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역사비평』 2025년 가을호(152호) 특집은 한일협정 체결이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양국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즉 동아시아 전역이 제국의 식민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민국가로 재편되고 각종 열전을 거쳐 냉전 체제로 확립되는 과정에서 체결된 한일협정은, 그 자체로 지역 내 정치체의 여러 타산 및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 거대한 국제정치의 장이었다.
이에 한일회담을 동아시아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그와 동시에 동아시아를 한일회담의 차원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이번 특집의 목적이다. 먼저 북한을 다룬 홍종욱은 한일회담의 추이와 북일관계의 변천을 의식하면서 탈식민의 원칙이 냉전과 분단이라는 현실과 부딪혀 변용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출판사 리뷰
“올해는 1965년에 조인된 한일기본조약이 꼭 60년째를 맞는 해이다. 1951년부터 시작된 한일회담은 식민지 지배에서 비롯된 많은 문제와 모순을 남겨둔 채 이른바 ‘1965년 체제’로 귀결되었다. 그것은 19세기 후반 이후 한일관계를 규정했던 제국주의와 식민지주의의 유산을 ‘경제적 협력’의 형태로 봉인해버렸으며, 20세기 중반 이후 한일 양국에서 진행된 여러 운동과 주장, 즉 과거사의 반성을 통해 피해자의 절실한 목소리에 함께 귀를 기울이자는 연대의 호소를 ‘이미 법적으로 끝난 일’이라며 덮어 버리는 구멍 마개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렇게 근현대 한일관계사의 결정적인 교차로가 된 한일회담은 양국 간 새로운 상호인식을 위해 마땅히 사유를 거듭했어야 할 다양한 법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쟁점에 대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인 해결을 선언했는데, 이 문구는 2015년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서 다시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이라는 문장으로 반복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1965년 체제’에 살고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역사’에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합의가 끝났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담론에 대항하여 한일회담에 관하여 묻고, 묻 고, 또 묻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1965년 체제’라는 폐쇄적인 시스템에 틈과 여백을 내고, 거기에서 지금과는 다른 역사적 사유의 가능성을 전개해야 한다.”
열전을 거쳐 냉전으로 향한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돌아보다
―동아시아의 한일회담, 한일회담의 동아시아
『역사비평』 2025년 가을호(152호) 특집은 한일협정 체결이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양국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즉 동아시아 전역이 제국의 식민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민국가로 재편되고 각종 열전을 거쳐 냉전 체제로 확립되는 과정에서 체결된 한일협정은, 그 자체로 지역 내 정치체의 여러 타산 및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 거대한 국제정치의 장이었다. 이에 한일회담을 동아시아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그와 동시에 동아시아를 한일회담의 차원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이번 특집의 목적이다. 먼저 북한을 다룬 홍종욱은 한일회담의 추이와 북일관계의 변천을 의식하면서 탈식민의 원칙이 냉전과 분단이라는 현실과 부딪혀 변용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중국을 다룬 정규식은 동아시아 냉전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중국이 ‘한일협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나아가 동북아 안보및 국제정세에 관한 대내외 인식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중화민국을 다룬 김주희는 1945년 탈식민 이후 같은 시기에 대일(對日) 협상을 시작한 한국과 중화민국의 사례를 비교 고찰하면서 중화민국 측에서 한일회담의 진행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었는지 살펴보고, 한일기본조약 이후 한국, 중화민국, 일본 사이의 삼자 관계가 어떠한 진전을 보였는지 조망하였다. 오키나와를 다룬 나리타 치히로는 오키나와 반환협상이 한일회담과 같은 시기에 진행된 점에 주목하여, 한일회담의 진전이 오키나와와 한국의 상호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했다. 한국을 다룬 심희찬은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시도했던 한일회담이 역설적으로 내부의 타자 일본에 대한 사유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음을 확인했다. 일본을 다룬 한승희는 한일회담 반대운동 과정에서 형성된 일본조선연구소의 ‘식민지 지배책임론’이 한일조약 비준 이후 어떻게 계승·발전되었는지를 밝혔다.
