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마법 그림책\' 시리즈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크베타 파코브스카가 개성적이고 강렬한 그림을 선보인다. 이란 출신으로 독일에 망명하고 있는 작가 사이드가 \'나만의 빛깔 찾기\'를 주제로 글을 썼다. 개성있는 예술세계와 뚜렷한 메시지가 잘 어우러진 그림책. 보통의 그림책보다 훨씬 큰 활자를 이용하여 전면을 활자만 배치한 것도 독특하다.
빛깔 없는 꽃 한 송이는 알록달록한 색을 뽐내는 다른 꽃들이 늘 부럽다. 어떻게 하면 빛깔을 얻을 수 있을가 고민하던 꽃 한 송이는 색을 나누어준다는 무지개 나비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리고 파랑색 바지를 입은 경찰관, 멋진 빛깔의 플라타너스, 빨간색 풍선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빨강, 파랑과 같은 강렬한 원색, 기하학적 형태, 특이한 모습의 등장인물들은 보는 이들을 단숨에 휘어잡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상력과 표현력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사이드는 이야기 속에 정치적, 종교적 압박, 유토피아와 같은 다양한 상징을 숨겨두었는데, 그 상징들을 굳이 찾아내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충분히 즐겁다.
출판사 리뷰
■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 그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소중함
어느 정원에 빛깔 없는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을 뽐내는 다른 꽃들을 볼 때마다 빛깔 없는 꽃의 마음은 그저 서글플 따름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꽃은 태양에게서 빛깔을 받아 나누어 준다는 무지개 나비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자신도 남들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길로 무지개 나비를 찾아 나서지만, 정원을 나오자마자 꽃은 경찰관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이 나라에서 빛깔 없이 다니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거든요. 겁에 질린 꽃은 지금 빛깔을 찾으러 가는 길이라고 더듬거리며 대답합니다. 개인의 자아와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이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은 아예 존재할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나온 여행은 이렇게 실망스러운 일들의 연속입니다. 꽃은 광장에 서 있는 멋진 빛깔의 플라타너스와 빨간색 풍선을 차례로 만나게 되지만, 그들 역시 자아를 상실한 채 현 상황에 안주하는 사회의 이름 없는 구성원들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꽃은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가 데려다 준 정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의 개성을 인정해 주는 새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자유를 억압하는 경찰관과 수동적인 플라타너스, 풍선이 있던 마을과 달리 이 곳에 있는 꽃들은 빛깔 없는 꽃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색을 가졌다며 칭찬해 줍니다. 이제 꽃은 수줍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게 됩니다. “난 내 빛깔이 좋아!” 라고 말입니다.
나만의 빛깔, 즉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이란 출신의 작가 사이드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주제입니다. 종교 분쟁을 피해 독일로 망명한 작가는 이 이야기 속에 자신의 경험을 모두 집약해 놓았습니다. 경찰관과 플라타너스를 만났던 마을은 정치적ㆍ종교적 압박을 피해 떠났던 조국의 모습을 투영하고, 할아버지가 꽃을 데려간 정원은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모습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행복해질 수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생생한 경험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 상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화가 크베타 파코브스카
사이드의 철학적이면서도 함축적인 글은 크베타 파코브스카의 자유로운 그림과 만나며 비로소 제 ‘빛깔’을 찾게 됩니다. 체코를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파코브스카는《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표출합니다. 빨강ㆍ파랑 같은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 형태의 배경, 특이한 모습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어집니다. 동그란 얼굴로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있던 무지개 나비는 다음 장에서 다리를 기다랗게 뻗고 있는 날씬한 모습으로 바뀌고, 플라타너스는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장면마다 재구성됩니다. 이렇듯 파코브스카는 같은 등장인물이라도 장면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묘사하며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를 과시합니다.
더군다나 파코브스카의 기발하고 파격적인 그림은 이야기를 침범하지 않고 오히려 튼튼하게 뒷받침해 줍니다. 자유를 억압하는 경찰관의 모습을 흐릿한 색과 불분명한 형태의 도형으로 표현한 것처럼 말입니다. 가장 압권인 것은 바로 빛깔 없는 꽃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첫 장면에서 꽃은 투명한 트레싱지로 표현됩니다. 말 그대로 아무런 빛깔도 가지지 못한 평범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할아버지의 정원 속에서도 꽃은 똑같은 트레싱지로 등장하지만 종이를 앞으로 넘기면 세상의 모든 빛깔을 그대로 투영할 수 있는, 그렇게 최고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던 꽃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파코브스카는 독특한 미술 효과로 창조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텍스트에 완성도를 부여합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사이드 (Said)
1947년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종교 분쟁으로 1965년 독일 뮌헨으로 망명하여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91년 아델베르트 본 샤미소 문예진흥상, 1999년 헤르만 케스턴 상 등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나의 망명 생활 비망록, 아르베니아의 오랜 분쟁>, <내겐 밤이 있네>, <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 등이 있다.
그림 : 크베타 파코브스카 (Kveta Pacovska)
프라하에서 태어나 1952년에 프라하 응용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이후 그래픽 디자인과 회화, 개념 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관에서 대형 회화 작품과 종이 조각(paper sculpture) 작품을 전시했고, 1961년부터 1999년까지 오십 여개의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는 왕성한 활동을 지속했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해 준 것은 1960년대 이래 계속해 온 북 디자인 작업이다. 특유의 실험적인 그림을 인정 받아 1992년 한스 안데르센 상을, 1997년 요한 구텐베르크 상을 수상했다. 또 같은 해에 유네스코가 수여하는 국제 뫼비우스 멀티미디어 상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으로 <모양놀이>, <색깔놀이>, <숫자놀이>, <요일놀이>, <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가 있다.
역자 : 이용숙
1962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귄터 그라스에 관한 박사논문을 쓰고, 음악학도 공부했다. 귀국 후 이화여대 독문과 강사를 지냈으며 「오디오와 레코드」, 「해피데이스」에 음악 칼럼을 썼다.
오페라 에세이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를 출간했고, 독일 단편선 <나는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이 보인다 클래식이 들린다>, <섹스북>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마르셀 바이어의 소설 <박쥐> 로 제6회 한독문학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현재 번역가와 음악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