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는 너무 쉽게 연결되고, 너무 자주 외로워진다. 이 시집은 읽지 않은 메시지 숫자를 바라보는 새벽의 침묵, 버스 창문에 이마를 기댄 채 흘려보낸 도심의 불빛, 그리고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했던 문장들의 기록이다. 유난히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이 시집을 펼쳐보자. 당신의 밤을 닮은 문장들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 리뷰
느리고 쓸모없어 보이는 마음까지도, 끝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조용한 빛이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 자주 뒤처지고, 자주 멈추고, 자주 말하지 못한 마음들을 조용히 건져 올리는 산문시집이다. 이 책은 거창한 사건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반납하지 못한 기억, 끝내 잊히지 않는 말, 배터리 1%처럼 간신히 남아 있는 마음, 새벽의 스크롤과 꺼지지 않는 생각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비춘다.
작가는 외로움과 상실을 과장하지 않는다. 누군가 떠난 자리의 온도, 흐려지는 기억의 잔상, 말이 되지 못한 감정, 천천히 멀어지는 관계를 담담한 문장으로 따라간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은 아프다고 소리치기보다, 오래 참고 있던 마음 옆에 가만히 앉아주는 쪽에 가깝다.
특히 이 작품집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배터리, 전원 버튼, 자동완성, 비밀번호, 스크롤, 주파수 같은 익숙한 단어들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가 감정을 저장하고 숨기고 지우려 애쓰는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이 된다. 차가운 디지털 언어와 따뜻한 내면의 고백이 만나며, 독자는 자신의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감정의 결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느리고 쓸모없지만』이 건네는 위로는 빠른 회복이나 쉬운 긍정이 아니다. 이 책은 느려도 괜찮다고, 아직 말이 되지 못한 마음도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쓸모없어 보이는 감정들마저 결국 나를 이루는 일부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는 자신의 외로움과 불안, 잊지 못한 기억까지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밤이 깊어질수록 작은 불빛이 더 선명해지듯, 이 책은 조용한 문장으로 마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춘다. 바쁜 하루 끝에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이들에게, 『느리고 쓸모없지만』은 느린 마음의 속도를 되찾게 해주는 다정한 기록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유리연
깨어 있는 문장의 기록자로 삽니다.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결국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마는 이들의 서툰 마음을 글로 씁니다.
목차
반납되지 않는 것들 8
잊어버리는 기술 12
배터리 1% 15
전원을 끈 별 17
느리고 쓸모없지만 20
이유 없이 22
외로움 24
유지 28
우리가 별이 되지 못한 이유 31
버그투성이 36
젖어 있는 마음 39
파도는 왜 돌아오는가 41
영화가 끝난 뒤 46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49
전원 버튼 51
도시의 자동완성 54
잔상 56
비밀번호 59
마음의 속도 62
말하지 못한 날의 기록 64
흘러가지 못한 것들 66
천천히 멀어지는 것들 70
남아 있는 방향 73
조용히 남는 방식 76
방향 79
사라지는 법을 배우는 중 82
말이 되지 못한 것들 86
새벽 2시 47분의 스크롤 89
사적인 주파수 91
다정한 그늘이 넓어질 때 93
시계의 박자 96
투명한 바람의 독백 99
잔량 5%의 고백 101
어둠 속의 작은 눈동자 104
마음에 내리는 풍경 107
밤의 도화지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