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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작업 노트  이미지

서용선 작업 노트
사람의 도시
연립서가 | 부모님 |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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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미술가 서용선의 일기와 메모, 작업 노트, 매체 기고문 등의 ‘텍스트’를 그의 작품 ‘이미지’와 연관지어 살펴보는 새로운 기획의 아트북이다. 작가의 주변에서 유독 눈에 띄는 물건을 꼽아보라면 각종 노트를 들 수 있다. 떠오른 단상과 아이디어를 그때그때 메모한 수첩, 일상과 작업 상황을 기록한 다이어리, 여행 때마다 몸에 지니는 작은 스케치북, 표지에 프로젝트명과 작업 시작 날짜가 적힌 공책까지. ‘기록하는 화가’라고도 말할 수 있는 그가 글로 남긴 생각과 감각은 그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그의 작업 노트 속에서 첫 번째로 그러모은 주제는 ‘도시’ 그리고 ‘사람’이다. 서용선은 단종과 한국전쟁 같은 역사적 비극과 사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실존과 불안을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그려 왔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시간적으로는 인간 상상력의 원형을 보여주는 ‘신화’로, 공간적으로는 뉴욕, 베이징, 베를린 등 세계 각지의 도시와 국내의 ‘풍경’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방대한 주제의 작업 가운데 ‘도시’에 초점을 맞춘 까닭은 도시가 서용선의 “그리기가 시작된 지점이면서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시적 삶은 “그의 예술 의욕이 촉발된 태생적 모태”(이인범,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 유토피즘과 그 현실 사이》(금호미술관, 학고재갤러리, 2015) 전시 도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판사 리뷰

내밀한 기록을 통해 새로 보는 그림들
전시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작가 노트(Artist’s Statement)’는 관객을 대상으로 작품을 이해하기 쉽게 배경이나 작업 동기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요청에 의한 작품 해설이나 공식 입장의 성격이 강한 미술가의 ‘진술’인 셈이다. 그러나 작가의 일기장을 저본으로 삼아 ‘작업 노트(Artist's Journal)’라는 제목으로 묶은 이 책의 글은 기본적으로 파편적이고 자유로운 ‘진행형’ 기록이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험하기 위한 메모에서 시작해 작업 중 떠오른 상념이나 감정, 그리고 붓을 든 날 몸의 감각을 꾹꾹 눌러 쓴 기록들까지.
서용선은 ‘기록하는 미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어느 공립미술관은 그의 ‘아카이브’에 초점을 맞춘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작품에 사인 대신 나열된 숫자는 작품을 그린 날들을 기입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서용선의 서재에 있는 수많은 일기장과 노트와 이에 기반하여 작성한 기고문, 그리고 인터뷰 기록까지 비교 검토하며 관련 작품을 찾아 매칭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연관과 길항을 살펴보며 사유가 이미지화되고, 역으로 이미지가 사유를 촉발하는 생생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그림
서용선에게 ‘도시’는 작품 세계뿐만 아니라 삶 체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공동묘지가 있던 미아리 외곽의 유년 시절의 시각 경험을 이야기한다. 폐허에서 재건되는 도시 서울이 구조화되는 과정과 함께 성장했던 그에게 ‘도시 생태’가 하나의 그림 주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때로는 차가운 무기물 같은, 때로는 살아 꿈틀거리는 유기체와 같은 현대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일궈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와 거친 선으로 드러난다.

네 도시 이야기
50여 년간 지속되고 있는 도시 그림의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은 네 개의 공간을 구획했다. 작가가 거주했거나 자주 방문하는 도시 서울, 베를린, 베이징, 뉴욕이다. 서울은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다. 전쟁으로 파괴된 공간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며 성장했고, 성북구 자택에서 관악구의 직장까지 서울을 관통해 다니면서 본 시각 체험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중요한 테마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담은 1970년대 후반의 드로잉부터 빌딩 숲으로 변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변화를 담았다.
베를린에서는 가라앉은 녹색과 갈색, 무채색이 주조인 도시의 색에 먼저 주목한다. 그가 종종 사용하는 원색과 새로운 환경으로 주어진 도시의 색이 어떻게 충돌하고 어우러지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분단이라는 정치적 상황을 경험한 도시인 베를린에서 작가는 어떤 기시감이 든다. 경직되고 폐쇄적인 사회에서 어릴 적부터 느껴왔던 서늘한 감시자의 눈빛을 베를린 장벽기념관의 영상과 사진 속 감시병에게서 떠올린다.
2000년대 중후반 몇 차례 베이징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했던 작가는 과거 서울에서 목도한 도시화 과정과의 유사성과 차이에 주목한다. 198-90년대 서울의 대중교통 안에서 스케치했던 넥타이부대의 직장인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중국에서 그린 인물들은 노동자, 블루칼라 계급이지만 틀에 박힌 노동을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연민을 느낀다.
뉴욕은 최근 작가가 도시의 풍경과 일상을 가장 많이 화면에 담고 있는 도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현대 도시의 기능적인 측면 및 자본주의의 발달과 연결되어 돌아가는 하나의 구조체로서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또한 19세기 말에 지어진 구조가 그대로 보이는 뉴욕 지하철에서는 쇠를 찢는 듯한 소리와 밀폐된 공간에서 갇혀 이동하는 도시인의 소외와 애환에 공명하기도 한다.

