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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김명인 회성록
돌베개 | 부모님 |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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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980년 ‘무림사건’의 주동자 중 한 명으로 감옥살이를 했고 2020년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비평가 김명인이 “지난 45년여의 시간과 씨름해온 늙은 시민으로서의 경험과 생각들”을 전하는 ‘회성록’(回省錄)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를 출간하였다. 회고록이라는 장르를 급진적으로 해체‧재구성하는 이 책은 자전적 기록과 사회사적 기록을 결합하는 동시에 급진적인 자기 분석을 시도한다. 1977년부터 2024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사적 경험과 공적 역사가 교차하고 상호 침투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내 한국 현대사를 조망할 뿐만 아니라, 치밀한 자기 비평 작업을 통해 독자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주는 성찰적 삶의 태도와 비판적 글쓰기의 윤리를 열어젖힌다.

  출판사 리뷰

“이제부터 나는 한 사람의 자칭 혁명운동가가
한 사람의 시민의 자리에 내려서게 된 오랜 내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1979년과 2024년 계엄 사이, 또는 무림사건 이후 40년

1980년 ‘무림사건’의 주동자 중 한 명으로 감옥살이를 했고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2020년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비평가 김명인이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지나간 세대가 전하는 성찰의 기록이자 부끄러운 손길로 내미는 공감과 연대의 제안”(16쪽)으로, “다시 오랜 시간을 세상과 맞서거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운명에 놓여 있는 오늘의 젊은 시민들에게 작은 격려와 위안”(41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난 45년여의 시간과 씨름해온 늙은 시민으로서의 경험과 생각들”(41쪽)을 전하는 ‘회성록’(回省錄)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를 출간하였다.

‘무림사건’은 1980년 12월 11일 서울대학교 교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 사건이다. 군사 정권에 의해 ‘북한 괴뢰집단을 이롭게 할 목적’을 가졌다는 혐의를 뒤집어쓴 ‘공안 사건’이 되어 관련자 여러 명이 실형을 살거나 강제징집을 당했으며, 이후 1980년대 학생운동사와 한국 현대사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재심 과정에서 변호인을 맡은 이명춘 변호사의 의뢰로부터 ‘무림사건’에 대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보고서를 편찬해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으나, “1980년에 있었던 무림사건이라는 학생운동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기록하되, 하나의 좌경용공 범죄에서 정당한 시민적 저항 행동으로 그 공식적 평가가 바뀌기에 이른 40년 동안의 한국사회의 변화상을 한 인간의 생애의 굴곡이라는 맥락 속에서 재해석해”(13쪽)내는 방향으로 확대해보자는 저자의 제안을 거쳐 지금과 같은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한편, 이 책을 집필하면서 저자는 줄곧 “성년 이후 40년의 생애가 온통 ‘낭만적 우울’로 채색된 어두운 풍경”이라고 느꼈지만,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던 2024년 12월, 45년 만의 계엄령을 경험하게 된다. “20대 초반이던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의 피살과 함께 발령된 비상계엄령과 그해 12월 12일 전두환 일당의 군사반란을 겪었고, 60대 후반에 접어든 2024년 겨울, 또 한 번의 비상계엄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었다. 마치 두 바지랑대 사이에 줄을 이어놓고 외줄타기를 하는 줄광대처럼 성년의 시간 전부를 이 두 번의 계엄령 사이를 위태롭게 건너온 셈이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겪은 계엄령에서 시작된 오랜 우울증은 말년에 맞이하게 된 이 희극적인 또 한 번의 계엄령과 이에 맞서는 젊은 시민들의 놀라운 투쟁을 겪으며 놀랍게도 씻은 듯 사라졌다.”(15쪽)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은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가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이어 쓴다. “새 제목에도 우울한 정조가 얼마간은 섞여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 제목을 통해 비관도 낙관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한국 현대사의 역동성을 따라 파도 타듯 흔들려온 내 생애를 비로소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적 기록과 사회사적 기록의 눈부신 결합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에서 ‘개인의 생애’와 ‘한국 현대사’는 분리될 수 없으며, ‘자전적 기록’과 ‘사회사적 기록’은 단단하게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것은 곧 한국사회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온 한 개인의 삶에 새겨진 ‘역사’를 읽는 것이 된다. 저자는 이렇게 썼다. “이제부터 나는 한 사람의 자칭 혁명운동가가 한 사람의 시민의 자리에 내려서게 된 오랜 내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 긴 이야기 속에는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도대체 나라는 인간에게, 우리 한국사회에, 또 이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그 일들을 겪으며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했으며 또 무엇을 못 했는지 하는 것들이 시시콜콜하게 담겨 있다. (…) 하지만 나는 한 개인의 자전적 기록이면서 동시에 지난 45년여 동안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사회사적 기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해나갈 작정이다.”(41쪽)

