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서종택 시인의 ‘선禪 에세이’는 늘 마주치는 일상 속에서 ‘천천히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육체의 건강을 도모함은 물론, 마음의 해탈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종교적 신심을 강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담박하고 깊은 선적禪的 사유로 독자에게 내면의 잔잔한 울림과 설렘을 전한다.
평생을 교육계에서 보낸 교육자이자 원로시인인 저자는 은퇴 이후 자연 속에서 얻은 통찰을 선어록과 선시를 빌려 담박한 필체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은 저자가 지인들과 함께 걷는 동안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 속에서 느겼던 삶의 단순한 기쁨과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경험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자연 속 한 걸음, 내면을 향한 깊은 사유의 여정
걷기 명상 속에서 만나는 삶의 본질
* 서종택 시인의 ‘선禪 에세이’는 늘 마주치는 일상 속에서 ‘천천히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육체의 건강을 도모함은 물론, 마음의 해탈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종교적 신심을 강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담박하고 깊은 선적禪的 사유로 독자에게 내면의 잔잔한 울림과 설레임을 전한다.
* 평생을 교육계에서 보낸 교육자이자 원로시인인 저자는 은퇴 이후 자연 속에서 얻은 통찰을 선어록과 선시를 빌려 담박한 필체로 풀어내고 있다.
*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은 저자가 지인들과 함께 걷는 동안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 속에서 느겼던 삶의 단순한 기쁨과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경험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 여기에 실린 글들은 월간 『고경』에 ‘선과 시 시와 선’이라는 제목으로 3년 6개월 동안 연재한 것들로, 매회 가장 많은 독자를 끌어모으며 꾸준한 호응을 받았던 글모음이다.
* 가벼운 산행 속에 피어난 잔잔한 사유는 노년의 회향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삶의 마무리 또한 깨달음의 과정임을 조용히 일러주고 있다.
저자 서문
2004년 4월 12일, 그날을 어제 일처럼 기억합니다. 상급 관청에 가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며 전신에 힘이 모두 빠져나간 듯 나른했습니다. 기운이 없어서 차 안에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보이는 풍경이 모두 보풀이 일어나는 것처럼 가장자리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걸음을 걷는데 계속 메슥거리고 약간 비틀거리며 걸었습니다. 이게 뭐지? 왜 이래? 토하고 나자 갑자기 세상이 빙빙 도는 듯했습니다.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은 ‘이게 중풍인가?’였습니다. 그것은 죽음 쪽에서 삶을 역광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병원을 두 곳 거치고 MRI를 찍은 끝에 나의 병은 ‘어지럼증’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1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나를 괴롭힌 어지럼증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어지럼증’이 되풀이될 때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일종의 공황에 가깝습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뭔가 거점이 필요했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의학 관련 서적과 종교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거둔 결실입니다.
과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를 추적해서 알려진 것이 나오면, 고통이 줄어들고, 마음이 진정되며, 힘을 얻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아, 이것이 문제였구나 싶은 착지점을 찾았습니다. 착지할 차원을 발견하자 나는 스스로 눈을 떴다고 믿었습니다.
호흡과 긴장 이완, 이 두 가지의 착지점은 찾았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기분만 그럴듯했지 실제로 호흡이 느려지고 긴장이 이완되지는 않았습니다. 읽는 것만으로는 레벨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분’을 넘어선 ‘경지’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경지는 마음의 영역이라 과학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고뇌는 미래를 알지 못해 두려워하는 것 때문에 일어납니다. 병으로 인한 고통조차도 현재의 병 자체보다도 ‘이제 부터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죽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고통이 더해지고, 병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인간은 고통에 시달리면 허무와 죽음의 세계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모든 종교도 죽음 쪽에서 인생을 바라봅니다. 종교의 목표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과학이나 철학을 통해서가 아니라 종교를 통해서일 것이고, 허구적 자아상에서 벗어나는 관조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의 어록(語錄)을 읽는 것만으로도, 고뇌의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그것은 심리적인 망아(忘我)의 경지에 가깝습니다. 자아가 없어지면 자신과 세계가 하나임을 알게 됩니다. 자신과 세계가 하나라는 그 절대적 자유에서 생기는 힘을 ‘생기(生氣)’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이 생기에서 우리는 ‘가볍고 편안한 마음’을 얻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가볍고 편안한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개체의 경계를 뛰어넘는 관점을 하나라도 확보한다면 독자 여러분도 각자 자신만의 생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당시 월간 『고경』의 조병활 편집장으로부터 연재 청탁을 받았을 때,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한 지난 17년간의 경험에서 얻은 것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3년 7개월, 연재하는 동안 읽어 주고 격려해 준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경』 연재가 끝나자마자 단행본으로 출간하자고 제안해 준 성철사상연구원의 서재영 원장과 장경각 편집부 정길숙 선생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불교 서적 출판사로서 명망이 있는 장경각에서 책을 내게 되어 기쁩니다.
