가 너무 멀리 들려. 아주 멀리..........
작가 소개
지은이 : 장 콕토
1889년 파리 근교 메종 라피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1889년 49세의 나이로 아버지가 자살하였다. 1907년 세 번째에 걸쳐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 낙방하자 학업을 포기하였다.유년 시절부터 상류사회에 적을 두고 다수의 문인, 예술가와 교류했으며 1908년 최초로 자신의 시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였다. 1909년 20세의 나이에 출판된 처녀시집 『알라딘의 램프』로 일약 시대의 총아가 된다. 그해 잡지 《셰에라자드(Scheherazade)》도 창간한다.1919년 시인 레몽 라디게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그와 함께 잡지 《수탉(Le Coq)》 등을 창간하며 예술적 작업에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 1923년 레몽 라디게 사망 뒤 아편에 빠지는 등 괴로운 시간을 보내며 가톨릭에 의지하기도 한다.이후 전방위에서 정력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며 연극, 음악, 그림, 영화 등에서도 다양한 재능을 발휘한다. 1936년에는 친구 마르셀 킬과 함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실행에 옮겼다.1950년 영화 <오르페우스>로 베니스 국제 비평가상 수상, 1951년 작사ㆍ작곡가 조합 대표 선출, 1953년 칸 국제 영화제 배심원 의장, 1955년 벨기에의 프랑스어문학 아카데미 및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 195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박사학위 수여, 1957년 뉴욕 예술문학연구소 명예회원이 된다. 1952년에는 뮌헨에서 최초의 그래픽 및 회화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고전과 전위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꿈과 현실, 질서와 무질서 등이 표리일체가 된 수많은 명작을 남기며 왕성한 활동을 하다 1963년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