저자는 자신의 성년 이후의 전 생애이기도 한 1970년대 후반 이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에 실천적으로 개입하거나 그것이 일상과 사회에 남긴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왔다. 1980년 12월 「반파쇼학우투쟁선언」이라는 문건을 작성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김명인은 형사들에게 ‘무림사건’의 주동자라는 이유로 연행되어 비인간적 고문을 수반한 불법 취조를 받고 반공법 및 계엄법 위반죄로 2년 7개월간 ‘좌익수’로서의 수형 생활을 했다. 이후, 작은 무역대리점 사원을 거쳐 인문사회과학 출판사 ‘풀빛’ 편집장으로 『노동의 새벽』,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한국민중사』 등 출판문화 운동사에 기억될 만한 기념비적인 책들을 만들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민중적 민족문학론’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1980년대 내내 뜨거웠던 변혁운동이 퇴조하는 1991년 무렵에는 그 역시 대학원에 진학해 ‘환멸’과 ‘관조’ 속에서 “내부 망명자의 삶”에 진입했다가 1998년부터 다시, 평론을 쓰기 시작하는 한편, 시사문화 계간지 『황해문화』 편집주간, 대학교수, 여러 매체의 칼럼니스트로서, 한국사회를 사려 깊게 관찰하면서 꾸준히 변화의 현장에 참여하거나 그것을 증언해왔다. 그렇게 1981년 반공법‧계엄법 위반죄 선고로부터 2020년의 무죄 판결에 이르는 세월, 더 정확히 1977년부터 2024년까지의 시간 속에서, 민중을 위해 혁명을 꿈꾸던 한 청년은 다른 시민들과 더불어 나날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근원적 변화를 향한 꿈을 꾸고 실천하고자 하는 한 사람의 나이 든 시민이 되었다. 그리고 이 50여 년의 시간을 강렬하고도 섬세한, 날카로우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언어로 조망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동안 한국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 또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맥락에 대한 생생한 이해와 소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회성록, 회고록 장르의 급진적 재구성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는 회고록이라는 장르를 급진적으로 해체‧재구성한다. 이 책은 자전적 기록과 사회사적 기록을 결합하는 동시에 급진적인 자기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이러한 글쓰기 실천에 대해, 개인의 전 생애에 관한 사적인 글쓰기로 받아들여지는 회고록 대신 ‘회성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저자는 이렇게 쓴다. “나는 이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냥 개인인 적이 없었다. 가장 고립되고 격절되었다고 생각할 때야말로 사실은 가장 깊숙이 세상과 연루되었을 때였다. 그렇게 세상과 지독하게 상호 침투되어 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일은 세상과 나 자신의 깊은 이면을 헤집어 그 논리를 캐내는 일이다. 그저 되돌아본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는 뜻의 회고록(回顧錄)에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지나온 삶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본다는 뜻의 회성록(回省錄)으로 고쳐 부르고자 한다.”(9~10쪽)

