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나라 민담의 주인공들이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 페르조나, 아니마/아니무스, 남성성, 여성성, 노인원형, 어린이원형 등과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통합하거나 희생당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잘 알려진 “우렁각시”, “계모가 팔을 자르고 내쫓긴 처녀”, “바리공주 설화”, “흥부전” 등 30편의 민담을 분석하였다.
출판사 리뷰
민담은 흔히 어린아이에게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들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진 심리담이다. 민담이 정말 말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정신적 발달을 하는지를 그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민담에는 다른 나라 민담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고, 이야기가 조금 다를지라도 주제와 소재에서 비슷한 것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삶의 역정이 서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분석심리학적으로 말해서 민담에는 원형들이 많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그 원형들과 만나서 어려움을 당하면서 통합하거나 희생당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서는 우리나라 민담의 주인공들이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 페르조나, 아니마/아니무스, 남성성, 여성성, 노인원형, 어린이원형 등과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통합하거나 희생당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본서에서는 잘 알려진 “우렁각시”, “계모가 팔을 자르고 내쫓긴 처녀”, “바리공주 설화”, “흥부전” 등 30편의 민담을 분석하였는데, 저자는 “우리 민담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보다 정말 순박하고, 정이 많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민담에는 서양 민담처럼 잔혹하거나 성정이 몹시 비뚤어진 것은 볼 수 없었고, 모두가 다른 사람들을 품어 주었던 것이다. 아마 자연 환경이 그렇게 모질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서양 민담과 달리 우리나라 민담에는 마녀나 악마 대신 고약한 계모나 도깨비가 나오고, 동물변신담에서 다시 사람이 될 때도 저주를 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고쳐 먹으면 된다. 정신적 왜곡이 심하지 않은 것이다.
* 서문
아주 오래 전에 우리나라 민담 “내 복으로 산다”를 읽고, 세익스피어의 『리어왕』과 큰 틀에서 많이 닮은 것을 보고 기분이 산뜻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 우리나라 무조(巫祖) 신화인 “바리공주 설화”를 보고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 – 물론 다른 부분도 많이 있지만 - 『리어왕』과 통하는 면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딸이 나중에 아버지가 곤경에 처하자 도움을 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리어왕』의 결말은 비극적으로 끝나지만 “바리데기 설화”는 바리데기가 죽었던 부모님을 살려내고, 어떤 측면에서 볼 때 “바리데기 설화”가 삶의 더 깊은 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민담에 풍부한 문학성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것들을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것일까? 하고 회한에 잠겼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우리나라 민담을 많이 배우지만 40, 5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시간을 내서 우리나라 민담을 찬찬히 읽고, 음미하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해 가을 시간을 내서 우리나라 민담을 다시 읽었는데, 그 동안 필자가 우리나라 민담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었다는 것에 놀라는 한편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다. 필자가 모르는 민담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는 세계문학전집 50권을 다 읽겠다고 치기어린 결심을 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민담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민담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민중을 통해서 전승된 삶의 지혜서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동화도 아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민담에 너무 끔찍한 부분이 많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석심리학자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는 민담은 아낙네들이 물레질 할 때 모여서 이야기하거나 나무꾼들이 나무하다가 쉴 때 나누었던 삶의 이야기라고 하였다. 민담은 특별한 저자가 없이 인류의 무의식에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다가 서로의 무의식이 덧붙여져서 “인간의 삶에는 그런 일들이 생기는구나”, “세상에 별일도 많구나” 하고 자기도 모르게 배우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은 아주 싱겁고, 재미가 있기는커녕 오히려 섬ㅤㅉㅣㅅ한 느낌을 주는 것들도 많다. 민담은 우리 조상들이 삶의 여러 자리에서 어떤 것을 겪었고, 어떻게 삶의 문제를 극복했는지를 보여 주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자들과 분석심리학자들은 민담을 통해서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민담이 무의식의 산물로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면 민담을 단순히 읽어서는 안 될 것이다. 꿈의 이미지들이 보여 주는 내용을 글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꿈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듯이, 무의식의 산물인 민담도 겉으로 드러난 내용만 가지고는 민담이 정말 말하려는 전체적인 의미를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담을 마치 꿈을 읽듯이 민담에 나온 인물과 동물과 행동들을 상징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깊은 의미는 상징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본서에서 모든 민담을 마치 꿈을 해석하듯이 문자 그대로 읽지 않고, 상징적 의미를 파악하면서 읽으려고 하였다. 특히 우리나라 민담들을 읽은 다음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C. G, 융의 개념들을 가지고 분석하기에 좋은 27개의 민담을 추려서 해석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민담에 관한 책들은 “숲 속의 잠자는 공주”나 “빨간 모자” 등 서양 민담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번역한 책들이고, 우리나라 민담을 심층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한 저서들은 많이 출판되지 않았다. 다만 분석심리학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 우리나라 민담을 분석, 출판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연구서들이 출판되기를 바란다.
