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곁에 있는 존재 - 바람. 그 바람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를 도보로 일주한 한 화가의 감각적이고 시적인 여정이 아름다운 에세이로 완성되었다.지구 곳곳을 탐험하며, 그 땅의 사람들과 풍경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온 니콜라스 졸리보. 그는 젊은 시절, 바람이 지나간 길을 따라 프랑스 전역을 걷기로 결심한다. 목적지도, 지도도 없이 오직 하나의 지침만을 따르는 여행. 그 지침은 ‘바람’이었다. 고대 해양지도 귀퉁이에 그려진 얼굴들, 텐트를 날려버리는 새벽의 돌풍, 어깨에 앉아 조용히 속삭이던 바람까지 - 그는 그 바람들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더해가며 여섯 달 동안의 여정을 그리고 기록했다.『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단순한 도보 여행기가 아니다. 바람을 매개로 자연과 인간,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찰나를 포착한 사유의 기록이자, 오직 걷는 이만 감지할 수 있는 계절의 풍경 속에서 탄생한 감각의 지도다. 그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정이자, 그의 예술 세계에 결정적 영감을 준 단 하나의 여행이기도 했다.그는 묻는다. “당신이 기억하는 바람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모든 바람은 결국, ‘살고 있음’의 증거다.”라고. 여행이 끝난 뒤에야 그는 깨닫는다. 이제 바람과 구름은 더 이상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닌, 무대장치의 소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비로소 그는 세상이라는 무대에 한 명의 주인공으로 들어선다. 진짜 여행은 언제나 그렇게, 끝난 뒤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자신이 잊고 지낸 바람의 얼굴, 걷기의 의미,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동행, 프랑스 도보 일주에서 태어난 바람의 지도!『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니콜라스 졸리보가 젊은 시절, 프랑스를 여섯 달 동안 도보로 여행하며 바람과 마주한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이 여정은 단순한 유랑이 아니다. 졸리보는 각 지역을 지나는 바람에 이름을 붙이고, 감정을 부여하며, 그것을 인물처럼 그려냈다. 바람은 때론 텐트를 날려버리고, 때론 어깨에 앉아 조용히 귓속말을 건네는 존재였다.
이 책은 프랑스를 종단하는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기후와 지형, 인간과 자연이 얽힌 감각의 지도이자, 고대의 전설과 현실의 풍경까지 품은 바람에 관한 사유록이다. 그는 바람의 기원을 추적하며, 오래전 주교들이 바람을 가두었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조차 유머와 철학으로 풀어낸다. 자연의 움직임과 인간의 감정이 교차하는 이 여정 속에서, 졸리보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바람과 친구가 되었고,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이 책으로 탄생했다.
혼자 걷는 삶의 길 위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누구도 그리려 하지 않았던 존재, 바람. 이 책은 그런 바람의 흔적을 기록하며 완성한, 인간과 자연의 오래된 동행에 바치는 시(詩)이다.
