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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의 온기
창비 | 부모님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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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젊은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수의 문학상들을 석권하는 동시에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민음사 2017)를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하고 이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문학의 저력을 국제적으로 증명한 바 있는 소설가 김혜진이 네번째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선보인다. 김유정문학상 대상작 「푸른색 루비콘」을 비롯해 근래 문단의 주목을 받은 화제작 「빈티지 엽서」 「관종들」 등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김혜진 특유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문학성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는 동시에 지금 한국문학이 도달한 자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간 개인과 사회의 접점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포착해내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와 거기서 비롯된 균열을 담담히 응시해온 김혜진의 시선은 이번 소설집에 이르러 “관심은 병으로 취급받고 손해는 죄가 되는 세상에서”도 “결국 손 내미는 사람들”(추천사, 조해진)에게로 가닿는다. 그것은 거창한 연대나 뜨거운 위로가 아니라 조심스럽고도 완강한 다정함이다. 『달걀의 온기』는 이처럼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홀로 걷고 있는 이들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가장 섬세하고도 따스한 응답이 되어주는 작품집이다.

  출판사 리뷰

지금 한국문학이 성취한 문학성의 정수
『딸에 대하여』의 작가 김혜진이 다다른 새로운 경지!

김유정문학상 대상,
김승옥문학상·이효석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수록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젊은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수의 문학상들을 석권하는 동시에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민음사 2017)를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하고 이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문학의 저력을 국제적으로 증명한 바 있는 소설가 김혜진이 네번째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선보인다. 김유정문학상 대상작 「푸른색 루비콘」을 비롯해 근래 문단의 주목을 받은 화제작 「빈티지 엽서」 「관종들」 등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김혜진 특유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문학성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는 동시에 지금 한국문학이 도달한 자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간 개인과 사회의 접점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포착해내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와 거기서 비롯된 균열을 담담히 응시해온 김혜진의 시선은 이번 소설집에 이르러 “관심은 병으로 취급받고 손해는 죄가 되는 세상에서”도 “결국 손 내미는 사람들”(추천사, 조해진)에게로 가닿는다. 그것은 거창한 연대나 뜨거운 위로가 아니라 조심스럽고도 완강한 다정함이다. 『달걀의 온기』는 이처럼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홀로 걷고 있는 이들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가장 섬세하고도 따스한 응답이 되어주는 작품집이다.

햇살처럼 찾아와 잠깐의 평화를 누리게 하는 이야기들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김혜진 세계의 깊이


『달걀의 온기』 속 작품들은 타인과 상처를 주고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려 애쓰면서도 결국은 타인에게 손을 내밀고야 마는 이들의 “과묵한 선의”(추천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각 작품은 단절된 개인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서로의 삶에 개입하며 만들어내는 미세한 파동을 통해 굳게 닫혀 있던 내면이 조금씩 열리고 그 틈으로 온기가 스며드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관종들」의 ‘정해’와 ‘영기’ 부부는 평소 타인의 무질서에 서슴없이 목소리를 내 눈총을 받곤 한다. 싸늘한 주변의 시선은 그들마저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남들도 반기지 않는 이런 일은 이젠 진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19면) 생각하게 만들지만, 막상 어느 추운 겨울날 길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을 목격하자 그들은 주저 없이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한다.
남편과 자전거가게를 운영하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빈티지 엽서」의 화자 ‘나’는 헬스장에서 만난 남자의 부탁으로 그가 수집한 외국의 빈티지 엽서들을 읽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나’의 일상은 조금씩 빛을 되찾아가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남자와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하며 균열이 발생한다.
이어지는 「푸른색 루비콘」과 「하루치의 말」 역시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맞닥뜨림으로써 일어나는 생의 파동에 집중하는 작품들이다. 김유정문학상 대상작 「푸른색 루비콘」의 화자 ‘나’는 아내와 사별한 뒤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서 추레한 행색의 한 남자를 만나고, 그의 부탁으로 허름한 양봉장에 차를 몰고 가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일이 꼭 필요한가”(94면) 자문하던 ‘나’에게 남자와 보내는 시간은 진창에 빠진 차를 하릴없이 건져올리는 일이나 다름없지만, 그 모든 시간이 지난 뒤 남자가 내어준 꿀물 한잔에 ‘나’는 뜻 모를 평화를 느낀다.
그런가 하면 타인과의 접촉이 언제나 온기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직이 상기시키며 서늘한 음영을 남기는 작품들도 있다. 어머니의 이불가게를 물려받게 된 「하루치의 말」의 화자 ‘애실’은 놀랄 만큼 말이 잘 통하고 배울 점도 많은 손님 ‘현서’와 가까워진다. 그녀와 함께하며 애실의 일상도 점차 변해가기 시작하는데, 이 달가운 변화를 만끽하던 애실에게 어느 날 사람들이 찾아와 묻는다. “애실씨, 혹시 걔한테 돈 빌려줬어?”(127면)
한편 「우연의 직조」의 화자 ‘우나’는 저명한 미술가 ‘안지일’의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반응을 기록하는 일을 하던 중 안지일이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이를 맞닥뜨린다. 이 소설은 표절 논란과 그에 쏟아지는 비난마저 자신의 작품으로 흡수해버리는 미술가의 행위 앞에서 우나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담담히 따라간다. 「우리와 우리 아닌 것」 역시 개인의 삶을 뒤흔드는 욕망의 정체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삼년 전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아버지로부터 과거 절친했던 ‘희래 삼촌’에게 땅을 빼앗겨 물려줄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나’의 혼란을 그려내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세 작품을 거치며 서늘해진 마음의 온도가 마지막으로 다다르는 곳은 소설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표제작 「달걀의 온기」이다. 투자 사기를 당한 뒤 아버지가 살던 고향 집을 처분하러 내려온 ‘선희’는 마을에서 어린 여자아이 ‘민지’를 자꾸만 마주친다. 버려지듯 조모에게 맡겨진 뒤 그곳에서 자라온 민지는 혼자 닭을 키우고 주변 어른들에게 달걀을 팔며 살아가고 있는데, 선희는 계속해서 눈에 밟히던 그애의 다부진 태도가 실은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자신의 태생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체념에 가까운 감각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 자신이 내내 움켜쥐고 있다가 이곳을 떠날 때 미련 없이 내던져버린 뭔가와 닮아 있다는 것을”(211면) 깨닫는다. 오랜 자기연민에 빠져 타인을 원망하기 급급했던 선희는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민지를 지켜보기 시작하고, 이는 점차 스스로를 돌보는 데까지 이어지며 끝내 하나의 달걀처럼 “자기 세계와 바깥 세계가 만나 이루어지는 아름다운”(해설, 정주아) 균형을 이루게 된다.

