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4세기 피렌체에서 시작해 16세기 베네치아와 알프스 너머까지 이어지는 약 300년의 여정을 건축가의 생애와 그들이 남긴 성당을 축으로 따라가는 책이다. 단테와 조토가 피렌체에서 새로운 시대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에서 시작해,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대성당 돔, 브라만테·라파엘로·미켈란젤로가 차례로 손을 댄 성 베드로 대성당, 팔라디오가 베네치아 석호 위에 세운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까지, 르네상스 건축의 핵심 장면들을 건축물의 설계 원리와 건축가의 인간적 면모를 함께 엮어 서술한다.
저자 강한수 신부는, 건축 전문가이자 신부로서, 두 가지 시선을 동시에 갖는 드문 필자다. 기둥의 비례와 돔의 구조를 설명하면서도 그 공간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 안에 들어선 사람이 무엇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는지를 놓치지 않는다. 유럽 성당 여행을 앞둔 독자에게는 공간을 읽는 눈을 길러주는 안내서가 되고, 서양 미술사와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르네상스라는 시대를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만나는 입문서가 된다. 성당 건축에 대한 구조 설명과 용어가 책 앞머리에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어, 건축 비전공자의 이해를 돕는다.
『르네상스 성당』은 『로마네스크 성당』, 『고딕 성당』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성당 이야기로 중세 유럽 성당 건축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신에게만 속했던 공간이 인간의 이성과 감각을 품기 시작한 시대, 그 변화가 돌과 빛과 비례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차분하고 풍부하게 풀어낸다.
출판사 리뷰
단테와 조토, 브루넬레스키와 브라만테,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로 이어지는 거장들의 분투기
『로마네스크 성당』과 『고딕 성당』에 이은
중세 유럽 성당 건축 대탐사의 완결판!
피렌체 대성당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중세의 황혼에서 새로운 시대의 새벽을 열다
시대는 자신의 믿음을 건물로 구현한다. 중세의 로마네스크 성당은 무겁고 어두운 석조 벽 안에 두려움과 경건을 가두었고, 고딕 성당은 플라잉 버트레스와 스테인드글라스로 중력을 거슬러 빛을 불러들이며 경이와 상승을 표현했다. 르네상스 성당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수학적 비례와 고전의 언어로 신의 공간을 설계하려 했다. 하늘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으로 하늘의 질서를 해독하고 재현하려 한 것이다. 그 야심과 그 아름다움, 그리고 그 좌절과 타협의 기록이 『르네상스 성당』에 담겨 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의외로 성당 건축이 아니다. 저자는 14세기 초 피렌체에서 단테와 조토가 나눈 우정으로 시작한다. 한 사람은 라틴어가 아닌 피렌체 방언으로 『신곡』을 써서 귀족의 전유물이던 문학을 거리로 끌어냈고, 다른 사람은 평면적이던 성화에 처음으로 입체와 표정을 불어넣었다. 이 두 사람이 기존의 규칙을 깨고 인간의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건축에서 르네상스가 본격화되기 백 년 전부터, 이미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르네상스가 본격화되는 피렌체 건축의 주인공은 단연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다. 세례당 청동문 공모전에서 공동 당선 판정을 거부하고 홀로 로마로 떠난 그는 그곳에서 판테온을 비롯한 고대 건축물을 측량하고 비례를 연구했다.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그 작업은 수십 년 후 피렌체 대성당의 팔각 드럼 위에 돔을 올리는 방법으로 귀환한다. 책은 그 과정을 기술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브루넬레스키라는 인간의 완고함과 집착, 그리고 오랜 침묵을 통해 묘사한다. 그의 산 로렌초 성당, 산토 스피리토 성당, 그리고 피렌체 대성당의 돔은 각각 비례·통일성·구조라는 세 가지 과제에 대한 그의 연속된 대답이었다.