모든 바람은 결국 ‘살고 있음’에 대한 증거“소용돌이치듯 장난을 치는 그 바람 탓에, 가을 낙엽은 왈츠를 추듯 흩날렸고, 여름날의 먼지들도 빙글빙글 춤을 추듯 휘돌았다. 그런 바람들 중에는 이제 은퇴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소일하는 옛 바람들도 많았다.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바람들 역시, 마을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취업’을 위해 애를 쓰곤 했다. 그중 한 바람은 파리 오데옹 극장의 환풍기 자리를 얻기 위해 상경했지만 끝내 실패했고, 또 다른 바람은 북서부의 한정된 지역에서 성(聖)주간 동안만 일할 수 있는 임시직을 구했다. 그렇게 지루함에 지친 그 바람은, 억수같은 봄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재취업’을 시도하는 은퇴한 바람들이라니! 유머러스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하다. 졸리보는 이런 바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도, 사람도, 때로는 지치고 힘들게 살아간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책 속의 바람들은 단순한 날씨나 기후 현상이 아니다. 마치 우리처럼 화를 내고, 온순해지고, 위로를 건네며 곁을 맴돈다. 그는 고요한 산장의 불빛과 먼 도시의 저녁 노을 속에서 바람과 나눈 교감을 이야기한다. 그 순간, 바람은 더 이상 익명의 공기 흐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처럼 다가온다. 책을 덮으면 알 수 있다. 왜 이 여행이 그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정으로 남았는지를. 그것은 이 여행이 ‘세상으로의 입문’을 가능케 한 여행이었고, 그 여정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기억하는 바람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바람은 다정한 손길이기도 하고, 때로는 예기치 않은 불청객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바람은 결국,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동반자다. 매일 지나치는 바람 한 줄기에도 얼굴과 이름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면, 아니, 그럴 여유가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라진 감각을 되살리는, 느림의 예술“지금은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떠날 수 없다.” 졸리보는 그렇게 말한다. 스마트폰도, 지도 앱도 없던 시절, 그는 오직 감각과 손으로 그린 지도 한 장에 의지해 프랑스를 걸었다. 오롯이 걷는다는 행위만으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감각의 실험이자 존재의 실천이었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그 느린 여행의 기록이다. 바람이 지나간 폐허의 언덕, 눈발 날리는 오후의 들판, 돌담 사이를 흔들고 간 바람의 흔적들. 그것들은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절제된 문장으로 남아 있다. 졸리보는 그 시간들을 자연과 화해하고, 자신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살아냈고, 우리는 그 장면들을 마주하며 잊고 지낸 감각의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한편으로 걷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느림을 삶의 미학으로 끌어안는 이들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과 동행하며 잊히고 지워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행위,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느림의 예술’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 삶을 천천히 바라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건네는 작가의 가장 느린 초대장이다.

그렇게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나는 비구름을 쫓아달라는 간절한 마음에 응원의 말까지 섞어 바람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때로는 반말로, 때로는 존댓말로. 점차 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바람을 의인화하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사람처럼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밤이 되자, 남서풍 오탕이 운동장 위로 분노를 쏟아내듯 몰아쳤다. 평소엔 신사인 척하던 이 바람은, 지중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과 마시프 상트랄 고원을 거치며 전속력으로 몰려왔다. 보퍼트 풍력 계급표에서는 ‘큰센바람’에 해당하는 9단계, 실제로는 기와나 슬레이트를 뜯어내고 건물 외장을 손상시킬 만큼 위력적인 바람이었다. 나는 그 풍력표에 한 줄을 더 추가하고 싶었다. ‘발코니와 창가의 화분이 날아가 보도블록 위에서 산산조각 날 수 있음.’
작가 소개
지은이 : 니콜라스 졸리보
파리장식예술학교를 졸업하던 해, 걸어서 프랑스 여행을 하던 중 바람을 스케치하면서 조형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주로 혼자서 오랜 시간에 걸친 도보 여행에 나섰고, 현장에서 마주친 것들을 소재로 한 여행의 흔적들을 스케치북 속에 화려하게 남기게 된다. 그의 여정은 프랑스령 기아나의 숲, 마그레브, 일본, 발트해 연안, 중국 황하강, 이집트 나일강 발원지까지 이어졌다. 이 끊임없는 여정을 기록한 10여 편의 작품을 썼으며,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그는 이 책을 통해 바람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표현하며, 이를 그림과 글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는 각 지역의 바람을 고유한 이름과 성격으로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바람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들에게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이끌어내며, 바람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남쪽의 바람 : 발길이 남쪽을 향할 때
Chapter 2. 북쪽의 바람 : 발길이 북쪽을 향할 때
Chapter 3. 서쪽의 바람 : 발길이 서쪽을 향할 때
Chapter 4. 동쪽의 바람 : 발길이 동쪽을 향할 때
에필로그
부록 1 : 바람과 함께하는 프랑스 도보 여행
부록 2 : 여행의 충실한 동반자
부록 3 : 만난 바람들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