이 작은 책을 독자 여러분에게 봉헌하면서 삼가 만나뵙기를 청합니다.
2025년 8월, 독락당(讀樂堂)에서
“유유자적, ‘분별’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순전한 축복이고 순전한 기쁨이야. 그게 인생이지.”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일입니다. 비록 평범한 행위이지만 제대로 걷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입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될 때 인생이란 또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1976년).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전 대구대학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2000년). 저서로 『보물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와반시사, 2012), 『글쓰기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나는 숨긴 게 없습니다
1. 사람마다 나름의 꽃을 피우나니 _ 와룡산 용미봉
2. 꿈에서 깨어나서 본다면 _ 모란꽃
3. 꽃은 아무런 분별도 하지 않는다네 _ 분꽃
4. 한 생각 찰나에 무량세월 들어 있네 _ 북지장사 참나리꽃
5. 아무것도 숨긴 게 없다네 _ 두리봉 꽃향유
6. 꽃은 저 혼자 피었다 지네 _ 국립백두대간수목원
7. 여기 오길 참 잘했네요 _ 사유원
2부― 나는 즐겁게 바위 속에 앉아 있네
1. 무정설법을 듣는 기쁨, 그 순간의 떨림 _ 왕건길 대곡지
2. 이 한 번의 넘어짐! _ 동화천
3. 말을 떠난 슬픔과 미소 사이에서 _ 와룡산 용미봉
4. 본래면목을 모르는 헛똑똑이들 _ 공암 풍벽
5. 그냥 물이죠, 뭐 _ 욱수골
6. 나는 즐겁게 바위 속에 앉아 있네 _ 영덕 블루로드
7. 천 줄기 눈물만 흐르네 _ 천생산 미덕암
8. 기차를 타고 바다로 _ 청하 월포리
9. 산다는 것은 멋진 일 _ 낙동강변
10.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도 걷습니다 _ 화원유원지
11. 뻐꾸기 울음이 큰 대나무를 채우네 _ 죽곡 댓잎소리길
12.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_ 옻골마을
13. 말 없는 곳에 근심도 없도다 _ 최정산
14. 아득하게 먼 곳을 향해 _ 앞산 자락길
3부― 말로 하고자 하나 이미 말을 잊었네
1. 빗소리가 들려도 괘념치 말게나 _ 운문사 솔바람길 ①
2. 움직이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일 뿐 _ 운문사 솔바람길 ②
3. 참새와 목수는 처마 밑에서 운다 _ 고운사
4. 깊은 밤 절집에 말없이 앉았으니 _ 봉암사
5. 나비야, 청산 가자 _ 남지장사
6. “소옥아, 소옥아” 부르는 소리 _ 부석사
7. “돌아다니지 말그래이!” _ 파계사 성전암
8. 바람 없는 곳에 바람이 통하나니 _ 수도암 인현왕후길
9.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잔다 _ 은해사 운부암
10. 죽은 뒤에는 소가 되리라 _ 팔공산 내원암
11. 포대화상, 그 유쾌한 삶의 방식 _ 중국 대자은사
4부― 나는 차 달이며 평상에 앉았다네
1. 탓 트밤 아시, 네가 곧 그것이다 _ 일본 교토 텐류지
2. 인간은 울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_ 일본 교토 시센도, 철학의 길
3.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_ 부모님 산소
4.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 _ 인천 송도
5. 님하, 그 물을 건너지 마오 _ 삼성현역사문화관
6. 자연인이 된 옛친구가 못내 좋아서 _ 함양군 안의
7. 그렇다면 밥그릇은 씻었는가? _ 봉암사 공양
8. 나의 시가 내 얼굴을 환히 밝혀준다면
9. 자, 차나 한 잔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