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넬라 라슨의 『패싱』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할렘 르네상스’는 1920년대 뉴욕 맨해튼 할렘에서 흑인들이 주도했던 문예부흥운동을 일컫는다. 넬라 라슨은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찍 차별에 눈떴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종 정체성을 숨기는 이른바 ‘패싱’이라는 첨예한 문제를 다루며 단숨에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혼에 따른 생활고와 출판사와의 갈등으로 후속작을 출간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겪는다. 그러다 1980년대 이르러 앨리스 워커 등이 앞장서 그의 작품들을 재발굴한 결과, 현재는 할렘 르네상스의 대표 작가이자 미국 모더니즘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넬라 라슨의 『패싱』은 백인 피부를 지닌 두 흑인 여성 클레어와 아이린을 통해 할렘 르네상스 시기 신여성들의 ‘패싱’에 주목했다. 사회적 차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인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흰색이 주는 사회적 보호와 이익을 욕망하고 인종 정체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여성 인물들의 행보는 근 백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출판사 리뷰
“클레어를 마주하자 아이린 레드필드는 문득 설명할 수 없이 애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 ‘세상에! 클레어, 너 정말 아름답구나!’”
흰 피부를 지닌 흑인 여성의 위태로운 ‘정체성 넘나들기’
1920년대 할렘 르네상스 대표 작가, 넬라 라슨의 문제작
▶ 흰색은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흑인 정체성에 충성하는 것은 자부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는, 미국인들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실체에 근거한 비극적인 스토리. — 《뉴욕 타임스》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넬라 라슨의 『패싱』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할렘 르네상스’는 1920년대 뉴욕 맨해튼 할렘에서 흑인들이 주도했던 문예부흥운동을 일컫는다. 넬라 라슨은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찍 차별에 눈떴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종 정체성을 숨기는 이른바 ‘패싱’이라는 첨예한 문제를 다루며 단숨에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혼에 따른 생활고와 출판사와의 갈등으로 후속작을 출간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겪는다. 그러다 1980년대 이르러 앨리스 워커 등이 앞장서 그의 작품들을 재발굴한 결과, 현재는 할렘 르네상스의 대표 작가이자 미국 모더니즘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흰색을 향한 위험한 욕망, 패싱“그래, 정말로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일이든 하고 누구든지 상처 입히고 어떤 것도 던져 버릴 수 있어. 정말이야, 난 위험해.” (121쪽)
‘매혹적인’, ‘모서리에 서 있는’, ‘고양이 같은’……. 클레어를 설명하는 단어는 하나같이 위태롭다. 그녀는 가난한 고아라는 절망적인 신분에서 탈출하기 위해 밝은 피부색과 아름다운 외모를 무기로 백인 사업가와 결혼해 상류층에 편입한다. 하지만 ‘검둥이’에 대한 혐오와 무지로 가득 찬 인종차별주의자와의 결혼 생활은 단 한시도 백인 행세를 그만둘 수 없는 감옥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백인 전용 호텔의 루프탑 카페에서 클레어는 십이 년 만에 동창생 아이린을 만난다. 흑인이지만 클레어처럼 밝은 피부색을 가진 아이린은 흑인 남편과 결혼한 뒤 흑인들의 권리 향상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그녀 역시 종종 패싱을 한다. 백인 전용 호텔이나 헤어숍을 이용할 때, 그러니까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작고 사소한 이익을 위해서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는 건 위험해. 그랬다가 끝이 안 좋은 경우를 여러 번 봤어.” (98쪽)
이 두 여성의 이야기는 백인 상류층의 삶을 누리던 클레어가 아이린을 통해 할렘 사회를 엿보고 그 아슬아슬한 활기를 그리워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지고 할렘으로 돌아오겠다는 클레어, 그리고 이를 만류하는 아이린 사이에 운명적 연대뿐 아니라 알 수 없는, 불길한 긴장이 공존한다.
■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넬라 라슨1920년대 뉴욕 맨해튼의 빈곤 지역인 할렘에서 흑인들이 주도했던 문예부흥운동을 일컫는 ‘할렘 르네상스’는 신흑인 르네상스(New Negro Renaissance)라고도 불린다. 전후 경제 호황에 따른 소비 만능주의가 사회 분위기를 지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헤밍웨이의 ‘길 잃은 세대’로 대변되는 허무감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팽배하던 시기. 문명에 억눌렸던 원시에 대한 향수, 무의식과 본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는 흑인 문화에 대한 폭발적인 예찬으로 이어졌다.
한편 ‘패싱’은 백인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흑인들이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 행세하는 것을 뜻한다. 즉 흑백 인종 간의 경계에서 백인으로 넘어간다는 것인데, 이는 경제 호황에 따라 흑인 중산층이 증가하고 검은 피부, 가난한 흑인이라는 등식이 깨졌음에도 여전히 ‘흰색’이 상징적이고 현실적인 우위를 점했음을 보여 주는 사회적 증후라고 볼 수 있다.
넬라 라슨의 『패싱』은 백인 피부를 지닌 두 흑인 여성 클레어와 아이린을 통해 할렘 르네상스 시기 신여성들의 ‘패싱’에 주목했다. 사회적 차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인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흰색이 주는 사회적 보호와 이익을 욕망하고 인종 정체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여성 인물들의 행보는 근 백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고양이처럼. 단 한마디 말로 그 애를 묘사해 본다면 확실히 이것이 클레어 켄드리를 가장 잘 묘사하는 말이었다. (……) 그 애에게는 놀랍도록 차분한 적개심이 있었는데, 그것은 도발되기 전에는 잘 감추어져 있었다. (……) 또는 사람들이 그 애의 화를 돋우면 어떤 위험도 개의치 않고 완전히 잊어버린 채 사납고 맹렬하게 싸웠다. (……) 몇몇 사내애들이 그 애의 아버지를 놀리려고 구부정하게 걷는 그의 괴상한 모습을 경멸적으로 묘사한 노래를 만들어 불렀던 날, 그 애는 얼마나 사납게 사내애들을 할퀴었던가! 또한 얼마나 교묘하게…….
“있잖아, 르네. 난 늘 궁금했어. 더 많은 흑인 여자애들, 너나 마거릿 해머, 에스터 도슨과 같은 애들이 왜 절대로 백인 행세를 안 하는지 말이야. 그건 정말 엄청나게 쉬운 일이거든. 그럴 수 있는 유형에 속할 경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거든.”
작가 소개
지은이 : 넬라 라슨
1891년 미국 시카고에서 서인도제도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녀 교육에 밝았던 어머니의 뜻에 따라 피스크대학교에 진학했으나 복장 규정 위반으로 퇴학당했다. 그 후 코펜하겐대학교에서 청강생으로 학업을 이어 갔다. 1914년 간호학교에 진학했고 병원과 시 보건국 등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192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할렘 르네상스를 주도하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28년 첫 소설 『유사』, 1929년 『패싱』을 출간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뛰어난 업적을 이룬 흑인들에게 수여하는 윌리엄 하몬 브론즈 어워드와 구겐하임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초기의 활발한 창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혼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출판사와의 불화 등으로 세 번째 소설을 출판하지 못한 채 1964년 세상을 떠났다. 흑인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워커 등이 1980년대 이후 다른 흑인 여성 작가를 재발굴하기 시작하면서, 넬라 라슨의 작품이 재평가되고 문학사 속 위치가 복원되었다.
목차
1부 조우 11
2부 재회 73
3부 종말 123
작품 해설 174
작가 연보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