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위대한 공화국》, 《미국의 승리》… 제목만 봐도 내용이 짐작되는 미국사 교과서들은 1000쪽 가까운 분량에 미국 역사의 훌륭한 면모를 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사의 전부일까? 이 책 《미국인은 배우지 않는 불편한 미국사》는 역사 교과서 18종을 분석해 미국 역사교육계에서 가르치지 않는 진정한 역사를 보여준다.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전의 아메리카부터 오늘날까지 미국사 전체에 걸쳐, 유럽인의 정착을 도운 원주민의 역할, 남북전쟁의 명분이었던 노예제 폐지 논쟁, 건국부터 이어져온 인종 갈등, 빈부격차와 사회계급 문제,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미국이 자행한 여러 전쟁과 공작 등 교과서가 외면하거나 미화한 사건·인물을 정직하게 서술한다.
역사 교과서를 저술하기도 했던 저자 제임스 로웬은 자신의 체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 역사교육이 왜곡되는 방식도 추적한다. ‘영웅화’, ‘자민족 중심주의’, ‘인종주의’ 등 승자의 시선으로 ‘기분 좋은’ 역사만을 나열하는 현실을 꼬집고 이렇게 서술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요인을 함께 비판한다. 이런 역사 대신 불편한 진실도 포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역사 관련 논쟁이 끊이지 않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 지식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방식도 함께 알려주는 이 책은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스스로 진실을 찾아가는 힘을 길러준다.
이 책의 원작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Lies My Teacher Told Me)》은 1995년 출간된 이후 200만 부 넘게 판매되며 미국 역사교육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미도서상 최초 수상 만화가 네이트 파월은 원작의 문제의식을 강렬하게 시각화하고 내용을 요령 있게 각색하여 이 현대 고전을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원작 초판 출간 이후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이 책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출판사 리뷰
콜럼버스에서 아메리카의 역사가 출발했을까?
교과서에 빠진 부분을 채워넣은 정직한 미국사
이 책 《미국인은 배우지 않는 불편한 미국사》는 미국의 역사 교과서들이 자국의 훌륭한 역사를 담고자 어떤 진실을 감췄는지, 어떻게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했는지를 실증적으로 파고들며 상식을 파괴한다. 대표 사례로 콜럼버스가 있다. 미국은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아메리카에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북유럽, 아시아 등에서 많은 사람이 건너갔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대서양을 통해 유럽에 가기도 했다. 아메리카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7만 년에서 1만 년 사이부터이며 1492년 당시 아메리카의 추산 인구는 1억 명으로, 7천만 명이었던 유럽보다 많았다. 이에 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발견한 사람이라고 바로잡는다. 또한 콜럼버스의 역사적 의미는 1493년 두 번째 항해 이후 착취적 공물 제도와 원주민 학살 등으로 백인이 다른 인종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근대 세계를 불러왔다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며 미국사를 시작부터 되돌아보게 한다.
미국사 교과서에서는 미국인의 조상인 영국 이주민의 정착과 건국 과정에 기여한 원주민의 역할도 지워버렸다. 영국인들은 진보한 기술로 정착지를 문명화하기는커녕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식량을 얻고 기술을 배우거나, 유럽에서 들어온 전염병으로 초토화된 원주민의 땅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미국의 최대 명절로 여겨지는 ‘추수감사절’도 영국 이주민이 아닌 원주민의 전통에서 유래했다. 원주민의 문화와 제도는 미국의 연방 체계나 민주주의 성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교과서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영토 확장 과정에서 원주민이 백인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쫓겨난 듯이 서술한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시종일관 미국인의 역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축소하고 지워버린 역사들을 들추어내 미국사를 다시 써내려간다.
인종차별, 빈부격차, 정부의 비밀공작…
파면 팔수록 끝없이 드러나는 은폐된 진실들
미국사 교과서에서 숨기는 또다른 주제로는 인종차별이 있다. 미국사 대부분은 백인의 미국이 흑인의 미국을 지배해온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교과서는 이 문제에서 교묘하게 백인의 논리를 정당화해왔다. 토머스 제퍼슨 같은 위인이 흑인 노예를 소유했다거나 미국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억압적인 흑인 노예노동이었다는 사실은 감춘다. 그리고 남북전쟁의 계기인 남부 연합의 분리 독립 이유가 노예제 폐지에 반대해서였음이 분명하지만, 관세, 내수 산업 발전, 농업과 공업의 분리, ‘주의 권리’ 보장 등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다.
나아가 이러한 인종차별을 극복하려 했던 ‘반인종주의’의 노력도 지워버린다. 노예해방 운동의 선구자였던 존 브라운은 미치광이로 취급하고, 링컨에 대해서는 그가 노예제 폐지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단순히 남북전쟁 종식이라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를 내세운 듯이 묘사한다. 링컨의 유명한 편지에서 “내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목적은 연방을 구하는 일이지, 노예제를 유지하거나 망가뜨리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문장만 가르칠 뿐 뒤이어 나오는 “다만 제가 자주 밝혔듯이, 개인적인 바람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어디에서나 모든 이들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바람 말입니다”라는 문장은 삭제하는 식이다.
