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화진 장편소설 『악마는 열심히 산다』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 소설가의 신작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배경으로 고립된 마음이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 탐색한다.
은둔 청년 가영 앞에 작은 악마 Z가 나타나 너의 남은 생을 내가 대신 살아 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악마 Z는 인간의 몸과 함께 커다랗게 느껴지는 마음의 무게를 알게 되고, 가영은 가벼운 악마의 몸으로 옮겨 오며 상처에서 멀어지는 감각을 경험한다.
몸과 삶을 맞바꾼 뒤, 가영과 악마 Z, 그리고 거래의 목격자 종현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보게 된다. 너무 오래 숨겨져 있어서 잊었거나 외면했던 마음, 보고도 몰랐던 자신의 진짜 마음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출판사 리뷰
“악마는…… 전능하단다.”
손바닥만큼 작은 몸, 화살표 꼬리, 길고 뾰족한 송곳니
어느 날 내 앞에 악마가 나타나 소원을 물어본다면?
노는 게 제일 좋은 장난꾸러기 악마와
은둔 청년의 엉뚱하고 비밀스러운 거래
몸과 삶을 맞바꾼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내 마음, 내가 진짜로 원했던 것
김화진 장편소설 『악마는 열심히 산다』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 소설가의 신작이다.
하나의 마음에 깃든 무수한 감정들의 행방과 변화를 세밀하게 좇는 ‘마음 탐구자’ 김화진의 탄생을 알린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이후, 김화진은 줄곧 무한히 예측 불가한 ‘마음’에 발을 딛고 그 바깥으로 시야를 차근차근 넓혀 왔다.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에서는 마음을 따라 움직이며 연결되는 ‘관계’의 역동을, 장편소설 『동경』에서는 우정 속에서 생동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삶과 꿈을 보여 준 소설가 김화진은 이번 소설을 통해 보다 멀고 깊은 곳으로 나아가 본다.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의 내면에서도 아득히 멀고 외진 자리, 바로 ‘고립’된 마음이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혼자가 될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마음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김화진은 우리 모두가 고립을 경험해 보았던 코로나19 팬데믹을 배경으로 그 실마리를 탐색한다. 모두가 집 밖으로 나서기 조심스러웠던 그해 초겨울, 은둔 청년 가영 앞에 작은 악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가영의 집 가장 어두운 곳에 숨어 살던 악마 Z. 악마 Z는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고만 싶은 가영의 마음을 읽고 거래를 제안하려 모처럼 야심 차게 등장한 참이다. 너의 남은 생을 내가 대신 살아 주겠다고.
그러나 그렇게 맞바꾼 몸, 그 몸에 딸려 온 마음속에서는 자꾸만 뜻밖의 것들이 발견된다. 악마 Z는 인간의 몸만큼이나 모든 감정을 커다랗게 느끼는 마음의 무게에, 가영은 가벼운 악마의 몸으로 옮겨 오자 가뿐히 멀어진 상처에 놀라워한다. 이 비밀스러운 거래의 유일한 목격자 종현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자신의 비밀, 그 속에 들어 있던 소원을 발견한다. 그렇게 맞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꿔 본 후에야,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본 후에야 이들은 마주하게 된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숨겨져 있어서 까무룩 잊었던, 외면했던, 때로는 보고도 몰랐던 자신의 진짜 마음을.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악마 사회
“인정은 모든 악마의 둘도 없는 목표였으며 그리하여 악마들로 하여금 죽기 전에 받을 수 있을까 하고 평생을 오들오들 떨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13쪽)
악마가 인간의 욕망에 맞물려 존재하듯, 소설 속 악마 사회도 인간 사회와 꼭 닮은 모습이다.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악행을 저질렀는지에 따라 등급별로 업적이 나뉘고 그에 따른 포상이 이루어지는 철저한 성과 중심 사회다. 포상은 안락한 ‘집’과 뜻을 이을 ‘후손’.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악마 Z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가 미미해, 운 좋게 얻은 보일러 있는 집을 곧 잃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성장하지 못하는 악마’. 그런 평가가 무엇보다 두려웠던 악마 Z는 용기를 내어 가영을 파멸로 이끌 거래를 제안한다.
다만 그 거래에는 악마 Z만의 작은 즐거움이 몰래 끼어 있었다. 바로 그가 거래의 대가로 받은 가영의 스쿠터. 가영이 가진 것 중 가장 재미있어 보여 늘 탐내고 있었지만 사소한 업적이라 비난받을까 봐 외면했던 바로 그 스쿠터를 드디어 차지한 것이다. 모처럼 의욕을 낸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허락한 작은 즐거움이었다. 그로부터 악마 Z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끝말잇기 하듯 주렁주렁 밀려든다. 스쿠터,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듣는 음악, 음악처럼 신나게 불어오는 바람, 바람이 흐르는 골목, 골목마다 숨어 있는 맛집들. 그렇게 쌩쌩 인간 사회를 달리는 동안 악마 Z는 문득 궁금해진다. 이토록 많은 즐거움을 가영은 왜 도통 누리지 못했을까? 하고.