연약한 껍질 속에서 지켜온 마음을 건넬 때
시린 손바닥 위로 가만히 번져가는 다정한 온기


나를 지키기 위해 삼켰던 고독한 말들이 타인의 어깨를 다독이는 진심 어린 손길로 치환될 때, 『달걀의 온기』 속 인물들은 비로소 자기만의 성벽을 허물고 세상 밖으로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디딘다. 타인의 고통에 함부로 뛰어들어 손쉬운 위로를 건네기보다 스스로 진창을 딛고 일어설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키는 김혜진 특유의 신중하고 사려 깊은 방식은 지금 우리 시대에 소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고요히 증명해 보인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아주 조금의 틈을 내어주기, 빛을 비추어 그 밖에도 세상이 있음을 넌지시 일러주기. 그 “최소한의 일”(29면)이 남기는 “미약하고도 충분한”(100면) ‘달걀의 온기’는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 깃든 온기 역시 결코 쉽게 식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우리는 그 온기와 함께 비로소 각자의 삶을 씩씩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작고도 귀한 용기를 나누어 갖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아이들을 생각하고 불안과 걱정을 나누는 데 시간과 마음을 썼다. 그건 정해가 출퇴근길에 정자를 일부러 지나가는 것처럼, 영기가 산책 삼아 잠깐씩 정자 근처를 배회하는 것처럼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 중 하나였다. 최소한의 일.
―「관종들」

긴 세월의 흔적이 남은 이국의 엽서, 누군가의 성격과 습관이 스며든 필체, 지금은 세상을 떠났을 게 틀림없는 수신자와 발신자, 그들 사이에 오고 간 애틋하고 다정한 언어, 그리고 그 언어 아래 흐르는 뜨거운 마음. 그녀 내면의 뭔가를 깨운 건 일상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상상력인지도 몰랐다. 그 엽서들의 주인, 남자의 존재가 아니라.
―「빈티지 엽서」

그는 생각했다.
아내는 아무도 만날 수 없고, 만날 필요도 없는 곳으로 간 거라고. 마침내 홀로 머무를 수 있는 먼 곳으로 떠난 거라고.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삶에서 놓여나 휴식과 평안, 안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 거라고.
그는 빈 컵을 감싸쥐고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연둣빛 이파리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가지 사이를 통과한 햇살이 그의 얼굴에 따뜻하게 와닿았다. 그곳의 풍경은 처음 왔을 때와는 달라 보였다. 컵을 만지작거리면 입안에서 달콤한 내음이 감돌았고, 나른한 졸음이 밀려왔다. 그 순간이 그에게 잠깐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남자를 만난 이후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한 미약하고도 충분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푸른색 루비콘」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혜진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축복을 비는 마음』,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경청』 『오직 그녀의 것』,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짧은 소설 『완벽한 케이크의 맛』 등이 있다.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젊은작가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관종들
빈티지 엽서
푸른색 루비콘
하루치의 말
우연의 직조
우리와 우리 아닌 것
달걀의 온기

해설 | 정주아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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