이것은 인류학‧사회학의 방법론인 자기기술지 전통, 또는 부르디외의 ‘자기의 사회 분석’이나 아니 에르노의 오토픽션, 디디에 에리봉의 ‘사회학적 자기 성찰’ 등과 맞닿아 있다. “기억과 이미지들 위에 역사적 맥락을 오버랩시키는”(114쪽) 기술방식은 ‘무림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책 전반을 아우르며,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사적 경험과 공적 역사가 교차하고 상호 침투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낼뿐더러, 진솔한 자기 고백이나 회고를 넘어, 기존 작업과 사유,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던 특정한 감정들까지 철저히 해부하는 치밀한 자기 비평 작업을 수행한다. 실존적‧윤리적‧정치적 질문을 피하지 않고 아주 정직하게 대면하고, 가장 근본적인 핵심으로 과감하게 다가가며, 끝까지 밀어붙여서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의 내면조차 이후 세대가 참고하고 비판해도 좋을 텍스트 또는 역사적 사료로 내놓는 용기는 이 책에서 가장 급진적인 지점 중 하나이다.

특히, 이 책은 저자의 삶의 궤적 속에서 지금껏 이어온 이 윤리적‧정치적 존재의 기원, 즉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의 대학과 학생운동,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의 민중·민족·민주 변혁운동의 격랑 속으로 독자들을 데려가,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삶의 태도의 원형을 파고드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지나온 삶을 때로는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되돌아보지만, 그곳에는 국가폭력을 포함한 사회의 야만과 불의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금 이 상태’를 넘어서고자 하는 낭만적 충동”(90쪽), 매우 강렬한 열망과 에너지, 극도의 슬픔과 분노와 죄의식, 이후 계속되는 환멸과 희망 사이의 진자 운동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저자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50~60대의 ‘과거의 용사들’”(16쪽), 더 정확히 지난 40~50년을 거쳐온 변혁운동가‧좌파들이 공유하는 핵심 정동이자 저자가 포착해낸 집단적 내면 풍경일 것이다. 저자의 순도 높은 진심과 날카로운 지성으로 쓰인 이 책은 지난 반세기의 민주화 및 포스트 민주화 시대를 고투하며 살아낸 한 사람의 내면 풍경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동시에,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어붙은 감각의 문을 두드려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세상을 향한 ‘낭만적 충동’을 일깨우고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성찰적 태도와 비판적 글쓰기의 윤리에 대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1980년 ‘무림사건’이 일어나고 세기를 건너 2020년 이 사건에 씌워진 모든 혐의가 무죄로 판명되었다. 그와 동시에 혁명가를 꿈꾸고 혁명적 실천을 했다고 생각했던 나도 결국은 내란을 일으킨 일부 정치군인들의 폭거를 고발하고 저항한 한 사람의 젊은 시민에 불과했음이 판명되었다. 달리 말하면, 나는 인생의 황혼녘이 되어서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의 성원권을 얻은 늙은 시민인 것이다. 마지막 무죄 판결을 받아들였을 때, 나의 젊은 날의 생사를 건 저항이 사실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와 의무를 이행한 것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한 이중감정에 휩싸였었다.

