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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목사, 택시 그리고 나
보민출판사 | 부모님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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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인생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때로 익숙한 자리에서 내려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 책 『환승』은 그 갈아탐의 시간을 통과한 한 사람의 기록이다.

사업가로 시작해 실패와 노숙을 겪고, 41년의 목회를 지나, 지금은 70세의 나이로 택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저자. 그는 자신의 삶을 서울 지하철 노선에 비유하며 다섯 번의 전환을 따라간다. 소유에 기대어 자신을 증명하던 시간,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처음으로 존재를 묻던 밤, 정체성과 생존이 충돌하던 목회 현장의 균열, 그리고 다시 생계를 붙들고 새로운 자리에서 자신을 정의해 보려는 오늘까지.

이 책은 무너지는 과정과 흔들리는 마음을 건너뛰지 않고, 그 안에서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역할이 바뀌어도 삶의 의미는 이어질 수 있는가. 『환승』은 전환을 겪는 이들에게 서둘러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환승역에 서서 방향을 다시 선택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노선을 돌아보는 독자에게 하나의 나침반을 제시한다.

1982년 가을. 나는 서일물산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학위를 포기한 자리에 꿈을 세웠다. 스물일곱, 패기만은 넘쳤다.아이템은 포크레인 인형 뽑기 자판기였다. 자판기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던 시절, 오락과 자판기를 결합한 최초의 시도였다. ‘엘리제를 위하여’가 거리에 울려 퍼지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2분 30초, 조이스틱을 잡은 아이의 눈빛은 진지했다. 인형, 땅콩, 각종 선물이 투명한 상자 안에서 손짓했다. 한 타임이 끝나면 다시 ‘엘리제를 위하여’가 흘렀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거리를 채웠다.서울 남대문 그랜드호텔 빌딩에 총판 사무실을 열었다. 입소문이 퍼졌다. 영업사원들이 모여들었다. 문제는 내게 있었다. 영업도, 재무도, 경영도 몰랐다. 군대에서 배운 일방적 지시만이 내가 아는 경영의 전부였다. 그날 벌어들인 돈을 그날 다 썼다. 그래도 사업은 잘됐다. 지사가 생겨났다. 서울에서 소문난 세일즈맨들이 찾아왔다. 매일 밤을 새우며 회식하고 수익금을 쏟아부어도 회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착각했다. 이것이 내 능력이라고.초등학교 정문 앞 문구점이 최고의 판매처였다. 등하교 시간, 자판기 앞에 줄이 늘어섰다. “사장님, 대박이에요! 하루 수익이 장난 아닙니다!” 문구점 주인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나는 매일 회식 자리에서 잔을 들었다. 하지만 그 인기는 부메랑이었다. ‘엘리제를 위하여’가 너무 시끄럽다는 고성 민원이 들어왔다. 아이들이 자판기에 몰두하느라 지각했다.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났다. 관할 당국에 신고가 접수되었다. 학교 앞 자판기 단속이 강화되었다. 판매가 급감했다. “반품 처리해 주셔야겠습니다.” 대부분 할부 판매였기에, 반품은 곧 재정 악화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은행 거래, 신용, 자본, 체계적 경영의 중요성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월급날 아침, 경리 직원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아무 말 없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나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 침묵이 전부였다. 그날 이후 하나둘 짐을 쌌다. 붙잡을 수 없었다. 붙잡을 자격이 없었다.- 이 책 본문 中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엘라임 손
신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사업 실패 후 극한의 상황에서 겪은 임사체험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실존의 의미를 온몸으로 깨닫게 한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체험을 바탕으로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 실존주의 사상가들의 통찰을 자신의 삶과 통합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철학은 서재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노숙의 바닥에서, 설교단 위에서, 택시 안에서. 삶의 매 순간이 철학의 현장이었습니다. 과거에 사업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사업 실패와 노숙이라는 극한의 체험을 거치며 삶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후 전도자 2년, 목회 21년간 목회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후 전도목사이며 프리랜서로 10년을 보낸 후, 2017년 택시회사에 입사하였고 현재는 동두천 캠프 케이시 미군기지 내 택시기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일을 단순한 생계가 아닌 ‘소명을 다시 회복한 시니어의 행복 드라이빙 2.0’이라 부릅니다.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만남 하나하나를 의미 있는 섬김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발견한 70세의 소명입니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첫 환승 : 소유에서 실존으로
1호선 | 전도자 노선

01역. 준비되지 않은 첫 환승
02역. 엘리제를 위한 소동
03역. 노숙에서 영원까지
04역. 십자가, 자유
05역. 지리산으로 가는 전도자
06역. 베이스캠프, 남사 최씨 고가
07역. 환승 없는 동행

두 번째 환승 : 실존에서 신분으로
2호선 | 목회 노선

08역. 첫 믿음, 첫 핍박
09역. 지리산에 핀 백합화
10역. 고읍들에 장미꽃과 가시
11역. 환승을 기다리며
12역. VIP석의 대가
13역. 교회가 채워 준 목회
14역. 원칙은 지켰으나, 빈자리
15역. 그때 꼭 사임했어야 했나

세 번째 환승 : 신분과 생존을 왕복하며
3호선 | 프리랜서 노선

16역. 숲속엔 쉼만 있지 않았다
17역. 미네랄 전도사로
18역. 스코필드, 미래 인재 로드맵
19역. 여덟 개의 명함, 텅 빈 통장
20역. 10년, 신분과 생존 사이에서

네 번째 환승 : 신분에서 생존으로
4호선 | 택시 노선

21역. 초보 택시기사의 생존기
22역. ABA 연구소 가는 손님
23역. 그 색깔 택시만 기다림
24역. 사각지대
25역. 노란 쿱 택시
26역. 찰칵찰칵, 엄마의 사진첩
27역. 생명선 단절 사태
28역. 코로나, 38선 너머로
29역. Camp Casey 미군택시
30역. 보상 콜
31역. 1달러의 꿈
32역. 시니어, 지혜가 답
33역. 난 택신이 되고 싶다

다섯 번째 환승 : 생존에서 현존으로
5호선 | 참나 노선

34역. 이젠, 내가 나를 운전한다
35역. 노년에 붙잡아 놓은 행복들
36역. 그래도 넌 잘 살아봤잖아
37역. 직업 영성 이야기
38역. 엇박자로 피워 올린 웃음꽃
39역. 빈손이 충만하다
40역. 환승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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