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바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더 많은 이익을 좇느라 희미해져만 가고 있던, 우리 삶을 지탱하는 ‘윤리라는 끈’을 다시 붙잡을 수 있게 해준다.‘도덕 선생님들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엄성우 교수가 나와 너를 잇는 ‘인간다움의 고리’로서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이라는 5가지 삶의 덕목을 ‘왜 겸손해야 할까?’부터 ‘인공지능은 정직할까?’에 이르기까지 총 50가지 질문을 통해 풀어나간다. 삶의 구체적인 상황 가운데 놓였을 때 스스로 윤리적 덕목을 생각하고, 납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나와 너뿐만 아니라 가혹한 세상마저 품을 수 있는 ‘어른다움’의 길로 안내한다.

들어가며사실 겸손이나 정직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덕목 개념을 철학적으로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도둑질도 거짓말도 누가 나쁜 줄 몰라서 하나?” 이렇게 반문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우리가 윤리적으로 살지 못하는 건 좋은 길과 나쁜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좋은 삶을 실천할 의지가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길이 어떤 길인지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친숙한 덕목이라고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런 덕목을 기르고 발휘해 나갈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우선 목적지를 알아야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덕목이 ‘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 덕목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 납득을 하지 못한다면 그런 덕목들을 기르고 발휘할 마음이 들지 않을 테니까요.
1장 겸손겸손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살펴볼 것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태도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엄격하여 쉽게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위를 향하는 사람을 겸손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을 그런 식으로 ‘특별 취급’하는 것 또한 겸손하지 못한 태도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전교 1등 학생의 사례를 생각해봅시다. 가령 전교 1등을 하는 나일등은 시험 문제를 하나만 틀렸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더욱더 잘해야 돼’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그때 괴로워하는 일등이에게 평소에 50점을 맞는 김긍정이 와서 “괜찮아,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라고 위로해주었어요. 그런데 괴로워하던 일등이가 고마워하기는커녕 “너 같은 애는 괜찮겠지만 나는 안 돼!”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이런 사람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려는 태도를 지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을 깔보고 자기만 특별한 존재로 보고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태도 때문에 오히려 겸손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자신에게만 다른 기준을 적용해서 다르게 취급하는 태도를 겸손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엄성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철학 학사와 석사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고 듀크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생명윤리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윤리학과 응용윤리(특히 생명윤리)이며 교내외에서 다양한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2020년 국제생명윤리협회에서 주관하는 제15회 세계생명윤리학술대회에서 〈Vices in Autonomous Paternalism(자율적 간섭주의의 부덕함)〉이 아시아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고, 2022년 한국분석철학회에서 〈What is a Relational Virtue?(관계적 미덕이란 무엇인가)〉가 모하 분석철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주요 논문으로 〈Trustfulness as a Risky Virtue(위험한 덕목으로서의 신뢰심)〉(2024), 〈Honesty: Respect for the Right Not to be Deceived(정직: 속지 않을 권리에 대한 존중)〉(2023), 〈Gratitude for Being(존재에 대한 감사)〉(2020), 〈Modesty as an Executive Virtue(실행적 덕목으로서의 겸손)〉(2019) 등이 있다. 그동안 논문을 통해 선보여왔던 윤리학의 주제를 종합하여 쉽게 풀어낸 이 책은 동종 분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중교양서이자 저자의 첫 번째 단독 저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