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86년, 우연히 영월을 찾았다가 단종의 비극적 삶을 현장에서 생생히 추체험한 미술가 서용선은 40여 년간 이 사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단종 그림’을 그려 왔다.
“단종의 주검을 시작으로 제작된 연작들은 수십년간 인물과 공간을 넓혀가며 가지를 쳐 나갔어요. 모호한 역사적 사실과 배경에 대한 호기심이 작업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었지요. 근본적으로 저의 단종 역사화 연작은 인간 조건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어요. 인간의 슬픔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역사 속에서 기억과 권력, 감정은 자연과 어떻게 어울리며 나타나는가라는….”(서용선, 《한겨레》 2026. 3.26)
이 도록은 영월 청령포 앞에서 열린 <서용선의 단종 그림> 전시에 출품된 주요 작품 및 기획자 정영목과 코디네이터 김효원의 글을 수록하여 단종 연작을 집약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영월 청령포를 찾은 진혼과 기억의 그림들
2026년, 스크린 속에 되살아난 ‘소년 왕’ 단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때마침 서용선의 단종 그림 연작 제작 40여 년을 맞아 서울의 네 개 갤러리(아트스페이스3, 갤러리 밈, 디스코스 온 아트, 갤러리JJ)와 영월관광센터에서 초유의 연합 전시가 기획되었다. 특히 영월의 전시는 노산군 이홍위, 훗날 단종으로 명명되는 조선의 6대 왕이 삶을 마친 곳 청령포 앞에 그의 그림이 찾아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1999년 영월문화원에서 열린 <서용선 1993-1999, 노산군(단종) 일지> 전시에 이어 대규모 작품이 출품되었다. 특히 단종 연작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병치한 최근 작품 <계유년 그리기>와 <청령포 그리기>가 주목할 만하다. 역사적 사건과 자신의 몸의 일부가 드러난 이 그림에 대해 서용선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책을 읽고 답사를 하며 몸소 체험한 단종과 영월, 계유정난이라는 사건이 머릿속 상상에서 작동되는 방식”이라고 밝힌다. 즉 역사와 역사화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 마음속에 있으며 ‘기억’에 관한 문제임을 분명히 하며 역사적 사건이 중요한 것은 지금도 우리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역사와 신화를 중요한 그림 주제로 삼고 있는 미술가 서용선의 기본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은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역사와 신화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데에 비극이 있다. 망각은 인간에게 치유와 동시에 불행을 가져온다.”
권력과 암투, 불아과 상실, 고립과 두려움은 특정 시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 모습이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단종의 얼굴은, 결국 우리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다. 서용선 작가의 단종은 영월이 간직해 온 시간 위에 또 하나의 시간을 겹쳐 놓는다. 그렇게 포개진 시간 속에서 단종의 비극은 더 이상 과거의 슬픔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전시는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현재를 성찰하는 자리이다. 단종의 삶은 권력의 폭력과 정치적인 음모 속에서 비극적으로 끊어졌지만, 그 사건의 기억은 500년의 시간을 흘러 오늘까지 이어져 우리 앞에 서 있다.
작가는 특히 청령포와 엄흥도에 주목함으로써 풍경으로 남아 그나마 감지할 수 있는 역사의 흔적, 기록과 이야기로 전해지는 인물의 근접한 실체에 자신만의 감성을 그림으로 담았다. 때문에, 읽어야 할 작품이지 보고 느끼기만 할 작품은 아니다. 우리는 그의 역사화에 내재한 ‘비극의 잔상을 읽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용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명예교수.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고 제26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주요 개인전으로 《미래의 기억》(일민미술관), 《2009 올해의 작가》(국립현대미술관), 《시선의 정치》(학고재갤러리), 《신화, 또 하나의 장소》(조선일보미술관),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 유토피즘과 그 현실 사이》(금호미술관/학고재갤러리),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특별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고려대학교 박물관), 《역사적 상상: 서용선의 단종실록》(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6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아르코미술관), 《내 이름은 빨강》(아트선재센터), 《서용선의 단종 그림》(영월관광센터 외) 등이 있다. 작품과 글을 모은 책으로 『서용선 2008→2011』, 『서용선 작업 노트: 사람의 도시』가 있다.
엮은이 : 정영목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명예교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소장, 서양미술사학회, 한국미술이론학회 회장을 지냈다. 평론 활동과 함께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인 《Zeitgeist, 시대정신》,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특별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 2010년 《노란선을 넘어서》(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전)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지은 책으로 『화가 김병기, 현대회화의 달인』, 『시선의 정치: 서용선의 작품세계』, 『장욱진 catalogue raisonne』 『단순한 사람, 장욱진』 등의 있다.
목차
서용선의 역사그림, 단종과 영월,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영월과 서영선의 단종 그림
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