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이정모 관장)
“세계 유수의 자연사박물관을 드나들 슈퍼패스”(더타임스)
“대멸종의 시대에 변화를 이끄는 공간을 깊이 즐기는 데 필요한 책”(네이처)
겹겹의 시간들이 펼치는 탄생과 소멸, 그 반전의 파노라마
‘자연의 기억보관소’를 완벽하게 즐기는 법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면 흔히 박제된 동식물들이 진열된 고요한 전시실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전시실에서 관람하는 것은 전체 소장품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수장고에 쌓여 있다. 그 방대한 99퍼센트는 어째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까. 왜 어떤 자연은 앞면에 기록되고 어떤 자연은 뒷면에 머무를까.
케임브리지대 박물관 부관장이자 동물학자인 저자가 현미경 없이 볼 수 없는 작은 곤충부터 한눈에 담을 수 없는 거대한 고래 뼈, 값을 매길 수 없는 멸종생물의 표본까지, 거대한 전시실과 그보다 더 방대한 수장고를 넘나들며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경이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책에서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관이 아니라 선별하고 다듬어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누적된 표본 뒤에는 그것을 수집하고 기록한 인간의 선택이 함께 쌓여 있으며, 이러한 선택들이 모인 박물관은 지구의 미래를 구하는 과학의 최전선이 되었다. 21세기 노아의 방주는 대멸종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지는 직접 보기 전까지 결코 알 수 없다.
수천 년 전 과거로부터 미래가 걸어온다! 삶과 죽음의 교차 속에서 상상력이 질주하는 곳 어른들도 깊이 즐기기 위한 자연사박물관 가이드 한국은 G20 국가 중 유일하게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다. 1990년대에 설립이 추진되었다가 ‘경제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무산된 바 있다. 자연사박물관이 과거의 유물을 모아놓은 곳에 불과하다는 편견은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자연사박물관은 여전히 ‘이미 지나간 것들을 모아놓은 곳’, ‘아이들이 주로 가는 곳’으로 오해받는다.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케임브리지 동물학박물관 부관장이기도 한 저자가 보여주는 자연사박물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참고래나 대왕오징어처럼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거대한 생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천 년 전 멸종한 큰뿔사슴부터 ‘갓 멸종한’ 태즈메이니아늑대와 나그네비둘기까지 경험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공간으로 각광받는다. 이 경이로운 장소는 어떻게 탄생하고 유지될까? 자연사박물관이 동식물 표본을 수집·보존·전시하는 기상천외한 방법부터 기후위기와 팬데믹에 맞설 과학적 잠재력까지 한 권으로 읽는 자연사박물관의 모든 것,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원제: Nature’s Memory)》이 출간되었다.
저자 잭 애슈비는 시민 800명이 참여한 화제의 ‘큰돌고래 뼈 맞추기’ 행사, 몸집 큰 동물들에 주목하는 관행을 뒤집은 UCL의 명소 ‘작은 것들을 위한 공간’ 등을 기획한 베테랑 큐레이터다. 이 책에서 그는 유럽과 미국, 호주와 중동을 넘나들며 전 세계 유수의 자연사박물관들을 누빈다. 우리가 보는 표본은 10억 점가량의 소장품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이 책은 화려한 전시실 뒤 방대한 수장고의 세계도 보여준다. 먼지 쌓인 수집품이 표본으로 ‘발견’되는 기준, 사람들에게 자연의 감각과 지식을 생생히 전달하는 전시 현장의 노하우, 그 뒤에 가려진 논쟁적 역사 같은 흥미진진한 뒷이야기가 ‘자연사박물관은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오랜 편견을 지운다.
