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정이라는 삶의 양식은 하나의 윤리를 요청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의 삶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연속된 일기와 같다.” 우정은 삶의 원리이자 관계를 새로이 조직하며,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 자체로 머무를 수 있다.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와 디디에 에리봉, 에두아르 루이가 함께한 이 이야기는 우정의 자리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다.
라갸느리는 사회학자이자 철학자로 권력 체계를 분석해온 사유의 궤적 위에서, 실제로 체험된 관계를 통해 질문을 이어간다. ‘우리는 무엇이며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우정의 기점을 2011년 9월로 삼고, 삶이 전환된 순간을 전기로 풀어내며 가능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가족중심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친구 관계는 불안정한 지위에 머문다. 코로나19 시기 드러난 규범 속에서 이들은 강요된 규칙을 거부하며 ‘3의 세계’를 실천한다. 우정 예찬을 넘어 삶을 전면적으로 탈바꿈하는 ‘우정의 반란’을 사회학적 분석과 철학적 사유로 해설하는 인문 시리즈 「계속읽기」의 한 권이다.
출판사 리뷰
셋.나, 디디에 에리봉, 에두아르 루이우정이라는 삶의 양식은 하나의 윤리를 요청한다“우리는 서로에게, 서로의 삶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연속된 일기와 같다.우정은 삶의 원리이자, 공간과 시간, 제도, 타자와 맺는 관계를 새로이 조직했다.다만 이 결속이 우리 삶의 일부를 이룬다고 말하는 것이 부정확한 이유는이것이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우정에 허락된 자리는 어디에, 언제까지, 얼마만큼 주어질까. 이 책의 저자인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 그의 연인이자 친구인 디디에 에리봉(『랭스로 되돌아가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저자), 또 다른 친구 에두아르 루이(『에디의 끝』 저자). 세 사람은 이 질문에 어쩌면 영원을 답할 것이다. 우정은 영원토록, 심지어 삶의 일부도 아니라 삶 그 자체로서 머무를 수 있다.
라갸느리는 사회학자이자 철학자로 삶의 여러 층위를 제약하는 권력 체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왔다. 푸코, 부르디외, 들뢰즈, 데리다의 궤적을 따랐으며, 체계에 정면으로 맞서거나 혹은 그 바깥에서 비정형적인 삶의 경로들을 탐색했다. 그의 주된 질문은 이렇다. ‘우리는 무엇이며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우리가 될 수 있던 수많은 가능태와 실제로 된 것 사이의 간극은 무엇인가.’ 그는 이전 저서에서도 그랬듯 특이한 사례를 포착하고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만, 각별한 점은 여기서 꺼내 보일 이야기가 그의 전기 속에 실제로 체험되며 각인된 관계를 다룬다는 점이다. 라갸느리는 우정의 기점을 2011년 9월로 삼는다. 그 무렵 그들의 삶이 결정적으로 전환되었기에.
그러나 라갸느리가 “셋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던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 게, 그가 지적하듯 연인의 사랑이 시작된 날은 두고두고 기념되지만 우정에는 기입된 날짜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외삼촌의 아들과 아버지의 사촌형의 아들을 구분해 부르는 말은 있어도, 한 달에 한 번 밥이나 먹는 사람과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구별해 부르는 말은 없다. 두 사람이 만나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려 사는 게 ‘정상’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친구끼리 어울려 다니던 시절은 뒤에 두고 올 것이 요구된다. 사회는 철저히 가족중심적으로 굴러간다. 코로나19는 이른바 정상성이 얼마나 강력히 작동하는지, 또한 그것이 얼마나 명확하게 이쪽과 저쪽 사이에 선을 긋는지 드러낸 사건이었다.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세계를 횡단하는 일은 아름답고 모범적인 가족애로 그려졌다면, 길 건너 사는 친구의 안부를 묻기 위한 이동은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는 미성숙한 실수로, 차단되고 통제되어야 할 것으로 전락했다. 라갸느리, 디디에, 에두아르가 할 수 있던 건 강요된 규칙을 거부하는 일, 각종 구실을 꾸며내거나, 늦은 밤에 집을 나서고, 여러 장의 이동 확인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었다.
