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3년 10월 이래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집단학살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집단학살'이라 일컬어진다. 수만 명의 아이들이 학살되고, 역사상 어떤 현대 전쟁에서보다 많은 언론인이 표적 살해되는 동안, 이스라엘은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행세할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은 왜 세계의 분노를 사지 못하고, 혹은 그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지 못할까? 예루살렘 출신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 활동가인 모함메드 엘쿠르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 조건과 ‘호소의 정치’라는 대응 방식을 중심으로 이런 질문들이 제기하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통렬하고 비통하게 논한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허락된 지위는 피해자 아니면 테러리스트다. 피해자, 즉 죽임당해선 안 되는 인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조건이 있다. 분노하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서구 주류의 시선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고통받아야 한다. 엘쿠르드는 이 불가능한 요구를 ‘완벽한 피해자’라 명명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낱낱이 분석한다.
이 책이 겨냥하는 것은 단순히 이스라엘 비판이 아니다. 공감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부지중에 ‘완벽한 피해자’를 요구해온 연대자들에게도 향한다. 나아가 저자는 거울을 들어 팔레스타인인 스스로를 비춘다. 완벽한 피해자의 기준을 내면화한 채 자신도 인간임을 입증하고 간구하는 ‘호소의 정치’를 실행해온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서다. 자신의 언어를 순화하고, 분노를 지우고, 정체성을 탈색하는 이 과정은 단지 굴욕적인 데 그치지 않는다. 해방을 향한 운동의 목표를 흐리고, 그 동력을 내부에서 잠식한다.
이 책은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을 드러낸다. 그것은 곧 우리가 피해자, 소수자, 약자를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주류적 재현 방식을 답습할 때 그 재현의 대상이 실제로 어떤 폭력과 피해를 겪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거침없는 문제 제기와 시적인 정교함으로 간명한 필요를 더없이 강렬하게 전한다. 인정 여부와는 무관한 존엄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이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요청이기도 하다. 호소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체제를 거부하고 바꿔내려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이 독자를 호소를 듣고 완벽한 피해자성을 판단하는 자리에 머물게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모함메드 엘쿠르드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출신의 시인, 작가, 저널리스트, 활동가다. 《네이션》의 초대 팔레스타인 특파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인권 문제를 팔레스타인 관점에서 보도하는 미국의 독립 매체 《몬도와이스》의 객원 편집장을 맡고 있다. 2021년 쌍둥이인 무나 엘쿠르드와 함께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남매는 자신들의 집에서 강제 퇴거당할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하고 정착민 식민주의에 맞서고자 #셰이크자라를구하라 캠페인을 조직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엘쿠르드는 2022년 아랍계 미국인 시민위원회 미디어 진실상을 수상했고 2023년 래넌 재단 문화자유 펠로십을 받았다. 2023년 제18회 프린스턴대학교 에드워드 사이드 추모 강연에서 기조 강연을 맡기도 했다. 2021년에 첫 시집 『리프카』(Rifqa)가 출간되었고 이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목차
작업 노트
1 저격수의 손에는 피가 묻지 않는다
2 송곳니 뽑기의 정치
3 시린의 여권
4 추궁받는 삶
5 비유와 드론
6 놀이방의 『나의 투쟁』
7 기적적인 깨달음
8 정말로 우리 모두 팔레스타인인인가?
9 “이스라엘인들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은가요?”
에필로그: 머지않아 비가 내릴 거야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인용 문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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