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TED 9000만 조회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의 가장 논쟁적인 문제작
우리는 왜 마약과의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는가
마약과 중독을 바라보는 해묵은 시선을 뒤흔드는 도발적 문제제기사람들은 ‘마약 전쟁’의 목적이 마약 사용을 예방하고 중독자들을 사회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시작은 전혀 달랐다. 20세기 초, 미국이 마약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마약국은 범죄의 경중과 마약의 사용처를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용자를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합법적 마약을 처방한 의사들마저 체포되는가 하면, 유명한 헤로인 중독자였던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는 표적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중독자들에게 치료와 회복의 기회는 조금도 허락되지 않았으며, 이는 국가가 개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방식이 ‘처벌’이라는 이름의 전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서막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전쟁의 한가운데 있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된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동안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을 건져낸다. 폭력조직은 왜 경찰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마약 금지법을 더 강력하게 집행하라고 청탁했을까? 왜 다른 범죄와 달리, 마약 범죄는 단속을 강화할수록 폭력 범죄율이 올라가는 것일까? 마약에 대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정책을 선택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저자는 마약으로 인해 삶이 뒤바뀐 중독자, 10대부터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멕시코의 마약상, 중독의 화학적 기전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와 생물학자, 각종 마약 복용을 비범죄화하도록 정책을 바꾼 포르투갈의 한 의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 약물 중독 문제를 이전과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벌과 단속에 의존해온 낡은 방식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중독은 약물의 화학적 속성보다는 상실·고립·사회적 단절에서 비롯된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 전쟁》은 요한 하리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올려놓은 그의 첫 책으로, 2015년 현지에서 처음 출간되자마자 논쟁적인 문제작으로 뜨겁게 주목받았으며, 미국에서 마약에 관한 논의를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약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 vs. 마약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100년 동안 이어진 마약 전쟁의 시작, 영향, 실패를 돌아보다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지금 불법으로 분류하는 마약들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자유롭게 유통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1914년, 미국이 마약의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해리슨마약법’을 통과시키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요한 하리는 100년 동안 이어진 마약 전쟁의 역사를 추적해나가며, 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세 인물을 소환하여 그 어떤 범죄소설보다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가 주목한 인물은 바로 미국 연방마약국 초대 국장인 해리 앤슬링어, 헤로인 중독자였던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 그리고 현대적인 마약 조직의 원형을 만든 마약상 아널드 로스스타인이다.
새롭게 신설된 연방마약국을 이끌게 된 해리 앤슬링어는 마약국의 불안정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마약국은 이전에 금주법(禁酒法)을 담당했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부하 직원들은 14년간 알코올과의 전쟁을 벌이다 대패한 후 의기소침해진 상태였다. 앤슬링어는 마약과의 전쟁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소수 인종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흑인들이 대마초의 영향을 가장 무시무시하게 받는다고 경고했으며, 대마초를 피우면 인종 장벽을 잊고 백인 여성에 대한 욕망이 치솟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미국 대중이 가진 유색인종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활용함으로써 마약 전쟁은 광범위한 지지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은 마약 단속 정책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즈가수인 빌리 홀리데이와 주디 갈랜드는 모두 유명한 헤로인 중독자였다. 그러나 홀리데이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그녀가 흑인에 대한 잔혹한 학살을 폭로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표적수사의 대상이 되어 앤슬링어의 요원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반면 백인 여성인 갈랜드는 앤슬링어의 도움으로 중독에서 회복되는 동안 경찰의 수사를 피할 수 있었다.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할 때, 앤슬링어는 단순히 마약을 없애고 중독자를 처벌하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금주법에서 이미 그 실패를 겪었듯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제품이 범죄화된다고 해서 순순히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신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것을 얻으려고 한다. 결국 마약을 금지한 것은 불법 마약의 공급과 유통을 통제하는 범죄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말았다. 뉴욕에서 가장 두려운 인물로 이름을 날렸던 아널드 로스스타인은 폭력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불법 마약 사업을 유지했다. 결국 국가가 마약 사용자와 중독자를 없애기 위해 벌였던 ‘마약과의 전쟁’은 점차 범죄조직이 서로 마약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마약을 위한 전쟁’을 낳고 말았다. 이 세 사람의 삶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마약 전쟁’의 본질적인 규칙이 얼마나 변하지 않았는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보여준다.
마약 단속이 강력해질수록 왜 폭력 범죄는 급증할까?
