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오페라 인문학』 4권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인적 실존의 물음을 탐구했다면, 5권은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가'라는 관계 속 인간 존재의 깊이로 나아간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나는 누구와 함께 있는가'로 질문이 확장되는 실존적 여정이다. 동시에 5권 자체로도 완결된 탐구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도 사랑과 고통, 만남과 침묵, 시간과 미완성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이 책의 독특함은 추상적 철학 개념을 구체적 예술 작품과 일상의 체험으로 연결하는 방식에 있다.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의 얼굴로 설명되고, 베르그송의 '순수 기억'은 아침 출근길에서 피어나는 꽃나무의 감각으로 풀어진다. 각 장은 철학자의 사유로 시작해 작곡가의 체험으로 이어지고, 독자의 일상으로 완성되는 구조를 갖는다.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독자 자신의 실존적 변화를 목표로 삼는 책이다.
오페라가 묻는 것들현실 속에서 우리는 직장인, 부모, 시민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진정한 자아를 잃어가곤 한다. 베르디의 〈리골레토〉는 사회가 부과한 가면과 내면의 진심 사이에서 분열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무대 위에 세운다. 푸치니의 〈라 보엠〉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촛불이 꺼지듯 소진되는 청춘과 시간의 잔인함 속에서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지를 묻는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권력의 전복을 넘어선 용서와 관계의 회복을 통해 진정한 평등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탐구한다.
철학이 답하는 것들
만남과 침묵 레비나스, 부버, 도스토예프스키레비나스의 타자 윤리학은 낯선 타자의 얼굴에서조차 외면할 수 없는 책임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마르틴 부버의 '나-너' 철학은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고립된 현대인에게, 상대를 목적 자체로 대하는 진정한 만남의 길을 제시한다. 말이 언어의 한계에 부딪힐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인이 겪는 내면의 절규를 지나 구레츠키의 〈슬픔의 교향곡〉은 극도의 단순함과 침묵으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을 껴안는다.
시간과 기억 베르그송, 베토벤, 프루스트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은 기계적 시계의 시간 너머,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녹아드는 '지속(Dure)'의 시간을 일깨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은 단순한 선형적 시간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환과 회상의 시간을 완벽한 음악적 건축물로 구현한다. 스마트폰 수백 명의 연락처 속에서도 마음을 나눌 곳 없는 현대인의 소외감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노래한 200년 전 이방인의 고독과 본질적으로 같다.
부조리와 일상 파스칼, 카뮈, 모차르트
파스칼의 『팡세』는 오락과 권태 사이에서 표류하는 인간 조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철학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과 만나 일상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 매일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반복되는 출퇴근길과 일상 속에서도 변주곡처럼 조금씩 다른 삶의 결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이 책은 탐구한다.
미완성의 아름다움 바흐, 슈베르트바흐의 마지막 작품 『푸가의 기법』은 작곡가의 이름이 악보 위에 등장하는 순간 멈추었고,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의 삶 역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매 순간 전력을 다해 오늘을 기록하고 시도하는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숭고한 완성임을 책은 증명한다.
음악은 시간 안에서 흘러가지만 그 울림은 영원히 남는다. 만남도 마찬가지다. 독서의 시간은 끝나지만 그 깨달음은 삶과 함께 계속된다.
이 책의 독자이 책은 결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레비나스의 현상학, 베르그송의 지속 개념, 블랑쇼의 재난의 글쓰기를 온전히 따라가려면 상당한 집중과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려운 것을 쉽게 포장하는 대신, 그 어려움 속에 숨겨진 삶의 깊이를 정면으로 통과하는 방식을 택한다. 클래식 음악과 철학이 만나는 이 탐구는 엘리트적 교양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갈등, 상실의 고통,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가장 절실하고 실용적인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다.
레비나스를 이해하고 나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의 얼굴이 달라 보인다. 말러의 교향곡을 체험하고 나면 시간의 유한함이 다르게 느껴진다. 파스칼의 『팡세』를 읽고 나면 권태로운 주말 오후도 더 이상 공허하지 않다.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일상의 지루함에 지칠 때마다, 타인의 침묵이 두려울 때마다 이 책에서 만난 작곡가와 철학자들의 사유가 새로운 빛을 발하게 된다.