본서가 다른 연구서들과 다른 점은 기존의 저서들이 이야기 전체를 심층심리학적으로 해석했지만, 본서는 하나의 민담에 페르조나, 자아, 그림자, 아니마/아니무스, 남성원리, 여성원리, 소년원형, 노인원형 등의 정신적 요소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하는 측면에서 살펴본 점이다. 필자가 이렇게 한 이유는 민담에 흥미를 느끼지만 민담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필자는 이 책의 앞부분에 분석심리학 개념들인 원형, 페르조나, 자아, 그림자, 아니마/아니무스, 자기, 남성원리, 여성원리, 소년원형, 노인원형 등의 의미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였고, 그것들이 한 사람의 정신체계 속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때의 병리적 현상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전체 정신체계에 통합되려면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것들이 민담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민담 이야기와 함께 살펴보았다. 그리고 여태까지 민담에 소년원형과 노인원형이 어떻게 나타났고, 그것들이 통합되지 않았을 때의 문제와 통합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다루지 않았는데, 본서에서는 소년원형과 노인원형의 통합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물론 기존의 방식대로 민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분석할 수도 있을 테고, 그러면 필자가 본서에서 다룬 것과 다르게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지 총론 고찰과 각론 고찰은 다를 테니까 말이다. 따라서 그 두 가지 모두 의미가 있는데, 필자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본서가 주로 참고한 것은 한상수, 『한국민담선』(서울: 정음사, 1974), 서정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서울: 현암사, 1996), 서정오,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2』(서울: 현암사, 2016), 신동흔의 『세계민담전접 1 한국편』(서울: 황금가지, 2007)인데, 이 민담집들에는 중복된 것들도 있지만 총 438개의 민담이 수록되어 있다. 그 외에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출판된 『한국구비문학대계』와 임석재, 최상수, 최인학 등이 수집한 민담들도 참고하였다. 그런데 이들 민담들을 살펴본 결과 판본에 따라서 이야기들이 조금씩 다른 것도 있지만, 같은 민담임에도 불구하고 채집한 사람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본서에서는 민담의 내용을 소개하려고 요약한 다음 어느 책에서 인용했는지를 밝혔다. 또한 본서에서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 민담을 분석하였지만, 융의 개념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우리나라 민담을 찾지 못했을 경우 부득이하게 『그림동화집』에 나오는 “거미가 된 여인”과 중국의 소수 민족 가운데 하나인 장족의 민담 “청개구리기수”를 다루었다. 그리고 남성원리와 여성원리의 통합을 다룬 민담을 찾지 못하여 대신 “김유신 설화”를 다루었음을 밝힌다. “김유신 설화”는 역사적 인물이지만, 그가 죽은 지 오래돼서 민담적인 부분도 많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본서가 상담이나 미술치료, 모래놀이치료, 분석치료를 하는 분들은 물론 우리나라 민담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성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II 대학교 졸업(Dr. de Theol). 협성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융연구원 상임교수. IAAP(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C. G. 융학파정신분석가. 한국융분석가협회 전이사장. 월정분석심리학연구소장. 저서 : 『분석심리학과 종교』, 『분석심리학과기독교』, 『분석심리학과 기독교신비주의』(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종교체험』, 『칼 융의 ‘심리학과 종교’ 읽기』, 『생명과 치유, 그리고 그리스도』, 『기독교영성의 추구와 분석심리학』(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신의 황혼의 시대와 새로운 신의 추구: 영지주의와 분석심리학』, 『C. G. 융으로 읽는 한국 민담』 등.