‘2의 세계’ 혹은 가족 바깥에 정초한 관계는 기념일을 세우지 못하고, 세분된 언어로 불리지 못하며, 계속해서 불안정한 지위에 좌초된다. 우리는 익숙한 가족중심주의 안에서 그 바깥에 형성된 관계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라갸느리의 글은 여기서 시작된다. “본질적으로 통치자들의 사유 속에 각인된 가족주의에 대한 반란”이자, “가족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내면화해온 사회 전체에 대한 저항”으로서. 무엇이 우리 삶을 이렇게 배치하며, 어떤 열망과 정동이 공적 공간 안을 떠도는 이미지들에 의해 지지받거나 외면될까. 라갸느리는 자기 삶의 전기로 일종의 매뉴얼을 쓰며, 세 사람의 우정에서 비롯하는 ‘3의 세계’를 사회학적 분석과 철학적 사유로 해설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실천은 우리가 친구 사이에서 행해지리라 떠올리는 무수한 것을 전부 넘어선다. 이들의 우정은 매일 거듭나고, 삶을 전면적으로 탈바꿈하며, 서로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우정 예찬이라 부제를 달았지만, 우정의 ‘반란’이라 일컬어져야 할 것이 이들 삶에 꿈틀댄다.
( 계속읽기 )
오로지 계속 읽음으로써 건너가게 될 사유의 자리( 계속읽기 )는 정치철학, 과학, 예술, 젠더, 환경을 가로지르는 인문학의 흐름 속에서 독자에게 기꺼이 ‘다음 책’을 내놓는 시리즈입니다. 각각의 책은 독립적이지만, 다음 책으로 이어지는 선 위에 있습니다. 강연과 대담, 평론과 편지, 에세이를 아우르며 뻗어나가는 선은 서로 교차하고, 우리는 이 선을 따라가며 아직 던져지지 않은 오래된 질문을 발견하고, 균열하는 형상을 목격하며, 분절된 지형을 재배치합니다. 오로지 계속 읽음으로써 건너가게 될 사유의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001 ) 철학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페르디낭 알키에 지음 | 김민호 옮김
( 002 ) 셋. 바깥을 향한 열망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 지음 | 유재홍 옮김

아마도 우리는 끝내,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지, 어떤 삶을 살게 될지를 온전히 선택하지 못할 터다. 우리의 전기는 대개 시간과 공간의 질서 속에 미리 마련된 자리들을 차례로 점유해가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여러 틀이 우리에게 부과되고, 여러 역할이 우리의 몸과 정신을 사로잡으며 우리에게 깊은 흔적을 남기고, 앞으로 우리가 누구와 함께 삶을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만남들이 우리 운명을 빚어낸다.
인간의 삶이 언제나 피할 수 없는 필연들에 복속되어 있다는 이러한 체념이, 우리를 무력감으로 이끄는 결론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 그 필연은 흔히 나이와 출산과 같은 자연적·생물학적 욕망들 혹은 우리가 개입할 수 없는 사회적 힘들에 의해 규정된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삶의 양식들을 의식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따라서 그러한 성찰의 필연성을 긍정해야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법과 사법제도, 국가 권력, 지식인의 역할, 사회운동과 저항의 가능성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 기존 제도와 규범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특히 미셸 푸코와 피에르 부르디외의 비판사회학 전통을 계승·확장하여 동시대 정치적 쟁점에 개입해왔다. 내부고발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행위와 저항의 의미를 탐구한 『저항의 예술: 스노든, 어산지, 매닝L’rt de la révolte. Snowden, Assange, Manning』, 사법적 판단과 재판제도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재판한다는 것: 형벌국가와 사회학Juger: L’tat pénalface à la sociologie』으로 주목받았으며, 이외에도 『정치적 의식La conscience politique』 『망가진 세계에서 사유하기Penser dans un monde mauvais』 『창조의 논리Logique de la création』 『억압의 원리를 넘어Par-delà le principe de répression』 『민주주의의 어두운 영혼L’me noire de la démocratie』 등을 펴냈다.
목차
서문
1장 ( 셋의 삶 )
2장 ( 우정적 주체 )
3장 ( 다르게 살기 )
4장 ( 써나가야 할 삶 )
5장 ( 인정 너머의 삶 )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