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열일곱, 내게도 ‘그것’이 찾아왔다”
K샤머니즘 × 오컬트 × 우주적 서사의 만남!
장르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30여 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한 한 의류 브랜드의 광고 카피로, 브랜드 로고를 표현한 문장이었다. 2026년 현재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라고 누가 말한다면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 여부부터 확인해야 할지 모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과학 기술이 등장하는 요즘은 가짜든 진짜든 무슨 말이든 실재할 가능성이 생겨났으니까. 그렇다면 시간이 좀 더 흐른 미래에는, 내 가슴속이나 머릿속에 자전거 아닌 그 어떤 것이라도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부디 안녕하기를』의 세계를 그렇게 이해하면 첫 진입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먼 미래의 지구 바깥 어느 행성 사람들은 열일곱 살 전후로 다른 영혼을 몸 안에 받아들인다. 누구에게는 조상의 혼이 깃들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동식물의 영혼이 깃든다. 운 좋게 무당의 영혼이 깃든 이는 축복처럼 여겨지고 ‘신성한 아이’라는 존재가 있는 신당으로 가서 수행을 이어 간다. 이 행성에서 빙의, 즉 한 사람에게 낯선 영혼이 ‘깃드는’ 일은 당연하고 마땅한 삶의 조건으로, ‘깃들지 않은 자’는 소수 취급을 받으며 사회에서 배제된다.
주인공 열일곱 소로에게도 ‘그것’, 깃든 이가 찾아온다. 소로의 깃든 이는 조상도 무당도 아닌, 우주를 떠돌다 온 영혼이다. 지구에서 온 그의 이름은 조영인. 일흔 살에 남편과 화성 여행을 떠났다가 우주선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영인 홀로 수백 년간 우주를 유영하다 소로의 몸 안에 깃들게 된 상황이다.
언어도, 기억도, 살았던 세계도 다른 소로와 영인이기에 서로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소로는 조영인에게 행성의 언어를 가르치고, 조영인은 소로에게 지구와 우주와 바다를 보여 주며 지나온 세월을 들려준다. 그렇게 천천히 서로에게 깃드는 과정을 통해 소로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심정을 털어놓는다. 명석한 언니의 그늘에 가려 지냈던 외로움과 서러움, 어머니의 무심함에 상처받으면서도 사랑을 갈망했던 복잡한 마음들. 그리고 때마침 어머니에게 듣게 된 소로의 운명, 그 불운한 예언에 대해서도.
“예언은 너를, 지구인의 영혼이 깃든 아이를 지목했어.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넌 무언가를 해낼 거야. 그건 변치 않을 거야.”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알게 된 뒤 열일곱 소로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운명에 순응할 것인가, 운명에 맞설 것인가.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소로의 모험을 따라가며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공간적 확장을 이루어 간다. 열일곱 해를 살아온 마을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1부를 지나, 2부에서는 소로의 운명을 일찍이 점지했던 검은 무당이 있는 곳 - 행성의 금기이자 죽음을 의미하는 - 바닷가로 찾아간다. 그러고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운명에 맞서기로 마음먹는 소로의 결심과 각오가 그려진다.
“신성한 아이에게 뇌를 바치는 무당들 그리고 카리와 나. 모두 소수의 욕망을 위해 쓰이고, 또 쓰일 것이다.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앞으로 다가올 희생이라도 막아야 할 테니까.”
이어지는 3부에서 소로는 모든 것이 완벽해서 그 어떤 것도 진실 같지 않은 행성의 ’본체’로 향한다. 행성의 모든 이가 구원이라 믿었던 존재가 사실 악의 근원이었음을 밝히고 희생된 존재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는 소로. 하지만 계획은 무참히 틀어지고, 충격적인 진실과 음모를 맞닥뜨리면서 소로와 조영인 그리고 언니마저 위기에 처하고 마는데……! 운명에 지지 않고자 위태롭고도 용감한 모험을 택한 열일곱 소로는 깃든 이 조영인과 함께 어디로 향하게 될까?
“어둠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우주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다면, 나는 과연 어둠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필연적 외로움, 우정과 연대, 그 끝에 ‘홀로’ 나아가는 삶에 관한 가슴 뭉클한 성장통 등단작 「푸른 머리카락」에서부터 「국립존엄보장센터」, 『가시 인간이 지구를 구한다』, 어머니의 존엄사를 담아낸 에세이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이번 작품 『부디 안녕하기를』에 이르기까지 남유하 작가의 세계에는 하나의 굵직한 질문이 관통하고 있는 듯하다.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끝내 헤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에 관한 고찰이 바로 그것이다. 나와 전혀 다른 존재와 같이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이 현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남 뒤에 찾아오는 이별은 정녕 서로의 끝을 뜻할까? 한 사회에서 ‘보편’은 무엇을 뜻하며, ‘다수가 아닌 소수’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켜 낼 수 있을까?
성장과 독립, 만남과 이별이라는 삶의 본질적 감각과 맞닿아 있는 남유하 작가의 예리한 시선과 따듯한 상상은 『부디 안녕하기를』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서사로 나아간다. 분명 먼 미래의 이야기인데, ‘금속성’이 느껴지는 SF이기보다 읽을수록 ‘정’과 ‘한’으로 다가오는 인간적 정서에 빠져들게 된다. 오래도록 미워했지만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마음. 누군가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마음.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앞에 헤어져야만 하는 마음.
떨쳐 낼 수 없는 기쁨과 슬픔 둘 다를 가슴속에 품고 뜨겁게 이야기를 써 내려간 듯한 남유하 작가. 그는 한 사람이 생애 전반에 마주하는 ‘성장’의 변곡점을 탁월하게 포착하며 먹먹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무엇보다, 작품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깃거리 – 무속 신앙, 보편성, 다수와 소수, 차별과 배제, 우정과 포용 – 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즐거움이 풍성해질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사랑하는 이의 안부를 고요히 읊조리게 되는 이 아름다운 세계에 부디, 우리 함께 깃들 수 있기를.

언제나 궁금했다. 무당의 영혼이 깃든 사람은 그 무당이 모셨던 신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영혼은 몇 겹이고 중첩해 존재할까? 어릴 때는 어른들에게 이런 궁금증을 묻곤 했다. 대부분 성가신 아이라고만 여길 뿐, 진지하게 대답해 주는 이는 없었다. 어른들의 차가운 얼굴을 볼 때마다 나는 또 쓸데없는 질문을 한 것 같아 자책했다. 이제는 그들이 냉정하고 무심했던 이유를 안다. 그들도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다른 영혼을 몸 안에 품고 사는데도 그렇다.
우연과 우연이 더해진 걸 단순한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우주에는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힘 ― 운명보다 강한 무엇― 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조영인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영인: 지구와 비슷한 곳에 와서 다행이에요.
소로: 지구와 비슷한 곳이라 오게 된 걸 거예요. 깃드는 이와 깃든 이의 파동이 맞지 않으면 영혼이 들어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나는 조영인처럼 맑은 사람과 감응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