목차
제1부 한국 민담과 분석심리학
I. 민담의 의미와 특징 및 해석 /4
1. 민담의 의미 /6
2. 민담의 특징과 해석 /9
1) 상징과 상상적 사고 /9
2) 상징과 원형 /10
II. 분석심리학과 개성화 /17
1. 민담과 정신적 발달 /17
2. 개성화와 민담 /19
III. 개성화 과정의 단계 /21
1. 개성화 과정에서 자아의 역할 /22
2. 페르조나와의 동일시 극복 /24
3. 그림자의 동화 /26
4.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의미와 통합 /28
1)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의미 /28
2)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문제와 통합 /29
5. 자기와 개성화 /33
1) 자기 /33
2) 개성화 /34
IV. 개성화와 남성성/여성성, 노인원형/소년원형의 통합 /37
1. 남성의 발달과 아버지와의 관계 /37
2. 여성의 발달과 어머니와의 관계 /41
3. 소년원형과 노인원형의 통합 /44
1) 소년원형의 특성 /44
2) 노인원형의 특성 /46
1) 소년원형과 노인원형의 통합 /48
a. 같은 것들의 연합 /48
b. 입문식적 통합과 농신제 /48
c. 상상력을 통한 뿌에르-세넥스의 통합 /49
제2부 분석심리학과 민담해석
I. 정신요소들의 통합과 개성화 /51
1. 자아와 정신 발달 : “정신없는 사람”, “내 복으로 산다” /51
1) “정신없는 사람” /52
2) “내 복으로 산다” /54
2. 페르조나의 발달과 동일시 극복: “바보 신랑”, “바보 형”, “망신당한 선비들”, “선비와 스님”, “돼지가 된 대감”/56
1) ”바보 신랑“, 바보 형 /57
2) “망신당한 선비들”, “선비와 스님” /58
3) “돼지가 된 대감” /59
3. 그림자의 동화 : “얌체질한 호랑이”, “네가 누구냐”, “말하는 남생이”, “흥부전” /61
1) “얌체질한 호랑이” /62
2) “네가 누구냐?”/ 63
3) “말하는 남생이” /66
4) “흥부전” /68
a. 흥부전에 나타난 악과 그림자 /69
b. 악에 대한 흥부의 대처 /71
4. 아니마의 중요성과 분화 : “퉁소 불던 선비”, “여우누이”, “우렁이 색시”, “땅속나라 도적 퇴치” /73
1) “퉁소 불던 선비”, “여우누이”“ /74
2) 우렁이 색시” /78
3) “땅속나라 도적 퇴치” /81
5. 아니무스의 중요성과 분화: “거미가 된 여인”, “최 도령아 문 열어라”, “계모가 팔을 자르고 내쫓은 처녀” /85
1) “거미가 된 여인” /85
2) “최 도령아 문 열어라” /88
3) “계모가 팔을 자르고 내쫓은 처녀” /90
6. 무의식의 흐름과 개성화: “새끼 서발이” /97
II. 여성성/남성성, 노인원형/소년원형의 발달과 개성화 /100
1. 남성성의 발달과 개성화 : “아기장수 전설”, “김유신 설화” /100
1) “아기장수 전설” /102
2) “김유신 설화” /104
3) “이상한 수수께끼”, “왕이 된 새샙이” /110
2. 여성성의 발달과 개성화 : “청개구리 기수”, “두꺼비 신랑” /117
1) “청개구리 기수” /120
2) “두꺼비 신랑” /123
3. 노인원형과 소년원형의 통합 : “우뚜리”, “장모가 된 며느리” /128
1) “우뚜리” /130
2) “장모가 된 며느리 이야기” /132
4. 남녀노소의 통합 : “바리공주 설화” /135
III. 한국 민담의 특징과 민담에 많이 나타나는 소주제의 심리학적 해석 /139
1) 한국 민담의 특징 /139
2) 민담에 많이 나타나는 소주제 /140
a. 가난한 상황으로 시작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끝남 /140
b. 동물 변신 /140
c. 깜짝 놀라서 변화되는 것 /141
d. 거지 잔치 /142
e. 보은담 /142
결론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