■ 홀로 남아 소용돌이 치는 마음
“진짜로 혼자가 되었을 때 가영은 마음 놓고 혼잣말에 둘러싸여 지냈다. ‘나는’과 ‘나는’ 사이에 혼자.” (114쪽)
두 번째 이야기 ‘묘지 산책’에서는 가영의 마음속이 펼쳐진다. 한때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했던 가영은 지금 일도 외출도 그만두고,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집 안에만 머물러 있다. 같은 밴드 멤버의 스캔들에 휘말려 사이버불링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밑바닥을 봐 버린 동료와 다툰 끝에 가영이 조용히 떠나기를 택한 것이다. 가영의 마음에는 사라진 피아노만큼의 구멍이 커다랗게 남아 있다. 사랑했던 음악과 사람에게 상처받고,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까무룩 숨어든 지 어느덧 1년.
그동안 가영은 내내 집 안에만 있었지만, 사실 가영의 마음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영의 마음은 커다란 상처를 가운데 두고 아주 먼 과거의 기쁨과 가까운 현재의 슬픔 사이를 하염없이 맴돌고 있었다. 버릴 수도 품을 수도 없는 애정이 애증이 되어 가는 것을 어쩌지 못하는 채로 지켜보며, 이대로 상처에 고인 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시간. 그때 가영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처음엔 악마 Z, 다음엔 종현이다. 그 두드림에 응답할 때마다, 가영의 마음속에 고여서 맴돌던 슬픔이 조금씩 바깥으로 흘러 나가기 시작한다.
■ 제자리뛰기로 멀리 닿기
“체념은 얼마간의 자유가 되었다. 어차피 난 사랑받지 못하니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껏 다정할 수 있었다.” (139쪽)
소설의 마지막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는 수상한 능력보다 더 수상한 친화력을 가진 인물 종현의 이야기다. 종현에게는 신기하지만 쓸모없는, 그러나 이 팬데믹 시절에 요긴하게 쓰인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열 감지’ 능력. 말 그대로 사람의 체온을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능력이다. 그 능력으로 건물 입구마다 놓인 열 감지기 옆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종현은 인간의 평균 체온보다 약간 높은, 그러나 마법으로 열 감지기를 속인 가영(사실은 악마 Z)을 찾아낸다.
사실 종현은 그 능력을 초등학교 5학년 때 악마에게 소원을 빌어 얻었다. 그저 친구를 얻고 싶어서. 아픈 친구를 양호실로 바래다주며 장난친 사소한 기억이 좋아서였다. 그러니까 어릴 때 종현은 ‘친구를 원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열 감지 능력을 갖고 싶어요.’ 하고 소원을 비는 어린이였고, 지금은 가영에게 ‘계속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공부할 방을 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어른이다. 조심스러움에 진심을 에둘러 말하다가 오해받고, 오해를 해명하다 지쳐 체념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 그런 종현에게 오랜만에 간절한 소원이 생겼다. 이 사람을 더 오래 자주 보고 싶다고. 콩콩 제자리뛰기 하는 심장 박동을 이 사람에게만큼은 온전히 전하고 싶다고.
■ ‘발문’에서
새삼스럽지만 김화진의 소설이 그동안 해 온 작업은 바로 그러한 소원들에 성실히 응답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아 식은 마음을 매만지는 사람들을 아주 느리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 내기. 그들에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볼 시간과 여유를 주기. 어쩌면 김화진은 마치 우리의 작은 악마처럼 숨죽인 채 페이지 위에서 들려오는 그러한 소원들에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세진(문학평론가)
지구상의 다른 모든 종족과 마찬가지로 악마 역시 사람 틈에 섞여 산다. 본래의 새까맣고 작은 몸뚱이로 살아가기도 하고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살기도 한다. 야망이 있는 편인 악마들이 주로 인간의 집을 차지했다. (……) 악마들의 관심이 쏠리는 쪽은 역시나 서울, 서울에서도 주택가였다. 빼곡한 건물 틈 사이사이에 악마가 고였다. 인간들이 바글바글한 곳, 응당 그런 곳에서 악마들이 좋아할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런 일을 악마들이 벌일 때에도 파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제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뭘 가져가시는 거죠?
악마 Z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1초 만에 대답했다.
스쿠터. 네 스쿠터를 가져갈 거야.
악마가 허공에 작성한 계약서에 가영이 서명을 했다. 그러고 가영은 다시 침대로 돌아가려다 아, 하고 그 자리에 서서 혼잣말처럼 말했다. 타는 법은 아세요?
악마 Z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악마는…… 전능하단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화진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주에 대하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등이 있다. 2023년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신동민
목차
악마는 열심히 산다 7
묘지 산책 87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137
작가의 말 181
발문_ 안세진(문학평론가)
방금 악마가 다녀갔어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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