세 사람 이야기
책의 후반부에는 이 기획을 제안한 갤러리스트이자 컬렉터와의 대담을 수록했다. 서용선은 그간 다양한 대담집, 대화록에서 인터뷰이로서 참여한 바 있다.(심은록, 『사람에 대한 환원적 호기심 - 서용선과의 대화』/이영희,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 이는 미술가의 사유와 실제 작업 사이의 관계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사례다.
오랜 시간 작가와 예술적 교감을 이어온 이영희(전 Lee C 갤러리 대표)와 안성진(마산청과시장 대표, 사진가)은 서용선과 나눈 대화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그의 글과 말을 책으로 묶어내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미술 수업이나 예술을 접했던 추억, 작가의 모델을 섰던 일, 컬렉션의 동기 등을 이야기하며 다채로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서용선에게 사람과 도시를 그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차츰 그의 예술관에 접근한다. 책의 말미에는 작가가 도시에서 주목했던 간판, 카페, 대중교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그림을 모아 게재했다. 도시 속 텍스트가 보여 주는 풍경, 제한적이되 자유로운 휴식, 정지된 시간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도시의 인물을 그리는 것이 한 시대의 표현이 될 수 있지만, 이 시대의 적절한 미술 양식일 수 있느냐 하는 데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면서, 또 도시의 무표정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건물과 거리와 기계의 소음 속에 끼어 있는 약하지만 끈질긴 생명체로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 지하철역으로 몰려 들어가는 인파, 내가 그들을 의식하듯 그들도 모두 서로를 의식하고 있지 않은가.

맑고 투명한 눈앞의 세계를 어떻게 하면 완전하게 그려 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맑고 투명한 세계라는 것 자체를 의심하게 되고 세계의 구조를 들여다보려는 욕망을 포기하면서 문득 나를 둘러싼 이 사회가 꿈틀거리면서 격동하는 것을 느꼈다. 나를 둘러싼 주위와 자연의 실체들을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이 세계의 작은 부분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몰아적 환상 공간에서 벗어나, 나라는 우주 속의 부분적 실체로서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의자와 건물, 사람들 하나하나가 나와 동등한, 내 사고의 무한 공간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로서 무게 있게 다가오게 되었다. 나는 안정된 걸음걸이로 도시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여유 있는 눈길로 나를 둘러싼 도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수없이 걸어 다니고 차를 기다리고, 일을 하고, 많은 건물 사이로 사람과 차 들이 이동하고, 그리고 땅속에서 전철이 굉음을 내며 달리고, 사람들이 지하보도를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것이 보였다.

뉴욕 맨해튼의 미놀타 카메라 선전이 꽉 찬 고층 건물들의 심장처럼 헐떡이고 도쿄, 서울의 밤하늘에 광고판 네온 모델들이 계속해서 번쩍인다. 수없는 허상의 모델들, 그들이 밤만 되면 우리의 시각을 포위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가로막는다. 어떻게든 이 포위망을 뚫자. 우리의 머릿속에 샘물처럼 흐르는 뇌세포 물질은 그것들과 섞이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적 광고〉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92년 1월과 2월 파리와 뉴욕을 동시에 여행하면서 느낀, 현대 도시에서의 광고의 강력한 시각적 침투에 대한 생각을 스케치하여 그린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용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명예교수.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고 제26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주요 개인전으로 《미래의 기억》(일민미술관), 《2009 올해의 작가》(국립현대미술관), 《시선의 정치》(학고재갤러리), 《신화, 또 하나의 장소》(조선일보미술관),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 유토피즘과 그 현실 사이》(금호미술관/학고재갤러리),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특별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고려대학교 박물관), 《역사적 상상: 서용선의 단종실록》(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6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아르코미술관), 《내 이름은 빨강》(아트선재센터), 《서용선의 단종 그림》(영월관광센터 외) 등이 있다. 작품과 글을 모은 책으로 『서용선 2008→2011』, 『서용선 작업 노트: 사람의 도시』가 있다.

지은이 : 이영희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리씨(Lee C)갤러리를 열고 개관전으로 화가 장욱진의 작품을 전시했으며 갤러리라는 공간을 매개로 작가와 대중 사이의 공유와 소통을 지향해 왔다. 2015년 갤러리를 정리한 뒤, 국내외의 많은 전시 기획과 아트페어에 참가하면서 작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이어 가고 있다. 2006년경 서용선의 작업실에서 본 소나무 그림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풍경화 전시를 제안했고, 그 결실인 《산. 수(山. 水)》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전시를 기획하며 서용선과의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2020년에는 예술에 대한 사유를 나눈 대담집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를 출간했다.

지은이 : 안성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교토조형예술대학과 사진표현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으며, 미오 포토 어워드(Mio Photo Award)를 수상하며 작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현재 마산청과시장(주)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유통 산업의 현장을 이끄는 한편, 국내는 물론 오사카와 뉴욕 등 해외에서도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가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기업 경영과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공동체 현장에서 실천하는 공익적 행보를 ‘사회참여 예술(Socially Engaged Art)’의 또 다른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이라는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삶과 예술, 경영의 경계를 허물며 불이(不二)적 사유와 마음 챙김을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유기적인 작업의 과정을 일궈 가고 있다.

  목차

1 : 도시의 사람들 : 서울
2 : 광장, 감시, 자유 : 베를린
3 : 되돌아온 기억 : 베이징
4 : 인간과의 접촉 : 뉴욕
5 : 대화 : 서용선×이영희×안성진

텍스트가 보여 주는 풍경 : 간판
제한적이되 자유로운 휴식 : 카페
정지된 시간의 흐름 :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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