넘치는 열정과 ‘덕력’의 과학교사가 현장학습을 이끌 듯이, 세계 유수의 자연사박물관을 드나들 ‘슈퍼패스’를 선사한다. - <더타임스>
인간도 표본이 될 수 있을까? 암컷 새들은 왜 고개를 숙이고 있을까? ‘객관적 자연’에 숨겨진 기억과 망각의 역사 표본은 실제 자연에서 왔지만 시기마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보존·연출할지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티라노사우루스 골격표본의 경우, 1915년 처음 전시될 때는 꼬리를 바닥에 늘어뜨린 채 일어선 자세로 연출되었다가 1980년대에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등뼈가 지금처럼 수평에 가까운 모습으로 수정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크고 눈에 띄는 동물을 중시하는 인간의 시선이 전시에 반영되면서 곤충과 식물은 실제 종의 수나 생물량에 비해 덜 보이게끔 연출된다. 과거에 박제된 암컷 새 표본들의 경우 수컷을 향해 ‘조아리는’ 모습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가부장제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이 책의 1부는 우리가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나는 자연이 고정불변이 아니며, 당대의 연구와 인식에 따라 수정되고 연출되어온 자연임을 밝힌다.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공간 자체의 역사도 인간의 역사와 뗄 수 없다. 2부에 따르면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한 수많은 표본에는 식민지 시대의 폭력과 약탈, 그리고 토착민 수집가들의 지워진 노동이 스며 있다. 다윈보다 먼저 진화론을 언급했던 천재 생물학자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는 어마어마한 표본 수집가로도 유명한데, 그의 성취에 알리와 바데룬이라는 두 현지인 수집가의 기여가 컸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려졌다. 상당수의 표본이 전쟁 중인 군대에서 수집되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몇 군데 자연사박물관에서 남아프리카 생물표본의 출처를 조사한 저자는, 다수의 출처가 2차 보어전쟁 당시 강제수용소의 위치와 겹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남아프리카 식민지 지배권을 둘러싼 전쟁으로 현지인들이 고통을 겪는 동안 군인들은 여가 시간에 표본을 수집해 박물관에 보낸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이 자연사박물관을 향한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을까? 저자는 자연사박물관이 끝없이 움직이고 편집되는 ‘이야기’라면 ‘이야기꾼’의 존재를 알고 있을 때 더욱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정된 정보를 전하는 중립적인 장소가 아니라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기억할지에 관한 힘겨루기의 장소임을 깨닫고 나면, 더 이상 자연사박물관을 이전과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전시실에 있는 공룡 골격이나 거대한 고래 표본 같은 ‘전면’의 기록이 아니라 관람객이 들어갈 수 없는 수장고와 기록실 곳곳에 쌓인 ‘뒷면’의 기록을 들춘다. - 이정모 관장
사라진 생명들이 모여 미래를 만든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신약 개발의 기반 21세기 노아의 방주가 세상을 구하는 법 자연사박물관은 무엇보다 미래를 바꾼다. 3부에 따르면 전 세계 자연사박물관들이 보유한 수십억 점의 표본들은 이상기후, 생물다양성 붕괴, 질병의 장기적 증거인 동시에 그 자체로 비교연구의 기준이다. 나아가 유전자, 형태, 분포기록을 간직한 표본들은 우리가 맞닥뜨린 난제들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박쥐 유전체 일부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유럽 9개의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한 박쥐 표본 중 2만 점이 백신개발을 위해 분석되었다. 기후변화 예측모형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과거의 기후 데이터 또한 박물관의 표본들로부터 추출된다. 답을 찾는 AI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진다 한들 데이터베이스로서 표본이 충분하지 않다면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할 길도 요원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표본을 통해 멸종도 돌이킬 수 있을까? 자연사박물관은 수많은 멸종생물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있기에 최근 떠오른 유전자 편집 기술을 바탕으로 복원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많은 변수와 윤리적 문제가 있다. 예컨대 매머드를 복원하는 데는 가까운 종인 코끼리의 유전자를 편집해야 하는데, 아무리 가깝다 해도 40만 곳 이상이 다르다. 게다가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아시아코끼리의 자궁을 매머드의 새끼를 만드는 데 ‘사용’해야 한다. 저자는 그런 에너지와 고민을 아직 우리 곁에 있는 생물을 보호하는 데 쓰자고 말한다.
환경 파괴와 생물다양성 상실이 가속화하는 지금, 과거의 누적된 표본이 없으면 현재의 변화를 측정할 수 없을뿐더러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도 없다. 자연사박물관은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낱낱이 기록하는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지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전선의 장소다. 그러니 자연사박물관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선언은 과장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가 박물관 유리창 너머 아직 찾지 못한 해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도울 것이다.
대멸종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촉매이자 정직한 서사가 펼쳐지는 공간인 자연사박물관을 더 깊이 즐기는 데 필요한 이야기.
- <네이처>

사실 여우를 포함한 네 동물 모두 인간의 손에 잔혹하게 죽임을 당했는데, 정작 인간이 박제한 이 동물들의 모습은 이빨을 드러낸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박제동물의 험악한 모습을 본 관람객들은 이 동물들이 인간의 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해묵은 표본은 사람들이 자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려는 자연사박물관의 기본 목표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게 분명한데도, 여전히 수많은 박물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_ 1장
박물관에 연구할 표본이 아무리 많아도 수컷의 비중이 훨씬 크면 수컷의 행동이 그 생물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왜곡되어 제대로 된 지식을 얻지 못하게 된다. 성별에 따라 식생활이나 행동, 몸에서 나타나는 화학적 특징과 기생충의 양, 호르몬 농도, 생활사(자주 하는 행동)에 차이가 있는 동물을 박물관 표본으로 연구하면서 수컷의 비율이 더 크다는 수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_ 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