르네상스 성당 건축의 진수는 로마에서 펼쳐진다. 책의 무게중심 역시 여기에 있다. 브라만테,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그리고 상갈로 가문의 건축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손을 바꿔가며 성 베드로 대성당을 설계하는 이야기는 성당의 건축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브라만테가 구상한 중앙집중형 그릭 크로스 평면은 인간의 이성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대칭의 건축이었다. 그러나 교황이 바뀌고, 건축가가 죽고, 종교개혁이 터지고, 로마가 약탈당하는 사이, 그 완벽한 계획은 조금씩 변형되고 타협하며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칠순을 넘겨 성 베드로 대성당 총감독직을 떠맡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다. 그는 브라만테와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그의 원안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서술한다. 이미 이전 건축가들이 훼손해 놓은 구조를 정리하고, 고딕의 구조 원리를 르네상스의 언어로 재해석해 리브가 드러나는 뾰족한 돔을 설계했다. 브라만테의 매끈한 반구형 돔과 미켈란젤로의 역동적인 돔의 차이는 미학적 취향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5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이기도 했다. 저자는 그 두 돔을 나란히 놓고 시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정직한 자화상
인간의 지성으로 하늘의 질서를 해설하다
르네상스가 완벽한 비례와 엄격한 규칙을 추구했다면, 매너리즘은 그 규칙을 체득한 뒤 스스로 무너뜨리는 예술이었다. 미켈란젤로의 후기 건축, 줄리오 로마노와 발다사레 페루치, 조루조 바사리가 이 파트에서 다루어진다. 저자는 매너리즘을 르네상스의 쇠퇴나 타락이 아니라 성숙한 자유로 읽는다. 규칙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비틀 수 있었고, 완벽함을 이미 이루었기에 그것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었는 이야기다. 메디치 가문의 흥망과 함께 피렌체의 르네상스가 막을 내리는 장면은 이 파트의 씁쓸한 마무리다.
책의 후반부는 시야를 넓힌다. 베네치아에서 팔라디오가 완성한 고전주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정점이자 이후 서유럽 건축 전반에 가장 넓은 영향을 미친 양식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 영국, 독일이 르네상스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다룬다. 이 세 나라는 이탈리아의 고전주의를 그대로 이식하지 않았다. 각자의 고딕 전통과 종교개혁의 맥락 속에서 르네상스 장식과 구조를 선택적으로 흡수하며 자국의 양식으로 변형했다. 파리의 생테티엔 뒤 몽 성당이 고딕 구조 위에 르네상스 파사드를 얹은 것은 어색한 혼용이 아니라 그 시대 프랑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건축이었다.
이 책을 다른 르네상스 건축 입문서와 구별짓는 것은 저자의 위치다. 강한수 신부는 건축을 공부하고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한 후 신학교에 들어간 사람이다. 그는 기둥의 오더와 돔의 하중 계산을 설명하면서도, 그 공간이 무엇을 위해 설계되었는지, 곧 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도록 창이 놓였는지, 제단을 향해 걸어가는 신자의 신체가 어떤 비례 속에 놓이게 되는지를 함께 묻는다. 건축 기술과 신학적 의미가 한 문장 안에 공존하는 것이 이 책의 특색이다. 가톨릭 전례와 성당 공간의 관계를 아는 독자라면 그 서술에서 한 겹 더 깊은 맥락을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독자도 독서가 막히지 않는다. 저자가 그 경계를 세심하게 조율한다.
책의 마지막은 피렌체와 로마의 르네상스 성당 목록으로 마무리된다. 본문에서 다룬 성당들을 간략한 정보와 함께 정리한 이 목록은 실제 여행에서 이 책을 잠시 꺼내 들 독자를 위한 작은 배려다. 르네상스 성당들이 지금도 제 자리에 서 있고, 이 책을 들고 그 앞에 서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마지막 초대다.