목화가 피기까지 연대의 봄을 기다리며
―동덕여대 투쟁의 어제와 오늘
2024년 11월부터 동덕여대에서는 학교의 일방적인 남녀공학 전환 결정을 접한 동덕여대 학생들의 반대 투쟁이 장기간 지속하였다. 학교 당국이 이를 비방·탄압하는 가운데 언론 역시 학생들의 투쟁을 과격하고 편협한 것으로 매도했으며, 여성 혐오에 기초한 극우 세력까지 출몰해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은 상처와 피해는 매우 컸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12·3 불법계엄 이후 광장에 나가 내란 종식은 물론 ‘민주동덕의 봄’을 맞이하고자 그 누구보다 힘차게 싸웠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선출된 지금도 학생들이 그토록 원하는 ‘민주동덕의 봄’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에 『역사비평』을 간행하는 역사문제연구소는 인권위원회 주관으로 그동안 투쟁에 앞장서온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학생들과 함께 이번 투쟁 및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현재의 동덕여대 투쟁이 일방적 남녀공학 전환 결정이라는 지난 가을의 사건이 아니라, 20년이 넘게 지속되어온 동덕여대의 민주화운동 흐름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이 학생들의 바람대로 동덕여대의 교화인 ‘목화’가 활짝 피어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한다.
성과 젠더, 인종 문제를 비춰보는 스포츠 이야기
―냉전과 스포츠 : 한필화, 1972 북한 여성 배구선수단, 무하마드 알리
조은성은 북한의 1964년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필화 선수, 1972년 하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북한 여성 배구선수단에 대한 남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냉전과 젠더의 교차적 작용을 살펴보고, 이어 스포츠에서 성과 젠더가 작동해온 오래된 역사와 냉전의 결합을 비판적으로 탐색하였다. 그리고 냉전으로 인한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 정권의 장기간 통치를 겪으며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군사주의 문화가 스포츠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성과 젠더에 대한 인지 감각을 둔하게 만든 주요한 요인 중 하나임을 지적했다. 김정욱은 냉전이 가열되던 1960년대에 미국 스포츠계 최대의 논쟁적 인물이었던 복서 무함마드 알리를 다루었다. 알리는 스포츠와 지배 구조 혹은 지배 이데올로기 간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소련과의 체제경쟁을 위하여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우월성을 과시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소수인종에 충성을 강제함으로써 당대 백인 중심 사회 구조를 안정시키는 지배 이데올로기인 냉전 국민주의에 그가 치열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리는 이후 점차 국민주의의 상징물로서 주류사회에 무해한 기성 체제의 한 부분이 되어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역사문제연구소
우리 역사의 여러 문제들을 공동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함으로써 역사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1986년 설립된 순수 민간 연구단체이다. 대한민국 역사 부문 최고의 싱크탱크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목차
[책머리에] 과거사와 실용외교의 길항 / 오제연
[특집] 동아시아의 한일회담, 한일회담의 동아시아
탈식민의 원칙과 현실―북한의 한일회담 비판 / 홍종욱
한일회담 시기 중국의 대내외 인식과 사상투쟁―‘57년 체제’의 형성과 ‘문혁’의 서막 / 정규식
중화민국의 한일회담 인식―아시아 반공연대 완성을 갈망한 시선 / 김주희
한일회담과 오키나와 / 나리타 치히로
한일회담의 아이러니―기울어진 운동장과 은폐된 내부의 타자 / 심희찬
일조우호 운동과 한일회담 반대운동―일본조선연구소의 식민지 지배책임론에 대한 고찰 / 한승희
[기획] 동덕여대 투쟁의 어제와 오늘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목화는 가장 뜨거운 여름에 핀다 /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역사문제연구소 인권간담회: 목화는 지지 않는다
[연재기획] 냉전과 스포츠 ③
젠더로 보는 냉전의 스포츠─올림픽 경쟁과 북한 여성 선수들에 대한 남한의 언론 보도 / 조은성
복싱과 정치의 만남─냉전 국민주의에 맞선 저항자 무함마드 알리 / 김정욱
[역비논단] 1950~60년대 한국사학계의 복합적 ’후진성‘ 인식과 ’과학화‘ 모색 / 홍선이
1960년대 후반 북한의 갑산파 숙청과 유일사상체계 형성에 관한 재고 / 류승주
도랑, 강, 바다 그리고 비―12·3 내란의 ‘작은 광장’들과 몸짓, 말, 소리, 이미지 실천 / 박상은
[서평] 당연하지 않았던 의례의 시작을 탐색하다(최종석, 『조선의 프로토타입, 원 복속기―원 복속기 외교의례의 전환과 그 역사적 유산』, 역사비평, 2025) / 윤승희
한계인가, 단계인가?(배항섭,『동아시아사 연구와 근대중심주의 비판』,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5) / 이우창
일제하 전남 도서 지역 사회운동사 연구의 기본서((박찬승,『일제하 도서지역의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소안도·암 태도·하의도 등의 사례』, 경인문화사, 2025) / 이정선
경외감과 기시감 사이(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냉전―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 서해문
집, 2025) / 류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