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 현대사를 맨몸으로 헤쳐 온 여자들의 이야기. '내 살아온 사연을 다 풀어놓으면 책 열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흔히 말하는, 역사 속 이름 없는 일곱 여자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 지도 모른 채 한국현대사의 복판으로 던져졌다. 해방이 되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몰랐고, 전쟁이 일어났지만 누가 누구를 향해 총을 쏘고 있는지도 몰랐다.
피난길에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산에 올랐다가 동상으로 발가락이 빠져버린 지리산 빨치산 하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중국 팔로군이 되어 마오쩌둥의 대장정에 참여한 뒤 중공군의 자격으로 한국전쟁에 투입됐던 여자 군인 하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차에 올라탔다가 만주에서 일본 군인의 성노예 생활을 하느라 자궁까지 적출당한 위안부 하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애절한 삶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파편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내 인생이 처절했노라고 한숨 쉬고 앉아 있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 속에 내던져졌지만 두 발로 똑바로 서서 수난의 세월을 헤쳐 나왔다.
자신의 인생을 가꾸고 이웃의 인생에 애정을 베풀며 살아왔다. 그것은 무슨 무슨 이념 때문도 아니고, 거창한 역사의 진보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오롯이 휴머니즘, 인간애다. 이렇듯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 수난을 털어내는 유머를 껴안고 살아온 일곱 명의 인생행로는 한국 사회가 전쟁과 분단, 가난과 독재를 딛고 발전하는 힘의 바탕이었다.
출판사 리뷰
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권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긍정, 비관을 털어내는 유머, 따뜻한 인간애로
수난의 한국 현대사를 밀치고 나온 일곱 여자의 인생을 만나다!
“현대사의 우여곡절을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들만큼 생생하게 증언하는 얘기들을 나는 이전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다. 이분들의 애처로운 듯 지독한 이야기, 가냘픈 듯 강인한 인생유전은 그간 내 가슴을 여러 번 미어터지게 만들었다. ……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거기 꽃 피고 새 울고 천둥 치고 바람 부니 머지않아 열매 맺을 것이다.”_머리말 중에서
-《여자전》은 2007년 출간되어 절판되었다가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왜 지금 우리는 이 여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가(저자의 변)
“나라가 갈갈이 찢기고 있다. 세대 간, 젠더 간, 이념 간 갈등이 너무 크다. 그걸 봉합해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개인의 역사는 국가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함께 맞닥뜨린 거대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역사의 전체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지난 세대가 함께 헤쳐나온 우리 역사의 생생한 속살을 일곱 할머니의 삶을 통해 풀어놓았다.”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개인의 파편화가 극에 달해 다들 외롭고 허탈하다. 우리에겐 내적 치유가 절실하다. 여기 극한의 고통을 뚫고나온 일곱 분의 삶이 있다. 고통을 뚫고 나와 인간의 품위를 보여준다. 의연하고 대범하게 상대를 품어 안으신다. 이 책은 치유의 힘을 가졌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독자는 심신이 정화될 것이다. 외로움과 허탈이 녹으면서 아픈 부위가 눈물로 풀려 나갈 것이다.”
“이야기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의 삶은 삭막하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원고지 100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 안에 드라마가 난무한다. 사랑이 있고 전쟁이 있고
작가 소개
저자 : 김서령
칼럼니스트,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남의 이야기 듣기를 즐겨 급기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사람이 우주이며 한 인간의 생애 안에 가히 우주의 천변만화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난 세기 초중반 한국 여자로 태어나 우리 역사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밀고 온 분들, 그들의 삶 앞에서 전율의 농도가 가장 컸다. 이 책은 그 감동의 기록이다.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이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과일이 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돌고 향기를 풍기듯 인생도 고난 속에서 익어간다는 것을 믿는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지금 행복한 사람에겐 삶의 확장을, 지금 불행한 사람에겐 삶의 깊이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팔뚝이 잘린 사람 앞에선 손가락이 잘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앞 세대가 몸부림치며 살아온 이야기가 뒤 세대의 가슴을 울리기를, 그 울분과 통한이 서로를 연대하고 위안하고 사랑하게 만들기를, 더불어 고통을 뚫고 나와 더 너그럽고 강인해진 분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통찰해내기를 희망한다. 한때는 국어교사였다가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라진 잡지 《샘이 깊은 물》에서 인물 인터뷰의 매력에 눈떠 인터뷰 칼럼을 주로 써왔다. 펴낸 책으로 《김서령의 家》, 《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참외는 참 외롭다》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_꽃으로 문질러 쓴 애달픈 인생 이야기
내가 살아남아 1미터짜리 농어를 잡을 줄 짐작이나 했겠나
지리산 빨치산 할머니 고계연
왜 살아도 살아도 끝이 안 나노
반세기 넘게 홀로 가문을 지켜온 종부 김후웅
내 자궁은 뺏겼지만 천하를 얻었소
일본군위안부 김수해 할머니
죽음의 강 황하를 건너온 소녀
중국 팔로군 출신 기공 연구가 윤금선
종횡무진 욕으로 안기부를 제압하다
문화판의 걸출한 욕쟁이 할머니 박의순
난 기생이다, 황진이다, 혁명적 예술가다
황진이보다 더 치열했던 춤꾼 이선옥
지상에 없는 남자, 그만을 향한 50년
한 달의 인연을 영원으로 간직한 최옥분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