이 광경을 본 단테는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어찌 저리도 못생긴 아이들을 낳았는가?” 하고 조토에게 장난기 섞인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이에 조토가 “여보게, 밤은 어둡지 않은가?” 하고 응수했다는데, 그 순간 멈칫하다 서로를 쳐다보며 박장대소했을 대가들의 짓궂으면서도 소탈한 모습이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듯 아련하다.
_이야기를 시작하며
하지만 브루넬레스키는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피렌체 설계위원회를 찾아갔다. 그러고는 대뜸 주머니에서 달걀을 하나 꺼내 그들에게 세워보라고 말했다. 콜럼버스보다 80년이나 먼저였다. 도저히 속셈을 알 수 없는 사람이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위원들에게, 브루넬레스키는 달걀의 밑을 조심스레 깬 후 탁자 위에 세웠다. 달걀 세우기를 통해 브루넬레스키는 자신의 설계를 명하기에 앞서 그 설계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의 돔 설계는 독창적인 것이었고,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도용됨 없이 온전히 본인의 것으로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_피렌체, 르네상스의 시작
베드로 사도의 진정한 후계자이신 그레고리오 11세 교황 성하께, 하느님을 사랑하십시오. 지금 겪고 있는 폭풍우 같은 시련과 교황 성하의 권위에 도전하는 몹쓸 무리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 교황 성하를 돕기 위해 가까이 계십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교황 성하께서 시작하신 일을 마무리하십시오. 로마로 오십시오. 더 이상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지 마십시오. 성하께서는 예수님의 대리자이시므로 당신의 자리를 되찾아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로마로 돌아오십시오.
_피렌체, 르네상스의 시작
작가 소개
지은이 : 강한수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다. 사제의 길을 걷기 전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현장에서 일했다. 이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7년 후 사제서품을 받고,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 교육기관인 신앙교육원의 초대 원장을 지내고, 본당 사목을 하면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사론을 가르쳤으며, 로마 사피엔자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고대 및 중세 건축사 연수를 했다.현재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와 아시아 주교회의 신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의정부교구의 사목연구소와 건축신학연구소를 맡고 있다.저서로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과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4
들어가기 전에
르네상스 성당의 구조와 명칭 12
오더(기둥)의 양식 비교 12
간단한 용어 해설 13
이야기를 시작하며
시대의 이름 16
단테 알리기에리 22
조토 디 본도네 29
피렌체, 르네상스의 시작
아르놀포 디 캄비오 38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산타 크로체 성당 45
단절과 연속 사이 53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59
산 로렌초 성당 66
피렌체 대성당 돔 73
산토 스피리토 성당 80
르네상스와 교회 87
교회와 메디치가 94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100
리미니의 산 프란체스코 성당 106
만토바의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과 산탄드레아 성당 113
피엔차 대성당과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 120
베네치아의 산 차카리아 성당 127
메디치가의 부흥 134
로마, 르네상스의 절정
도나토 브라만테 142
산타 마리아 프레소 산 사티로 성당과 파비아 대성당 149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158
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 성당 165
몬토리오의 산 피에트로 템피에토 172
옛 성 베드로 대성당 179
브라만테의 성 베드로 대성당 186
라파엘로와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의 성 베드로 대성당 193
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 대성당 200
줄리아노 다 상갈로 206
라파엘로 산치오 213
르네상스에서 매너리즘으로 221
키지 경당 228
메디치가의 운명 235
매너리즘, 르네상스의 일탈
매너리즘의 시대 244
발다사레 페루치 252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 259
줄리오 로마노 267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276
산 로렌초 성당의 신 성구실과 도서관 283
캄피돌리오 광장과 포르타 피아 290
조르조 바사리 299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외유
미켈레 산미켈리 308
자코포 산소비노 316
안드레아 팔라디오 324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과 레덴토레 성당 331
파리, 런던, 뮌헨, 알프스를 넘은 르네상스
프랑스의 르네상스 340
영국의 르네상스 348
독일의 르네상스 355
이야기를 마치며
피렌체의 르네상스 성당들 364
로마의 르네상스 성당들 371
도움을 받은 도서들 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