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랜 시간 여러 정원을 기록하고 공부해 온 한 정원사가 12년 동안 살핀 선암사를 사진과 글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정원사의 눈으로 바라본 선암사와 산사의 정원을 품은 자연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정원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하며, 우리는 과연 정원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진심으로 ‘정원의 순간’을 즐기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출판사 리뷰
“제일 좋은 정원은 어디인가요?”국내외 좋다는 정원을 두루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살핀 지 20여 년. 오랜 시간 정원을 기록해 온 저자에게 사람들은 묻곤 한다. “그동안 본 정원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아요?” 정원은 만드는 사람의 개성과 성향, 의지와 열정이 반영되는 공간이지만 주인 마음대로 완벽하게 만들어지기도 관리되기도 어려운 공간이다. 하늘과 바람과 비와 땅, 생물이 함께 끊임없이 협업해야 만들어지는, 살아 있는 생명이 주인공인 곳이기 때문이다. 비용 투입과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폐허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 어쩌면 정원에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정원에서 부자연과 억지스러움, 끝없이 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의 노동과 과시 욕망을 읽던 즈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정원이 아니라면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정원을 떠올렸다. 최고의 정원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 보라’고 권하고 싶은 정원. 바로 전라남도 순천에 자리한 선암사다.
왜 선암사인가? 저자가 드나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선암사를 둘러싼 풍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화려하게 꽃을 피워 선암사를 ‘꽃절’로 만들어 주는 나무들도 늘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다. 오르는 길 가운데 있던 졸참나무 등 길가 고목들이 수명을 다하여 제거되거나 비바람에 쓰러졌고, 절로 오르는 길이 두 배쯤 넓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물론 산사의 정원 풍경은 계절마다 변한다. 간혹 새로운 식물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외래종을 도입하는 일도, 월동을 위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관리는 하지만 감각이나 솜씨를 애써 자랑하는 일도 없다. 인간의 손길이 닿아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주변 자연과 위화감 없이 이어져 자연스러운 계절 흐름에 따라 변하는 곳, 노동의 고통과 애쓰는 마음 없이 구도와 공양의 일상에 평범하게 녹아든 공간, 관리와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세상의 재화로 만들 수 없는 시간이 빚어낸 장엄한 풍경을 두르고 있는 곳이자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우리가 꿈꾸는 정원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이 책에는 2013년부터 2025년까지 12년간 기록한 선암사와 선암사를 품은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선풍(禪風)이 엄격한 도량의 일상은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산사의 식물과 풍광을 기록하고 소회를 남겼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1년 열두 달 비슷한 듯,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선암사와 선암사 가는 길의 풍경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눈으로 훑을 수 있다. 책으로 떠나는 선암사 산책은 인간의 공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고요히 ‘정원의 순간’을 즐기자 서기 861년 창건 이후 1000년 넘게 이어진 태고총림 본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선암사는 불자가 아니어도 찾는 이가 많은 ‘인기 절’이다.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소박한 건물을 배경으로 계절마다 피어나는 화려한 꽃 때문일 것이다. 스님들도 화려한 것을 즐기고 싶으셨을까? 사찰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나? 화(花), 과(果), 향(香), 다(茶), 등(燈), 미(米)는 부처님께 바치는 ‘육공양六供養’이고, 그 가운데 꽃이 첫째다. 사찰의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언어로 닿을 수 없는 부처의 세계를 예술로 표현하는 ‘사찰 장엄’의 일환인 것이다. 살아 있는 식물뿐만 아니라 꽃살문이나 단청 등 전각 내외부의 장식 등 선암사 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사찰 장엄’이 꽤 많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암사와 주변 식물 이야기는 선암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무와 풀의 이름을 알게 되면 올라가는 길에 멈추어 서서 식물의 안부도 묻고 계절에 맞는 옷을 입은 주변 풍광에도 더 눈길을 줄 수 있다. 산사의 정원으로 가는 길이 느려질수록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과 깊이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뒤에는 선암사의 주요 식물 위치가 표시된 지도와 78종의 식물 목록도 정리되어 있다. 또 책은 이왕 선암사를 보러 간 사람들을 위해 주변에 함께 돌아볼 만한 장소도 소개하고 있어 선암사 여행을 계획한 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정원을 기록했던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묻곤 했다. “제일 좋은 정원은 어디인가요?” 젠장! 정원은 주인들의 또 다른 예술 작품인데 최고가 어디 있느냐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굳이 줄을 세워 보려 하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정원에서 부자연과 억지스러움, 수많은 노동과 욕망을 읽던 즈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정원이 아니라면 이래야 좋겠다’ 싶은 정원이 떠올랐다. 최고의 정원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꼭 가 보라고, 계절마다 가 보라고, 심신이 힘들 때 가 보라고, 아무 생각 없이 가 보라고, 혼자 가 보라고, 같이 가 보라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가 보라고 소개하고 싶은 정원이 있다.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선암사다.
꽃 공양은 신심이 약한 뭇 대중을 절로 이끄는 요소일 수 있겠다. 하지만 꽃 공양의 가장 큰 의미는 언어로 닿을 수 없는 부처의 세계를 예술로 표현하는 ‘사찰 장엄’의 일환이라는 데 있다. 사찰 장엄은 주로 전각 내부의 불상 좌대인 수미단과 닫집(처마 구조물), 천장의 장식, 전각 외부의 꽃살문과 단청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형에 순응하는 가람의 배치와 자연과의 조화, 꽃 공양도 크게 보면 사찰 외부의 장엄 예술이라 할 만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동협
조경학을 전공했지만 40년 직장 생활 대부분을 방송사에서 보냈고, 정원 관련 일이나 사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순수한 ‘정원 사랑꾼’이다. 파주의 전원주택에서 정원을 가꾸어 온 29년 차 정원사로, 24년째 정원 기록을 이어 오고 있다. 6년 동안 천리포수목원의 사계를 기록하여 정원 소요(2009)를, 충남 공주에 자리한 조구연의 개인정원을 6년 동안 기록하여 정원의 순간(2025)을 출간했다.오랜 시간 정원을 기록하고 공부하면서 깨달은 결론은 “정원은 오늘의 자연 현상이자 진행형의 공간이어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앞서 걱정하지도 말고, 정원의 순간을 즐기자”이다. 12년 동안 기록한 선암사의 사계를 담은 이 책 역시 지금까지 ‘정원의 순간’을 기록하며 깨달은 생각을 담고 있다. 다음 기록 프로젝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정원인 담양 소쇄원이다.
목차
여는 글 - 오래된, 지속 가능한, 욕심 없는 정원의 순간을 기록하며
2월 | 3월 | 4월 | 5월 | 6월 | 7월 | 8월 | 9월 | 10월 | 11월 | 겨울
부록 - 선암사와 함께 돌아보면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