1970년대 말의 대학은 죽어 있었다. (…) 자유가 없는데 대학이 살아 있을 수는 없었다.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전부 가슴 깊이 감추고 있는데, 하고 싶지 않은 말만으로 어떻게 대화가 구성되며 어떻게 진실이 교환될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찾았던 ‘진리의 문’은 등록금을 내고 수강신청을 하고 시간표대로 드나들던 강의실에는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학교 바깥 ‘옥호불상’(屋號不祥)의 중국집 골방과 대여섯 명만 들어차도 발 제대로 벋을 곳이 없었던 누군가의 퀴퀴한 자취방에서 더 가까이 있었다. 줄담배의 매연과 땀 냄새와 밖으로 새어나갈세라 언제나 반쯤 볼륨을 줄인 낮은 목소리들의 웅얼거림이 뒤섞인 학회 세미나는 그 척박했던 시절 그나마 진리라는 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처럼 대학교 1~2학년 시절에 수행했던 사회과학과 철학 공부는 그 이후 내 평생의 세계 인식의 기초가 되었다. 구성주의적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이 공부들에서 얻은 인식으로 나를 둘러싼 세계를 ‘좌파적 관점’ 혹은 ‘진보적 관점’에서 구성했던 것이고, 그렇게 구성된 세계와 평생을 씨름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과 그 인식을 토대로 살아온 삶은 일종의 허구였을까. ‘세계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가지성이 곧 무의미와 무기력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나는 이러한 공부들을 통해서 변화와 진보가 곧 지고선은 아닐지라도 끝없이 자기 존재의 위상과 의미를 탐색하고 ‘지금 이 상태’를 넘어서고자 하는 낭만적 충동이 없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명인
1958년, 강원도 도계에서 태어나 네 살부터는 내내 서울에서 살아왔다. 세상의 이치에 눈을 떠가던 중학교 시절부터 막연히 비평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다녔으나 재학 중 비합법 학생운동 그룹에 몸을 담아 박정희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투쟁에 전념했고 이어진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대항하는 투쟁에 20대 청춘의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투쟁선언문이나 격문을 쓸 때마다 존재의 고양감에 몸을 떨었고, 그 뜨겁고 휘황한 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인생은 일찌감치 무거워졌다. 1979년에는 짧게, 1980년부터 1983년까지는 좀 길게 두 번의 감옥살이를 했다. 이른바 ‘무림사건’이 두 번째 옥살이의 원인이었다.1985년, 평단에 이름을 올리고 비평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7년에 또 하나의 격문을 쓰는 기분으로 발표한 「지식인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으로 ‘민족문학주체논쟁’을 일으켰고 그 파장을 겪으며 다시 한 번 글 쓰는 일의 엄중함과 그 그림자의 길이와 무게를 절감할 수 있었다. 시대의 피로와 환멸에 지쳐 「불을 찾아서」라는 글을 남기고 비평을 중단한 1992년, 대학원에들어가 김수영에 대한 석사논문과 조연현에 대한 박사논문을 써서 1998년에 학위과정을 마쳤다.2000년부터 다시 비평을 쓰지만 동시대 문학과의 불화를 확인하고 2005년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에 교수직을 얻은 뒤로는 문학 연구와 교육을 핑계로 사실상 평단에는 폐업계를 내다시피 하였다. 1999년부터는 인천에서 나오는 시사문화 계간지 『황해문화』 편집주간으로 일했다. 2024년 봄, 교수직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편집주간 자리에서도 물러나면서 지금은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은퇴자의 소소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2021년에 낸 마지막 평론집으로 2023년에 임화문학예술상을 수상한 게 생애 유일의 수상 이력이다.쓴 책으로 『희망의 문학』(1990), 『잠들지 못하는 희망』(1997), 『불을 찾아서』(2000), 『김수영, 근대를 향한 모험』(2002), 『조연현, 비극적 세계관과 파시즘 사이』(2004),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2004), 『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2006), 『내면 산책자의 시간』(2012), 『문학적 근대의 자의식』(2016), 『부끄러움의 깊이』(2017),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2021)가 있다.

  목차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프롤로그 혁명운동가에서 시민으로

1부 나의 대학

1977년 봄, 적막 | 학회, 또 다른 대학 | 농활이라는 이름의 통과제의 | 그해 가을 | 인식의 전환 | 문학도가 된다는 것

2부 안개의 숲, 무림

그 숲에 들어서기 전에 | 지상의 삶과 지하의 삶 | 박정희가 죽었다! | 서울의 봄 | 회군 | 그날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광주사태’ | 조용한 가을 | 반파쇼학우투쟁선언 | 남영동에서, 이근안이 있는 풍경 | 2년 7개월, 감옥에서 | 스무 통의 옥중서신

3부 짧은 미몽, 긴 후일담

1장 출세간, 문학이라는 외피
입사식의 절차 | 펀집자 되기 | 문학평론가 되기
2장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
그 어느 허탈했던 겨울날 아침 | ‘민중적 민족문학’이라는 미망 | 1991년
3장 1990년대, 내부망명자의 삶
자기 분열의 시작 | 대학원 시절 | 강 건너편의 세계
4장 환멸과 희망 사이
공론장으로의 복귀? | 『황해문화』와의 동행 | 대학교수라는 직업 | 디스토피아 스펙터클 앞에서 | 말년의 양식

에필로그 희극으로 반복되는 역사: 2024년 겨울의 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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