■ 무대 위의 비극에서 일상의 지혜를 발견하다 오페라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먼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복잡한 21세기를 살아가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저자는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통해 사회가 부과한 가면과 내면의 진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분열을 짚어내고
푸치니의 〈라보엠〉을 통해 물질적 가난을 넘어선 청춘의 열정과 시간의 잔인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쉐니에〉에서 신념과 사랑을 지키는 결단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권력의 전복을 넘어선 용서와 관계의 회복을 탐구한다.
■ 철학과 음악이 교차하는 8개의 변주곡 이 책의 서사는 철학자의 통찰에서 시작해 작곡가의 체험으로, 그리고 관객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띤다.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학을 바탕으로 지하철에서 스쳐 가는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논하고, 마르틴 부버의 ‘나-너’ 철학을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엮어 진정한 만남의 의미를 묻는다,
베르그송의 ‘지속’의 시간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결하여 기억과 회상의 미학을,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철학과 모차르트의 변주곡을 통해 지루한 일상을 긍정하는 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 미완성의 삶을 긍정하는 따뜻한 위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바흐의 『푸가의 기법』이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미완성 그 자체로 위대한 예술이 되었듯 우리의 삶도 미완성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완벽을 강요받는 30대, 40대, 50대의 독자들에게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전력을 다해 오늘을 기록하는 것”이 바로 예술과 삶의 진정한 의미임을 강조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오페라 인문학 V』는 전작에서 다룬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개인적 실존의 질문을 넘어,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가?"라는 현실적이고 관계적인 문제로 사유를 확장하는 철학적 예술서이다
. 베르디의 〈리골레토〉, 푸치니의 〈라보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쉐니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등 4편의 불멸의 오페라와 레비나스, 부버, 베르그송, 카뮈 등 철학자들의 사유를 섬세하게 교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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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역할의 분열, 소통의 부재, 그리고 시간의 유한함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음악과 철학을 통해 치유하고 진단한다
. 완벽만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미완성’의 삶조차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독자들에게 '음악처럼 고요하고 아름답게 존재하는 법'에 대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1.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과 침묵의 윤리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마음을 나눌 곳 없는 짙은 고독을 느낀다
. 철학자 레비나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자를 나의 틀로 환원하지 않고 '타자의 얼굴'이 발하는 무언의 윤리적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 마르틴 부버 역시 상대를 목적 자체로 대하는 '나-너'의 진정한 만남을 강조한다
.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한 극한의 슬픔 속에서는 섣부른 말보다 ‘침묵’이 더 깊은 위로가 된다
.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보여주는 내면의 분열과 절규를 지나, 구레츠키의 『슬픔의 교향곡』은 극도의 단순함과 침묵을 통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을 껴안는 성숙한 애도를 보여준다
. 또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체호프의 문학은 완벽한 이해가 불가능하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려는 태도 자체가 관계를 지탱하는 힘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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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실의 무게와 사랑의 민낯: 리골레토와 라보엠 우리는 직장과 가정, 사회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진짜 나의 목소리를 잃어간다
. 베르디의 〈리골레토〉는 궁정 광대라는 비루한 사회적 가면과 딸을 지키려는 다정한 아버지라는 진심 사이에서 처절하게 분열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 이 작품은 권력의 횡포와 세상의 조롱 속에서도 지켜야 할 사랑의 순수함이 무엇인지 묻는다
. 한편 푸치니의 〈라보엠〉은 낭만적인 청춘 이야기 이면에 존재하는 '시간의 잔인함'을 다룬다