마약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다 오늘날 우리는 ‘마약 전쟁’이 계속될수록 마약 관련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약 거래는 다른 범죄와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예컨대 살인범을 대량으로 검거하면 살인 건수가 줄고, 폭력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체포하면 혐오 범죄가 감소한다. 하지만 마약 범죄는 사용자를 잡아들이거나 밀매업자를 체포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뉴욕시 경찰관 마이클 레빈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장기간의 감시 끝에 맨해튼의 악명 높은 마약 밀매업자 100명을 특정했고, 단 두 주 만에 80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새로운 거래자들이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들어왔고, 마약 거래는 곧바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단속이 오히려 폭력 범죄를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범죄조직의 핵심 인물이 체포되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조직 간의 암투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살인과 폭력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지역 사회 전체가 피를 흘리게 된다. 결국 마약 범죄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중독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유통 시장을 장악하려는 범죄 조직 간의 전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한 요한 하리는 마약 전쟁의 숨겨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마약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볼티모어에서는 매일 밤 총성이 울리고, 날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환경 속에서 어린이들이 성장한다. 게다가 이런 전쟁터에서 자라난 이들이 한 번이라도 마약 범죄로 적발되면, 개인의 인생은 사실상 끝난다. 십 대 시절의 체포 기록 하나로 평생 취업에서 배제되고, 학자금 대출조차 받을 수 없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에서도 쫓겨나며, 심지어 투표권까지 박탈당한다. 어떤 이는 “어머니가 공공주택에 사시는데, 내가 마약 소지죄로 잡힌 후 찾아가기만 해도 가족 전체가 퇴거당할 수 있다”는 현실을 증언했다. 현재의 정책은 중독자와 그 가족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회복의 기회를 빼앗는다. 마약 전쟁이 불러온 가장 참혹한 결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범죄조직의 폭력은 치솟고, 아이들은 매일 밤 총소리에 익숙해지며, 한 번의 실수로 잡힌 청년들은 평생 이등 시민으로 낙인찍힌다. 중독 문제는 줄이지 못한 채, 오히려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마약은 단순히 화학물질의 중독성이 너무 강력해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알던 마약 중독의 시나리오는 모두 틀렸다 요한 하리는 끝으로, 마약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처벌 중심의 정책이 유효하지 않으며, 중독은 약물의 화학적 속성보다는 아동기 트라우마·사회적 고립·상실 같은 인간적 조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약이 단순히 화학적으로 강력하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이들은 모두 중독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는 더 이상 마약을 찾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는 중독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 브루스 알렉산더의 ‘쥐 공원’ 실험을 통해 단 한 순간의 약물 사용으로 ‘화학적 노예’가 된다는 중독의 시나리오는 허구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은 마약 자체의 중독성보다, ‘무엇 때문에 중독되기 쉬운 사람이 되는가’ 그리고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마약 사용자를 범죄자가 아닌 지원이 필요한 사람으로 대할 때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스위스는 중독자들이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매일 약물을 투여받을 수 있는 주사 센터를 운영하며, 중독자들이 범죄나 생계 걱정 없이 직장과 가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포르투갈은 마약 사용을 비범죄화하고, 경찰과 당국이 중독자를 체포하는 대신 상담자 역할을 맡도록 했다. 중독자들은 안전한 사용법을 배우고, 마약을 끊고자 할 때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때, 국가의 목표는 오로지 ‘치료를 받도록 격려하기’다. 이러한 사례들은 마약 사용을 억제하는 처벌 중심 정책보다, 회복과 재통합을 중심으로 한 정책이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임을 나타낸다.
《마약 전쟁》은 마약 문제를 범죄로만 다뤄온 기존의 접근이 오히려 중독자를 사회로부터 더 단절시키고 폭력의 악순환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마약을 둘러싼 공포와 오해 그리고 수많은 실패의 역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진지하게 제시하며, 우리가 마약과 중독에 대해 가지고 있던 해묵은 생각들을 뒤흔들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해줄 것이다.

해리는 대마초에 대해 갖가지 질문을 던지는 편지를 과학 전문가 30명에게 보냈다. 그중 29명이 대마초 금지는 옳은 방법이 아니며, 언론이 대마초와 관련해 대단히 잘못 전하고 있다고 답장했다. 앤슬링어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대마초는 엄청 위험하므로 근절되어야 한다고 믿는 한 전문가의 말만 인용했다. _ 1장 〈중독자, 범죄자 그리고 단속자〉 중에서
두려움을 무너뜨리고 싶을 때 그 두려움을 어떤 상징으로 바꾸고, 그다음 그 상징을 파괴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일은 십자군전쟁부터 마녀사냥, 그리고 오늘날까지 인류 역사 내내 되풀이되고 있다. 마약에 취하려는 인간의 충동처럼 복잡한 문제를 곰곰이 따져보면서 그 충동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언제나 어떤 문제들(그리고 어떤 쾌락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 문제를 끝낼 수 있다는 다른 이야기를 훨씬 더 듣고 싶어한다. 우리가 그 말을 듣고 따르기만 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_ 3장 〈해리의 총구가 향한 곳〉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