교과서는 사회계급 간의 격차 또한 별로 다루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중산층의 나라이며 평등, 계층 이동의 가능성, 정치적 참여 등이 보장되었다는 사실만 밋밋하게 서술하고, 미국의 이민사를 설명하면서 조지프 퓰리처와 앤드루 카네기처럼 엄청나게 성공한 백인 이민자만 강조하며 미국을 ‘기회의 나라’로 꾸민다. 그러나 상위 1퍼센트가 부의 40퍼센트를 좌지우지하는 심각한 불평등 문제, 혹독한 이민자 차별, 각종 파업을 비롯한 노동 운동에는 눈을 감는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이상적 기구로 묘사될 뿐 그들이 국민을 위하는 척 국내외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는 은폐된다. 해외의 각종 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국제적으로 좋은 친구’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패권을 행사하고 다국적 기업 진출이나 저임금 노동력 착취, 심지어 전쟁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려진다. 베트남 전쟁 참전의 빌미가 된 ‘통킹만 사건’도 미국 정부의 조작이었으며, 이라크 전쟁 때에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침공했으나 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에서도 국민들 몰래 각종 공작 꾸몄다. 교과서들은 그러한 사례 중에서 널리 알려진 ‘워터게이트’ 사건만을 다룰 뿐, FBI를 동원해 인권 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등 민주주의를 위축시킨 일들은 언급하지 않는다.
진보만을 가르치는 ‘기분 좋은’ 자국사가 아닌
정직하고 포괄적인 역사를 향해
“교과서의 낙관적이고 행복한 결말은 역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를 그저 묻어버리는 한, 우리는 학생들이 이렇게 결론내려도 비난할 수 없다. ‘역사 공부는 나의 삶, 그리고 나의 미래와 아무 관련이 없다.’” ─ 11장 〈역사와 미래〉에서
이렇게 교과서가 진실을 가리고 편향된 내용만을 담게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백인우월주의’, ‘영웅화’, ‘자민족 중심주의’, ‘인종주의’ 등 승자의 시선으로 ‘기분 좋은’ 역사만을 나열한 탓이라고 비판한다. 학생들에게 자국사가 끊임없이 진보해왔다고 긍정적으로 가르침으로써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풍족한 삶을 즐기게 되리라는 관념을 주입시키는 것이 미국 역사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를 서술하지 않으면 ‘좌익’으로 몰릴 수 있는 분위기와, 편의를 위해 전문성과 권위 있는 저술가가 아닌 프리랜서 작가에게 교과서를 집필하게 해 전문성이 결여되는 등의 현실이 역사 교과서의 서술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렇게 실제와 어긋난 교육으로 인해 오히려 학생들은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고, 점점 진보 관념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결국 학생들은 역사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미국 역사의 과오만 부각하고 비판적인 내용만 가르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두운 진실도 포괄하는 정직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오늘날, 누구나 논쟁과 증거를 통해 사실 여부를 면밀히 따지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역사가 학생 개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감을 얻을 만한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감정을 자극한다거나, 인종차별을 실제로 체험해보게 한다거나, 다루는 주제를 줄이고 특정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하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학생들을 지식으로 무장시키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면 상황이 점점 나아질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역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특정 사상이나 권력이 진실을 뒤틀고 국민에게 ‘바람직한’ 역사관을 강요하는 현실은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다. 국정교과서 파동, 뉴라이트 논쟁,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 등 역사 관련 갈등 또한 여전히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같은 내용을 두고도 누군가는 지나친 자학사관이라고, 누군가는 ‘국뽕’사관이라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만큼 상황은 복잡하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역사교육의 편향을 고발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역사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많이 노출될수록, 진실을 가려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시민 개개인의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역량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 책은 역사교육을 통해 그런 힘을 스스로 키우는 지침을 제공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제임스 W. 로웬
미국의 진보적 역사교육 운동을 대표하는 학자. 하버드대학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버몬트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미국가톨릭대학 사회학과 방문교수를 지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 당신의 미국사 교과서는 모두 잘못되었다》로 미국사 교과서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폭로하며 전 세계 수백만 독자에게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일깨웠다. 이외에 지은 책으로 《미국의 거짓말》, 《일몰 마을》 등 10여 권이 있으며, 미국도서상, 올리버 크롬웰 콕스 상, 구스타브 마이어 우수도서상 등을 받았다. 2021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목차
들어가며 |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1장 | 역사로 빚어진 장애: 영웅 만들기의 과정
2장 |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진정한 의미
3장 | 최초의 추수감사절
4장 | 붉은 눈
5장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사라진 인종주의
6장 | 존 브라운과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사라진 반인종주의
7장 | 기회의 땅
8장 | 빅 브라더를 보다: 교과서에서는 연방정부를 어떻게 가르치는가
9장 | 나쁜 것은 보지 말 것: 베트남 전쟁 외면하기
10장 | 기억의 구멍 속으로: 사라진 최신 현대사
11장 | 역사와 미래
12장 | 이렇게 역사를 가르쳐도 괜찮을까?
나오며 |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삽화가의 말