.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묘사하지만,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은 단지 물질적 궁핍 때문이 아니라 젊음이라는 유한한 시간이 촛불처럼 소진되면서 끝내 상실을 맞이한다
. 이는 스러져가는 시간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삶을 마주해야 하는지를 묻는 실존적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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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속의 시간과 일상의 숭고함 우리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기계적인 시계에 쫓기며 살지만, 베르그송은 과거와 현재가 의식 속에서 서로 스며드는 질적인 시간인 '지속(Duree)'의 개념을 일깨운다
.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은 바로 이 기억과 회상의 시간을 변주곡 형식으로 구현하여, 과거의 감정이 현재로 녹아드는 내면의 정화를 선사한다
. 시간의 끝, 즉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9번이 울려 퍼진다
. 말러는 다가오는 죽음을 수용하며 유한한 시간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거대한 음악적 건축물로 건져 올린다
.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이 반복되는 현실은 카뮈의 『시지푸스 신화』와 맞닿아 있다
. 카뮈가 부조리한 일상을 긍정하는 '창조적 반항'을 역설했듯,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K.331)은 매일 반복되는 선율 속에서도 낯설고 아름다운 변주를 만들어내며 평범한 하루하루의 숭고함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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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념을 넘은 연대와 미완성으로 남는 삶의 아름다움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쉐니에〉는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념과 생존의 위협을 넘어선 사랑을 보여준다
. 쉐니에와 마달레나가 단두대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서로를 선택하는 모습은 폭력에 대항하는 예술과 인간애의 승리를 상징한다
.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권력의 오만함을 유쾌하게 풍자하면서도, 파괴적인 전복이 아닌 '용서와 화해'로 극을 마무리하며 계급을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와 자매애를 보여준다
. 이 모든 철학적, 음악적 여정은 결국 '미완성의 수용'으로 귀결된다. 바흐의 마지막 걸작 『푸가의 기법』은 자신의 이름을 새기던 중 멈춰버렸고,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역시 끝내 2악장으로만 남은 '미완성'이었다
. 중년에 접어들면 인생의 모든 계획이 완벽히 실현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멈춤과 불완전한 시도 자체가 이미 숭고한 예술이자 완성된 삶임을 깨닫게 된다
.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매 순간 전력을 다해 오늘을 사랑하고 기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처럼 존재하는 삶의 본질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경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리톤 성악가이자, 감정을 노래하는 오페라 인문학자이다.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프랑스 파리 사범 고등음악원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이탈리아 베르디 음악원에서는 오페라과와 가곡 과를 졸업하였다.또한 로마 국제아카데미에서 지휘과와 뮤지컬과를 수료하며 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식견을 갖추었다.세계 50여 극장에서 28편의 오페라 주역으로 400여 회 무대에 섰으며, 프랑스 파리, 중국 상하이, 이탈리아 베르가모 등에서 40여 회 초청 독창회를 포함해 400회 이상의 콘서트를 개최하였다.이탈리아 대통령 메달, 문화부 장관 표창, 2024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남자 주역 상, 세계평화의 메달 세계 한인 협력기구(W-KICA), GAF 문화예술 대상 등 국내외 유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KBS 신인 음악콩쿠르, 중앙일보 콩쿠르, 베르디 국제 콩쿠르 등 17개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다.현재 그는 Art Company BUON의 대표이사 겸 예술감독이자, 클래식 음악 전문 웹 매거진 '박경준의 스테이지'의 발행인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 오페라예술원 학장으로서 예술교육과 공연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프랑스 Flaine 국제 여름 음악 아카데미 주 강사, 이탈리아 에르바 시립음악학교, 영산 콘서바토리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 예술가곡총연합회 이사, 사색의 향기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며 예술과 사람, 무대와 일상 사이를 잇고 있으며 문화예술의 대중적 확산에도 헌신하고 있다.저서로는 『오페라 인문학』, 『오페라와 썸타는 남자』, 『내가 나에게 던진 사직서』, 『밀라노에서 나폴리까지』, 『오페라 인문학 II, III』가 있으며, 현재『오페라 인문학 IV, V』, 『센강에서 루아르까지』 등 예술과 삶을 잇는 인문 에세이 시리즈를 집필, 출간 중이다.그는 감정을 해방시키는 예술가이자 철학적 안내자로서, 음악과 철학, 문학을 통해 진짜 나와 다시 만나는 길을 제안하고 있다.예술은 언제나 감각의 언어로 다가오지만 그 감각은 붙잡히지 않으면 흩어져 버리기에,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음악과 문학을 단순한 체험이 아닌 존재를 묻는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