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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증후군
파란 | 부모님 |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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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죽음과 병, 가난과 노동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절망의 최종 형식으로 만들지 않는 시집이다. 박윤일 시인의 첫 시집 『솜사탕 증후군』에는 「꽃 피는 목격자」, 「솜사탕 증후군」, 「천하장사 선발전」 등 53편의 시가 실려 있다. 2004년 『시작』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 아픈 삶들의 풍경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아픔은 상실의 기억이 되고, 노동하는 몸의 무게가 되고, 가난한 방의 알전구가 되고, 병원 휴게실의 다음 일이 된다. 표제작 「솜사탕 증후군」의 노인은 “쓸데없는 휴일로 소풍을 만들 수 있어서” 사라지는 손목이 아프지 않다고 말하며, 슬픔과 위로를 함께 품는다.

죽음은 가까이 있고 병은 몸을 통과하지만, 시는 알전구 하나가 불 꺼진 동네를 밝히고 목도리에 남은 체온이 창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업는 작은 장면들을 끝까지 믿는 시편들은 사라지는 손 뒤에 남은 체온 같은 위로를 건넨다.

  출판사 리뷰

쓸데없는 휴일로 소풍을 만들 수 있어서 사라지는 손목이 아프지 않았대

[솜사탕 증후군]은 박윤일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꽃 피는 목격자 솜사탕 증후군 천하장사 선발전 등 53편이 실려 있다.

박윤일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예술대학교(구 서울예술전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시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솜사탕 증후군]을 썼다.

[솜사탕 증후군]은 아픈 삶들의 시집이다. 그러나 그 아픔은 단순히 개인적 불행의 목록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이 시집에서 아픔은 상실의 기억이 되고, 노동하는 몸의 무게가 되고, 가난한 방의 알전구가 되고, 병원 휴게실의 다음 일이 되고, 누군가를 등에 업고 비탈을 오르는 장면이 된다. 시인은 죽음과 병, 가난과 노동을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절망의 최종 형식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시인은 아픈 것들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등과 어깨와 체온을 빌려 살아가는지를 끝까지 바라본다.
표제 시 솜사탕 증후군의 노인은 뜬구름을 만들다가 혼자가 되고, 손목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는 “쓸데없는 휴일로 소풍을 만들 수 있어서” 그 사라지는 손목이 아프지 않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이 시집의 슬픔과 위로를 동시에 품고 있다. 시가 할 수 있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시는 사라지는 손을 되돌려 놓지 못한다. 죽은 자를 살리지 못하고, 병든 사람을 완치하지 못하며, 가난과 노동의 구조를 단번에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시는 쓸데없어 보이는 휴일을 만들고, 그 휴일 속에서 잠시 소풍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은 작지만 결코 하찮지 않은 위로다.
[솜사탕 증후군]의 시들은 저녁의 빛 속에서 읽힌다. 죽음은 가까이 있고, 병은 몸을 통과하며, 가난은 생활의 구석에 남아 있고, 노동은 매일의 눈꺼풀을 무겁게 한다. 그럼에도 시는 말한다. 알전구 하나가 불 꺼진 동네를 밝힐 수 있다고. 목도리에 남은 체온이 창틈을 막을 수 있다고. 옆 좌석 아주머니의 잠이 ‘내’ 어깨에 닿을 때, ‘내’가 아직 “꼭 필요한 악기”일 수 있다고(비올라를 위하여).
고통을 없애겠다고 큰소리치지 않는 것. 대신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업는 작은 장면들을 끝까지 믿는 것, 이 시집의 아름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윤일 시인의 [솜사탕 증후군]은 사라지는 손으로 만든 시집이다. 그러나 그 손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이상하게 체온은 남는다. 그 체온이 이 시집의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위로다. (이상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꽃 피는 목격자

그가 눈물을 흘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바늘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사람 아니라 했는데
12층에서 뛰어내린 그의 몸이
나를 스치면서 가지가 부러졌지요

그러니까 내 어깨를 짚고 요단강 건너갔으니
오른팔 기어이 끌고 갔으니
이런 인연이 모이면 팔자가 되는 걸까요

이제 결심과 목적으로 꽃 피울 것이기에
어제의 내가 아닌 거지요

나를 스쳐 지나간 그의 몸은
빨간 피로 가득하고
피는 이웃보다 따뜻하고
바늘 없이도 눈물 머금는 사람이었다고

평생 진술서를 쓰면서 살겠지요

늘 그의 눈길이던 창문으로 커튼 날리는 봄밤
주민들은 뒷말하러 나왔다가
돌아갈 문 잃어버린 채
만개한 목격담에 넋을 잃습니다 ■

솜사탕 증후군

저 노인은 뜬구름을 모을 때 손이 사라진대

설탕 한 스푼으로 떠다니는 구름도 만들고 푹신한 솜도 만든대
입속에 넣으면 흥얼거리던 노래가 녹아서 기분이 좋아진대
공휴일에는 모터에서 쉼 없이 풍선이 날아오른대
그래서 노인은 졸음을 참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대

저 노인은 뜬구름을 만들다가 혼자가 되었대
설탕 묻은 손이 입술에 닿을 때마다 곁이 조금씩 사라졌대
자전거 바퀴가 녹슬 때까지 페달을 돌렸지만
가지고 싶은 네모난 솜사탕은 만들 수 없었대

세모 구름을 만들려고 했는데
동그란 구름을 손에 쥔 오늘이지만
쓸데없는 휴일로 소풍을 만들 수 있어서
사라지는 손목이 아프지 않았대 ■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윤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구 서울예술전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2004년 [시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시집 [솜사탕 증후군]을 썼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솔비 가는 길 11
꽃 피는 목격자 12
루시 14
구두, 발자국 16
비닐하우스 17
이름 없는 여행 18
화분의 가격 20
여름의 일 21
야외 수업―한하운 유택에서 22
낙과 24
첫눈 26
월광소나타 27
횡성호 28
천백 살 상담사 30

제2부
솜사탕 증후군 35
들길의 포클레인 36
저항 없이 노을 물드는 저녁 38
유빙 40
십일월 42
하라 롱베리 44
신성건철 46
현우익스프레스 47
천하장사 선발전 48
초침 의자 50
고추잠자리 51
악기가 되지 못한 이유 52
곰배를 찾아서 54
계상정거도 56

제3부
저물 무렵 61
해거리 62
찢어진 일기 63
팬터마임 64
항아리가 있는 옥상 66
휴게실 다음 68
기연(奇緣) 70
프라이데이 72
꽃 피는 시절 74
멍 76
숟가락 거울 77
민들레 꽃씨 78
마포대교 80

제4부
그네 타기 85
문 빌리지 86
봄의 정원 88
호랑나비 90
작고 못생긴 참외 91
수종사―종숙에게 92
파산 이후 93
마지막 이사 94
늘봄공원 96
햇살어린이집 97
비올라를 위하여 98
어부바 100

해설 황정산 아픈 것들이 서로를 업는 저녁―[솜사탕 증후군]의 고통과 회복의 상상력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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