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기원전 30년 옥타비아누스가 알렉산드리아를 정복하고 이집트를 로마 제국에 편입시키면서 이집트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로마 황제가 이집트를 통치하게 되면서 이집트 사제의 권한과 신성은 약화 되었다. 나일강의 축복을 받은 비옥한 농경지는 로마인들을 끌어들였고, 먹여 살렸다. 로마의 지배 시스템은 국가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지어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으며, 그 변화는 전통적인 장의 의식에 녹아들어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집트 미라 초상화’는 그 변화에 대한 증표이자 죽은 자들이 전하는 인생과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출판사 리뷰
미라 초상화로 살펴보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들
기원전 30년 옥타비아누스가 알렉산드리아를 정복하고 이집트를 로마 제국에 편입시키면서 이집트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로마 황제가 이집트를 통치하게 되면서 이집트 사제의 권한과 신성은 약화 되었다. 나일강의 축복을 받은 비옥한 농경지는 로마인들을 끌어들였고, 먹여 살렸다. 로마의 지배 시스템은 국가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지어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으며, 그 변화는 전통적인 장의 의식에 녹아들어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집트 미라 초상화’는 그 변화에 대한 증표이자 죽은 자들이 전하는 인생과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삶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죽음
미라 초상화, 불멸을 속삭이다.
죽음은 때로 달콤하고 아르고스의 젊은이보다 강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죽음을 넘어설 방법을 꿈꿔왔다. 어떻게 죽음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죽음은 어쩌면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렇게 믿었다. 그들에게 죽음은 삶이 닫히는 것이 아니라 열리는 것이었다. 삶은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성껏 시간을 들여 고인을 미라로 만들었다. 살을 말리는 작업은 영원을 향한 의식이었다. 미라 속에 잠든 자는 ‘바(Ba)’가 되어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고, ‘카(Ka)’로서 다시 살아 마침내 신성한 존재인 ‘아크(Akh)’로 태어났다. 이는 곧 이집트인들이 바라던 불멸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삼키는 거대한 파도였다. 로마의 강력한 군대가 사막을 가로지를 때, 신전과 사제들의 목소리는 침묵으로 가라앉아 뒤흔들렸다. 제국의 그림자는 넓게 드리웠
고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다. 그럼에도 불멸을 향한 이집트인들의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이집트인들의 믿음은 사막보다 깊었고, 나일강처럼 끝없이 흘러갔다. 정복자들마저 그들의 신전을 짓고 예술을 닮아갔다.
그 증거가 바로 미라 초상화다. 파이윰 미라 초상화로 알려진 이 예술 양식은 서기 1세기에서 4세기 사이 이집트에서 제작되었다. 대부분 파이윰에서 발견되었지만 이집트 여러 등지에서 발견되기에 학계에서는 포괄적인 명칭인 ‘미라 초상화’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미라 초상화는 실제로 미라에 부착되어 있었고, 고인의 얼굴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었다. 그리스-로마 양식으로 제작되었지만 기능은 철저히 이집트 사후세계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날 박물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초상화는 미라에서 분리된 상태지만, 발견 당시에는 대부분 미라와 부착되어 있었으며, 약 1,000점이 넘는 작품 중 온전한 형태로 미라에 부착된 것은 오늘날 100여 점에 불과하다.
죽음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집트인들은 그렇게 믿었다. 그들은 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 영원을 남기겠느냐고, 어떤 얼굴로 기억되겠느냐고.” 우리는 어떤 얼굴로 기억되기를 원할까?
이 책은 미라 가면과 초상화 두 가지 형태에 오롯이 담긴 ‘이집트 사자의 서 151장에 새겨진 아름다운 얼굴의 그대에게’라는 영원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총 6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장, 〈모래사막의 탐험가들〉. 사막 한가운데서 초상화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끝없는 모래사막에서 무엇을 봤는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이다.
두 번째 장, 〈모래사막의 초상화를 마주보다〉. 초상화 너머 그들의 삶에 들어가 볼 것이다. 이들은 어떤 삶을 살다 갔을까.
세 번째 장, 〈당신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초상화를 그린 화가를 떠올려 볼 것이다. 붓을 든 화가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을까. 아니면이미 떠난 누군가였을까.
네 번째 장, 〈불멸을 향하여〉. 초상화에 새겨진 상징들을 해석하는 장이다. 그들이 꿈꾸던 영원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려 한다. 이 장에서는 초상화와 여러 이집트 장례 도상들을 자세히 볼 것이다. 여러 초상화들을 하나하나 뜯어볼 거니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다섯 번째 장, 〈영원을 가로지르다〉. 로마 시대 이집트 장례 문화를 살펴본다. 어떻게 죽음을 준비했고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였을까. 마지막을 준비하며 남긴 유언장이 있었을까.
마지막 장, 〈쓰러진 우상들〉이교도와 기독교가 공존하고 충돌하던 시대에 미라 초상화가 서서히 사라져 간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욱진
프랑스 릴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고고학 전공 졸업.파리1대학교에서 ‘헬레니즘-로마 시대 이집트의 그리스-이집트 신 혼합 도상에 관한 연구’로 2편의 논문 제출, 최우수 성적으로 미술사 석사학위 취득. 호평을 받은 석사논문은 프랑스 이집트학회지에 투고 예정한국에서 헬레니즘-로마 시대 이집트의 장례 미술이나 신들의 이미지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모래사막의 탐험가들
- 이집트 미라 초상화가 깨어나다
2장. 모래사막의 초상화를 마주 보다
- 이집트 미라 초상화 너머, 일상과 삶을 파헤치다
3장. 당신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 초상화를 그린 화가들
4장. 불멸을 향하여
- 신들은 당신에게 영생을 약속합니다
5장. 영원을 가로지르다
- 로마 시대 이집트의 장례 문화
6장. 쓰러진 우상들
- 서기 4세기 다문화 시대의 종말?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